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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중년생 Sep 01. 2021

그러라 그래

잔잔하지만 묵직한 양희은의 이야기

양희은 지음



잔잔한 위로와 힐링을 주는
그녀의 삶 이야기






그러라 그래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회사, 일, 사람에 지쳐 허우적대고 있을 때 "그러라 그래" 한마디면 가지고 있던 고민들로부터 순간 분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네가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내 방식대로 살 거야' 라며 어떤 것도 다 무시해버리는 힘과 여유가 느껴진다. 불안함을 순간 떼어내 버리는 마법 같은 말이다.

  슬럼프가 찾아오며 사람도 일도 싫어지는 요즘. 그 모든 싫은 것들을 이겨낼 만큼의 분명한 방향성이 없어 사경을 헤매던 중 '그러라 그래'라는 말에 순간 위로를 받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회생활 51년, 인생 경험 70년을 산 선배의 삶 이야기 속에서 잠시 방황을 잊고 잔잔한 위로를 받았다. 지식 찾기만 갈구하며 에세이는 등한시했는데 역시 모든 책은 각자의 쓸모가 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답답한 사람에게 잠시 쉬어가라는 의미에서 이 책을 추천한다.






주관적 책갈피


인생이 내게 베푼 모든 실패와 어려움, 내가 한 실수와 결례, 철없었던 시행착오도 다 고맙습니다.
그 덕에 마음자리가 조금 넓어졌으니까요.

마음자리라는 말 좋다.



선생님만의 다정함이란 이런 것이다. 먼저 살아봤다는 이유만으로 이야기들을 아무 대가 없이 들려주신다.

대가 없이 자신의 값진 경험을 들려준 모든 선배들에게 감사합니다.



나이 드는 것의 가장 큰 매력은 웬만한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 나는 흔들리긴 하지만, 어릴 때에 비해서는 좀 덜 정신 사납게 흔들리는 정도.



여러 사람 다 쓸데없다는 것을. 결국 한두 사람이면 족한데
허전하다고 줄줄이 얽힌 실타래처럼 많은 사람들을 가까이할 필요는 없었다.

격하게 공감. 나 역시도 억지로 인간관계를 쌓지 않는다.



전유성 선배에게 내가 언제까지 라디오 일을 할지가 고민이라고 했더니
"뭘 몇 살까지 하겠다는 계획을 해? 그냥 해! 단 하나, 나이 든 사람이 방송하면 말투가 꼭 한문 선생님 같아지는데, 자꾸 사람을 가르치려고 들 땐 그땐 그만둬."

내가 50살까지는 직장생활을   있을까?(그때까지 회사 다니고 싶지도 않지만..) 가끔 이런 고민을 하는데 하지 말아야겠다. 그냥 일단 살아 보고. 남들 가르치려고 드는 마음이 생기지 않게 조심하며 살아야겠다.



모든 것의 결론은 결국 건강이겠다

진짜 건강이 우선이다.



별나게 겪은 그 괴로웠던 시간들이 내가 세상을 보는 시선에 보탬을 주면 주었지 빼앗아간 건 없었다.
경험은 누구도 모사할 수 없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니까.

따지고 보면 '결핍'이 가장 힘을 주는 에너지였다.

결핍 대마왕인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이다.




라디오에서 사연을 읽는 이유

사연을 읽는다고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져? 이 사연이 밥이 되길 해? 돈이 되길 해? 이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괴감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날 깨달았다.

마음이 너무 망가져서 자기 속 이야기를 끄집어내지도 못하고 글로도 쓰지 못하는 누군가가 자신과 비슷한 사연을 방송으로 들을 때 조금은 자기 객관화를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영화 보듯 거리를 두고 자기 인생을 보게 되는 것. 그러고 나면 어디엔가 도움을 청하는 등등의 단호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



넌 어쩜 그리도 안 변했니?

동창회에 가면 모두 다 비슷비슷한 인사를 나눈다. 그래서 결론은, 어린 날의 친구들 사이에서는 겉모습이 문제가 안 된다는 점. 어떠면 속 사람은 그대로이기에 하나도 안 변했다며 반가워한다는 사실이다.

... 남편에게 '마음 나이'가 몇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열일곱이란다. 나보다 더 철딱서니다.




꾸밈없고 기본이 탄탄한 담백한 냉면 같은 사람이 분명 있다. 자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한 사람, 어떤 경우에도 음색을 변조하지 않는 사람, 그런 심지 깊은 아름다운 사람.

사실 나도 입사 초엔 솔직하고 투명한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자기 방어를 위해 약간의 가면을 쓰고 사는 것 같다. 가면도 필요하긴 하다. 바보처럼 처맞고 살 순 없으니깐. 하지만 그래도 꾸밈없고 기본이 탄탄한 사람이 좋다. 자존감이 높아 자기가 가진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사람이 좋다.



버틸 수 없는 것을 버티는 게 버티는 거고, 참을 수 없는 걸 참는 게 참는 거라고 누가 말했을까?

버티다, 참다 라는 말이 있는 것 자체가 버틸 수 없고, 참을 수 없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기억에 남는 부분 소소하게 톺아보기 끝.

간만에 일기 쓰듯 술술 쓰며 또 한 번 힐링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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