책과의 소개팅
프롤로그 : https://brunch.co.kr/@bookdream/33
어느 날,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한 적이 있다. '책'을 읽고 싶어서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도 수많은 책들에 압도되어서 어떤 책을 고를지 모르겠어서 결국 아무것도 고르고 오지 못했다고 대체 어떤 책을 읽어야하냐고. 주변에서 권해주는 많은 책을 실제로 가서 봤지만 생각보다 본인이 읽기에는 쉽지 않아서 사오거나 빌려올 수가 없었다면서 고민을 털어놓았다. '도서리스트'를 보고 그 안에서 책을 읽는 시도를 해보기도 하시고, 주변의 많은 추천을 받기도 하시고, 베스트셀러 책을 선택해서 읽기도 했지만 여전히 어렵다는 책선택. 그 고민을 들으면서 나는 처음에 어떻게 책을 선택하여 읽었을까라는 부분을 돌아보았다. 그때 딱 생각난 '소개팅'이야기가 있었다.
독서모임 회원님이 얼마 전에 있었던 '소개팅'이야기를 해주셨다. A라는 사람을 소개받기로 했는데 주변에서 평판이 너무 좋고 다른 추천하고 호감있다고 표현한 사람이라서 사실 기대를 하고 만나러 갔다고. 하지만 실제로 A를 만나고 이야기를 하다가 A가 B라는 사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본인은 그때부터 B라는 사람이 더 관심이 가고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다 좋다는 A는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마음에는 B라는 사람이 남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어지던 반전은 그 '소개팅'이 사람이 아니였다는 점이였다. 바로 책을 만나던 과정이였다.
사실 A는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고, 호감을 가졌던 책이라서 읽어보고싶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 책을 읽기시작했는데 아무리봐도 생각보다 쉽게 와닿지 않았고 내용이 어려워서 오히려 헤매기 시작했다고. 그러다가 책에서 B라는 인물에 대해서 설명이 나왔는데, 이름은 들어봤지만 왠지 호감이 가기 시작했고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게 되었다고 - 그 인물은 '니체'였다. 니체를 검색해서 그의 말을 보니 첫인상으론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그러다 '니체의 말'이라는 책을 알게되었고, 실제로 책을 통해서 만난 그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해주는 인물이여서 자신의 삶과 연결하게 되었다고. 다수가 맞다고 한다고해서 나에게 꼭 맞을리는 없다.
이 이야기를 딱 지인에게 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소개팅에서 사람을 만날 때에도 첫인상이 있고 알아갈수록 다른 매력이 있기도 하고 나와 맞지 않기도 한다. 그러니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면 흥미가 생기고 관심이 생기는 책부터 시작하자, 그 책이 하물며 '만화'라고 하더라도 상관없으니까말이다. 맞지 않는다면 잠깐 거리를 두고, 맞는 사람이라면 더 가까워지면서 알아가는 것처럼 책도 그렇게 만나가는 과정을, 친해지는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다. 마치 좋은 사람을 만나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가듯, 나에게 맞는 책을 찾아가고 만나가다보면 스스로에게 분명 변화가 일어난다. 나에게 맞는 책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만나게 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책을 만나면 마음에 울림이 깊게 남는다. 마치 맛있고 좋은 음식을 만나면 다 먹고나서도 한동안 생각나고 기억이 나서 또 먹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나에게 좋은 책을 만나서 친해지면 '책'은 나에게 마음과 생각을 동시에 선물해준다. 만약 정말 친해지고 싶은 책이 있는데 너무 어렵다면 주변 책들을 혹은 내가 다가가기 쉬운 책들을 만나보길 권한다. 너무 어려운 책같은 경우는 청소년이나 아동용으로 나온 책을 먼저보고 보면 훨씬 도움이 많이 된다. 내용의 쉽고 어려움보다 자꾸 진실되게 다가가고 싶은 용기가 진짜 책을 만나게하고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책을 만나고 친해지는 건,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을 알고 이해하고 소통할 수록 '나'라는 사람이 넓어지듯, 많은 책을 읽고 이해하고 공부할수록 '나'는 점점 깊어진다. 그러니 많은 책을 만나고 접하고 소개팅해보자. 그럼 진짜 '삶'을 바꿔줄 인생책을 만난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책과 소개팅을 해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