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세일즈를 배우다. 그 안에서 삶을 배우다.
세일즈(sale) : n. 판매
"세상에 영업이 아닌 것은 없다" 라는 말이 있을정도로
우리의 일상생활 무형의 서비스와 유형의 물건들을 사고판다. 그 안에서 삶을 배우다.
탄방동에 위치한 작은 카페, "나무상자" 이 카페는 유난히 친구같다. 카페가 친구같다라는 말이 재미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카페에서는 크게 2가지 일을 겪으면서 배운게 있다. 한순간의 이익, 순간의 모면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상시 업무를 정리하거나 서평을 쓰거나 글을 쓸 때 주로 '카페'를 이용하는 편인데 다양한 장소를 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낯선 공간에서 더 집중력이 높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였다. 게다가 괜찮은 카페를 알아두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많은 내게는 이점도 많아서 선택한 방법이기도 했다. 대게는 늦은시간까지 하는 곳을 찾기마련인데 가끔은 내가 데드라인을 가지고 일하고 싶어서 나무상자를 찾았다.
처음에 눈에 띄지 않는 위치이긴 했지만 집에서 가깝다는 점과 디자인이 독특해서 가곤 했는데 어느 날은 2시간만 일하고 집에가야지 하고 불이 켜져있어서 들어갔는데 손님이 없어서 혼자 전세낸양 자리를 잡고 주문하러 가니 사장님의 아들인듯한 중학생으로 보이는 한 친구가 주문을 받는다. 직접 만들기까지 하기에 호기심반 재미반으로 아메리카노를 기다렸다. 손수 가져다주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는데 나는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조금 걸려서 그런가, 본인이 만들어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새 2시간의 업무를 다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고 컵을 가져다드리니 사장님이 나는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한다.
"사장님, 아까는 아드님이신가봐요~ 커피 맛있던데요?
(사탕을 드리며) 최연소 바리스타님께 전해주세요. "
"아 정말요? 방학기간에 집에서 게임만 하기에 데리고 나와서 가르쳐주니 곧잘 하더라구요.
사실 오늘은 카페가 쉬는 날이였어요. 지인들과 2층에서 무엇을 하느라 불을 켜둔 상황이였어요.
근데 얼굴을 뵈니 자주 오시던 분이라서 ^.^ 위에서 시끄럽거나 불편하진 않으셨는지 모르겠어요"
듣고나니 최연소 바리스타에게도 또한 사장님에게도 배려를 받았음을 알게되었다.
그때서야 카페에 손님이 없었던 이유와 사장님이 자리에 안계시던 이유가 다 이해가 가게 되었다.
그날 작은 사건을 페이스북에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이 감동이 되어서 -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배려이고 진심이여서 -
마치 친구인듯, 쉬는 날에 찾아온 어쩌면 불청객을 편히 쉬고가는 공간으로 만들어주었다.
이게 진짜 삶에서 배워야할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한주 마무리 시점이면 한주를 돌아보고 다음주를 준비해야하기에 시간을 만들어서
카페나 집에서 쭉 작업을 하는데 - 오늘은 집근처로 가야지하고 '나무상자'로 갔다.
업무만 쭉하느라고 누가 왔다가는지도 전혀 생각도 못하고 카페가 닫기전 시간까지 있게 되었는데,
집에 가려고 컵을 가져다 드리니, 사장님이 미안하신 얼굴로 이야기를 해주신다.
"오해하지 않고 들어주세요 ~
저희 카페가 협소하다보니 혼자 오시게되면 '바'자리로 부탁드려요~"
사실 혼자왔기에 언제든 자리를 옮겨달라고 말씀해주셨어도 옮겼을텐데 나도 아차싶었다.
그때서야 이전에 상담을 왔을때 나 역시 자리가 협소해서 여러 손님들이 그냥 카페를 나가는 걸 봤다는 걸 기억했다.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진짜 마음을 주셨다. 오히려 내가 더 배려했어야하는 사항이였는데, 오늘 하루 다 사용하고나서야 이야기를 해주셨다. 카페의 작고 크고 색다른 모습보다 그 카페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진짜 손님과 마주하는 모습에서 더 그런 것 같다. 아무리 디자인이 이뻐도 - 세일즈가 살아있지 않으면 손님의 마음을 살 수 없고, 손님도 스쳐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직업과 마음을 둔 직업이 다른 것처럼 - 자주 찾고 싶은 공간과 아닌 공간의 차이는 아주 미세할지 몰라도 상대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하는가 아닌가가 아닐까 싶다.
상대방의 마음을 사면서도, 나의 이야기도 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