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흔히들 그런 갈림길에 놓여 있다.
자장면 인가 짬뽕인가.
필자의 입장에선 절대적으로 자장면이지만, 대체적으로 마실 국물이 있고 얼큰한 짬뽕과 자장의 특유의 맛을 내고 중국집의 기본이라고 불리는 자장면을 사이에 두고 고민을 한다.
당구장에선 무조건 짬뽕이 아닌 자장면이라고 하지만, 당구를 치지 않으니.
그리고 삼겹살, 돼지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곳에는 항상 후식 겸으로 냉면을 판매하는 곳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도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 자장면과 짬뽕보다는, 삼겹살 먹은 후 냉면이냐 찌개냐를 두고 고민을 한다.
여기서 또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게,
냉면에는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나뉘어 있고, 찌개에는 된장과 김치로 또 나뉘어 있다.
얼마 전에 한우를 먹어보았다.
요리를 한다는 녀석이 한우를 못 먹어 봤었다니, 스스로가 한심했다. 한우는 한우대로 정말 맛이 있었다. 삼겹살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마블링이 있었지만, 삼겹살에서 터져 나오는 지방을 그리워지는 맛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우집 또한 냉면과 찌개를 팔고 있었다.
냉면은 뜨겁고 기름 범벅으로 되어 있는 입안을 씻기에 매우 효과적이다. 치킨으로 비유하자면 치킨을 먹고 탄산음료나 맥주를 마시는 느낌일까? 그런 게 신기한 게 나만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삼겹살 먹는 위장과 냉면이 들어가는 위장은 따로 있는 것 마냥 배가 불러도 잘 넘어가기도 한다. 몸속 안에서 줄을 잡아당기듯 냉면 면발을 잡아당기고 있다!
김치찌개는 분명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된장찌개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된장찌개를 내놓는 가게를 선호한다. 김치찌개도 분명 맛은 있지만, 된장을 내놓고 김치를 내놓고에는 꽤나 차이점이 있기도 하다.
어느 가게나 그런 건 아니지만,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김치찌개를 파는 게 더 편하기도 하다. 김치는 푹 익혀지도록 끓이기 때문에 한번 대량으로 끓여 놓고 손님이 달라고 할 때 덜어내 다시 끓여낸다. 즉 주문을 받고 바로 만드는 게 아니라 미리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물론 모든 곳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럴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된장은 그렇게 내놓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혹시 그런 적이 있으실까? 아침에 된장찌개를 끓여서 먹고 남은 된장찌개를 저녁이나 점심에 먹었더니 맛이 달라져 있던 것. 된장은 숙성한다. 찌개로 만들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변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만들어 두면 계속 맛이 변한다.
그래서 고깃집에서 된장찌개를 주문하면 생각보다 늦게 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바로 만들어진 찌개를 밥에 비벼 두부와 고기 한 점과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이건 후식이 아닌 또 다른 메인 디쉬 같은 느낌이다. (애초에 냉면이 후식인 것도 아니지만...)
어느 TV 방송에서 맛있게 먹는 녀석들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탕수육은 부먹이냐 찍먹이냐?"
그 질문에
"그럴 생각할 틈에 먹기나 해라."
어차피 고기를 혼자 먹는 게 아니라면, 찌개랑 냉면 둘 다 시키면 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