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정말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던 건지, 방 안에서 공부를 하는 날이면, 그 날의 바닥엔 내가 걸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뽑히던 건지, 정말 백개가 넘을 것 같은 머리카락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도 또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그 시험을 준비하면서 아메리카노 커피를 먹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거의 핫초코나 모카가 들어가 있는 단 것을 주로 먹었었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한 이유는 카페인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잠을 자면 자는 만큼 뒤쳐질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졸림이 벗어나도록, 정말 입에도 못 댈 것 같은 쓴 맛을 가진 아메리카노가 입에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효과로 잠을 줄이는 데 성공했었고 익숙해질 것 같지 않던 쓰고 탄맛은 비타민처럼 하루에 하나씩은 꼬박 먹어야 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건 한잔이 아닌 두 세잔으로 양은 커졌고, 일반적으로 먹던 톨 사이즈에서 커피 잔의 제일 큰 사이즈라는 벤티 사이즈를 두 세잔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 겨울, 피검사를 했더니 요산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검진을 받았다.
요산 수치는 결과적으로 풍이 올 수 있는 확률을 높이고 신장 기능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갖가지 원인 후보들 중 그 무엇도 공감할 수 없었고, 딱 한 가지 커피에서 수긍할 수 있었다. (하루 최소 벤티 사이즈 아메리카노 1잔, 최대 벤티 사이즈 3잔을 1년 넘게 유지)
물론 지금은 요산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요산 수치는 금방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더라.) 커피를 마시는 것도 줄였다. 많이 마셔도 하루에 레귤러 사이즈 하나. 믹스커피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오히려 카페에서 커피보다는 과일 주스를 먹으려고 생각을 하긴 하지만, 거기엔 또 당이 너무 많아서...
역시 뭐든, 먹을 것은 많이 생각하면 먹을 게 없다.
독서실에서는
"커피 한잔 하자." 라며 친구와 잠시 바깥바람을 쐬며,
회사에서는
"커피나 한잔 하지."로 조촐한 휴식시간이 주어지기도 하며.
데이트에선
"카페로 일단 가자." 하며 디저트인 마냥, 하루 데이트의 마무리를 짓기도 한다.
커피는 나에게 있어서 보약 같은 존재였다.
나 스스로에게 커피 때문에 휴식을 주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공부를 더 하기 위해서 도움을 주는 녀석이었고, 커피 덕분에 잠을 자지 않는 것만으로도 공부를 했다는 착각을 만드는, 나름의 위안을 주는 자기만족의 즐길거리였다.
하지만 뭐든지 너무 많으면 탈이 난다고 했다.
나 스스로를 위안하며, 공부를 하기 위해서 졸음을 막기 위해 마시던 커피가 질병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다시 커피를 계속 마시고 있다.
물론 적당선에서 하루에 최대 한잔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커피가 정말 필요한 이유는 하루에 한 번이라고 느긋하게 커피의 따뜻한 온기를 즐길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빡빡한 세상을 살면서, 커피 한 잔 정도는 괜찮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