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친구 되기
프롤로그 : https://brunch.co.kr/@bookdream/33
한 해 시작에 '독서'가 계획에 들어가 있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하지만 대부분 주변에서도 말하는 바, 읽고 싶은 생각도 있고 마음도 있는데 꾸준히 읽어나가기가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실제로 나도 독서 슬럼프를 겪을 때도 있고 매일 못 읽을 때도 있는데, 책이 싫었던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언제든 힘들든, 즐겁든 다시금 책을 손에 잡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어떻게 책을 이렇게까지 좋아하게 되었을까를 돌아보았다. 가방에는 항상 책 한, 두 권쯤은 필수이고 대전에 있는 도서관과 동네서점은 가봤고, 새롭게 생긴 서점은 항상 찾아가 보게 된다. 여행을 가거나 일정을 소화하러 타지에 가도 '서점'을 찾게 된다. 사실 책방을 가보고 싶어서 해외여행을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서점 투어를 혼자 가는 여행플랜으로 짜서 가본 적도 있다. 국제도서전 같은 전시회, 축제, 행사 등을 가기 위해서 일정을 적어둔다. 틈나는 대로 참여해보곤 한다. 실제로 출판 관련 내용을 나누는 강의에도 찾아갔었다. '책'이 삶의 일부가 된 책 덕후인 코끼리인 나는 어떻게 책과 친구가 되었을까.
먼저 떠올려봤으면 하는 것은 "친구"의 의미다. 책이 친구가 되려면 나에게 친구란 어떤 지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에게 친구란 다른 의미일 것이다. 영원한 우정을 키운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지금 한번 "친구"하면 떠오르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어떻게 그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을까. 물론 우리는 살아오면서 누군가는 여전히 내 옆에 있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일시적인 친구가 아닌 영원할 수 있는 친구가 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3단계로 나누어서 생각해보았다.
2017년 설문조사 결과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읽으면 좋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생각보다 읽는 사람들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나는 책과 가깝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책이 없으니 일단 가깝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책이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는 믿을 수가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친한 친구가 생기는 과정을 떠올려면 참 자주 만나고 자주 연락할수록 가까워졌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처음에 책과 친해진 걸 보면 항상 방에 책이 있었다. 책장에 꽂혀있던 책들을 자꾸 보면 한 번쯤은 읽어보고 싶어 진다. 실제로 통계에도 보면 2주에 한 번은 연락이 닿아야 인맥으로 인지한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책이 가까워야 한다. 조금씩 늘어가는 책을 볼 때마다 그리고 새롭게 만나는 책을 볼 때마다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친구와 연락하는 것 = 책에 자주 눈길을 준다라고 한다면, 친구와 만나는 것 = 책을 읽는다 라고 하고 싶다. 집에 책장이 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1주에 한 번은 책장 속 책들의 제목만이라도 다시금 눈길을 주자. 처음부터 완독 할 수 없을 것이고, 내용을 보면서 바로 와 닿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목에 끌려, 목차에 끌려, 누군가의 추천에 끌려서 만난 책들에 자주 눈길을 주면 손이 갈 확률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읽을 확률도 높아진다. 그러니 먼저는 책을 가까이 두라. 집에도, 차에도, 회사에도 읽지 않는다고 해도 책이 일단 주변에 존재하기 시작하면 점점 친해질 확률도 높아진다.
친해진 친구를 떠올리면 그와 함께 보낸 '추억'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같이 보낸 시간들에 담긴 다양한 추억이 있다. 이처럼 책과 다양한 추억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꼭 책을 읽기만 할 필요는 없다. 책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은 꽤나 무궁무진하니까 말이다. 사람들에게 책과 관련한 다양한 추억이 생길수록 읽을 확률도 높아지고,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도 유익해지기도 한다.
ⓐ 컨셉사진 찍기
예전에 책을 찍은 사진들을 보면 '컨셉'사진처럼 사진을 찍어두었다. 좋은 배경에서 사진 찍고 싶어 하는 나처럼 책도 다양한 사물들과 어우러져서 사진을 찍으면 어떨까 하고 고민했었다. 좋아하는 사진과 책을 연결하니, 어떤 사진을 찍어볼까 고민하면서 책이 더 좋아졌다. 친구들에게 모델도 해달라고 하면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법한 컷들도 남겨보곤 했다. 멋진 컨셉사진에는 지인들이 잘 찍었다고 칭찬도 해주니 책을 만나는 것이, 책을 가까이 두는 것이 점점 좋아졌다.
ⓑ 원고지에 필사하기
어린 시절 나는 지독한 악필이였다. 내가 쓴 글도 나중에 다시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글씨를 잘 못써서 중학교때는 펜습자부에 들어갔다. 그때 글씨체를 고쳐보려고 익혀둔 습관 중 하나가 "필사"다. 단순히 글자를 써보는 것보다 좋은 내용을 따라 쓰다 보면 마음도 좋고 자연스레 책도 읽어지면서 글씨도 고쳐지니 일석 삼조였다. 하나도 틀리지 않고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느껴보기도 했다. 필사를 자주 하면 괜찮은 문장을 써먹을 수 있게도 된다. (덕분에 지금은 악필을 벗어났다. 가끔 글씨체 이쁘다는 소리도 듣는다)
ⓒ 그림과 글로 정리하기
필사와 같으면서도 거기에 그림을 하나 넣으면 꽤 괜찮은 엽서가 되곤 한다. 책 읽다가 좋은 문장을 써서 그 뒤에 편지를 써서 선물했던 적이 있다. 받는 사람도 좋아하고 주는 나도 왠지 내가 만든 엽서라서 그런지 더 애착이 가곤 했다. 그렇게 좋은 문장을 선물하는 일은 꽤나 책의 매력을 알게 되기에 좋았다.
ⓓ 작가님 만나기
종이 위에 '글'을 만나는 것과 종이 위에 글을 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또 다르다.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다르기도 하고 '글'로 전하지 못하는 것을 직접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 실제로 책을 읽지 못한 채 참석했던 행사도 있었는데 오히려 강의를 듣고 더 읽어보고 싶다로 이어진 경우도 많았다. 주변에 작가초청행사가 있다면 꼭 한번 참여해보셔서 '사람책'을 통해서 '종이책'을 만나보시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된다.
ⓔ 서점 찾아가기
책이 가득한 서점에 가면 묘하게 마음이 차분하다. 종이가 주는 느낌 때문일까. 가끔 머리가 괜스레 정리가 안되면 서점을 찾아가는 경우가 있다. 꽂혀있는 책들을 보면서 최신 트렌드를 보기도 하고, 괜스레 제목이 꽂히는 책을 구경하기도 한다. 또 서점들이 생각보다 사진도 잘 나온다. 약속을 서점 근처로 잡으면 생각보다 더 멋진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아직 책이 가깝지 않다면 주기적으로 서점을 들려보고 관찰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서점은 그곳에서 책을 즐기는 사람들만 봐도 왠지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 책갈피 만들기 & 수집하기
만드는 것을 좋아하던 내가 금속공예로 처음 만들었던 것은 "책갈피"였다.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볼까를 엄청 고민하다가 '@'모양으로 만든 책갈피, 이후에는 포스트잇으로 종이 책갈피를 만들기도 했다. 괜스레 책갈피가 꽂아보고 싶어서 책을 초반이라도 읽어본 적이 있다. 그리고 다양한 책갈피를 구경하고 만나고 수집하면서 책이 더 좋아졌다. 다 꽂아보고 싶어 졌으니까 말이다.
친한 친구들과는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고 좋은 사람은 주변에 자꾸 알리고 싶듯이, 책과 함께한 시간들의 결과물을 주변에 인증해보자. 주변에서 그러면 책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고, 그런 책을 읽은 나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본다. 책은 자랑할수록 더 효과가 좋다. 시간이 흐르듯 책도 흘러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만 머물지 말고 주변 사람에게도 알려주다 보면 더 좋은 기회를 가져오곤 한다. 책과 함께 만들 수 있는 몇 가지 결과물을 공유한다.
ⓐ 메모 독서 하기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해두면 활용도가 더 높아진다. 나중에는 책 대신 메모노트만 보아도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른다. 책을 읽으면서 생긴 생각과 질문, 그리고 중요도에 따라서 메모를 해두면 꽤나 좋다. 때마다 지식과 정보를 내 것으로 소화해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선별하여 기록해둔 메모들은 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들을 제공하고 생각도 많이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콘텐츠 만들어서 알리기
@투게더리딩(플러스친구):http://pf.kakao.com/_wHxlxfC , 페이스북페이지: https://www.facebook.com/togetherreading 를 통해서 책갈피라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올리고 있는데 - 이전에는 책 읽고 좋은 글들을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보내주곤 했는데, 둘 다 나에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남기곤 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 서평 쓰기
1000권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서평은 블로그를 통해서 현재 411권째 ( http://booklikedream.tistory.com ) 진행 중이다. 책 읽고 책을 누군가에게 권하면서 나에게는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를 정리해보면서 한번 더 책을 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처음에는 정말 짧은 독후감 같았던 서평은 어느새 A4 1장~1장 반 정도를 채울 수 있는 내용과 좋은 책을 셀렉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익힐 수 있게 되었다.
ⓓ SNS에 책 인증하기
책이 새로 생기면 항상 하얀 벽에 인증샷을 찍어서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는 것보다는 그렇게 주변에 알리기 시작하니 반대로 책을 추천받아서 샀다는 이야기나 인증샷들을 나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책을 권하고 그 책의 이야기를 한다는 작은 습관이 나에게 가져다준 건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책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연결고리가 된 것이다.
책을 읽는 것만이 아는 것은 아니다.
친구를 알아가듯 책의 다양한 면을 알아갈수록
복잡한 세상에서 나를 휩쓸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