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삼촌이 이런 말을 했다.
"너는 언제 결혼할 거냐?"
나는 그런 말에 이렇게 답을 한다.
"OO이랑 ㅁㅁ이가(삼촌의 아들과 딸) 결혼하면 하려고요."
그런 대답은, 그 사람들이 결혼하기 전까지 통용되는 방어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모 방송에서 아빠가 엄마 대신하여 혼자 아이를 맡아 일정기간 동안 키우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방송에서 나오는 아기들이 얼마나 이쁜지 괜히 웃음이 나오기도 한 적이 있었다.
그런 나의 표정을 보고 고모는 말씀하셨다.
"애기 좋아하기 시작하면 결혼하고 싶어 지는 때라는 말도 있던데, 너도 이젠 결혼해야 할 나이가 되지 않나?"
어른들은 왜 이렇게 조카나 자식들이 결혼하기를 바라는지 가끔 보면 재촉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꼭 해야 하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고 계신다. 비혼주의의 입장은 아니지만, 20대쯤에 결혼한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지금 시대의 20대가 조금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짝이 있으면 모를까, 없으면 더 서글플지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 같았다.
어떤 일본 소설을 읽었다.
그저 로맨스 소설이 읽고 싶었던 때였는데, 중고 서점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던 책이 하나 눈에 들어왔었다.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랬다.
결혼을 앞둔 한 남자가 외국에 나갔다가 다른 사람과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런 둘만의 사랑은 남자가 결혼하기 전까지만 이어졌다. 주변의 의심을 사면서 까지. 그리고 중년이 되어 재회를 하게 되는데, 결혼하기 전의 짧은 시간의 사랑을 그리워한다. 여자는 그런 마음이 계속 남았는지 여태 혼자였고, 쓸쓸히 죽어간 그녀가 남긴 편지를 붙잡고 슬픔에 잠기면서 끝이 난다.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 소설에 감명을 받은 사람들은 대체 어디에 감명을 받은 건가 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정혼자를 두고 다른 사랑을 했고, 정혼자를 버리고 그 사랑을 택하지 못했다는 게 안타까워했던 걸까. 결혼할 사람이 있었을 뿐, 결혼 전에 다른 사랑을 하는 건 불륜이 아닌 건지, 내로남불 같은 것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들 정도로 공감하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내가 제대로 못 읽은 건가 싶었지만, 다시 그 내용을 알고 싶지는 않았다.
결론적으로만 따지자면, 그 소설 속의 남자는 정혼자 보다, 더 사랑한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던 거에 슬퍼한 게 아닌가 싶었다.
결혼 때문에 진짜 사랑을 하지 못했다는, 그런 입장이었다는 것 같았다.
조금 그런 게 있다.
나이가 어느 정도 차니, 결혼해야 한다는 무언가의 의무감. 아니, 의무감인가? 하여튼 기본적으로 "결혼? 해야지. 그럼."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이나 사촌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조카나 자식이 가정을 꾸리고 손자를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건 우선적으로 부모님 또한 자식을 낳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 엄마는 그런 말을 했다.
"너도 너 같은 자식을 낳아봐야 내 마음을 알고 고생할 거다. 똑같이 고생해야지, 나만 고생하냐?"
엄마의 그런 말에 진심이 느껴졌다.
참고로 나는 4살인가 5살일 적에 아파트에서 몰래 나와 싱싱카를 타러 나온 적이 있다고 했다.
그것도 혼자서,
그것도 새벽 4시에.
그래서 나도 내가 내 자식을 낳아 보는 게 겁이 나기도 한다. 얼마나 천방지축이 나올지. 그날의 엄마 아빠가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나는 알 수는 없다. 다만 미래의 일을 걱정하지 않고 실컷 웃을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되었다.
그런 일에 이제 와서 웃을 수 있는 거 보면, 가족이라는 게 행복한 길로 가는 여러 길 중 하나라고 느낀다. 자신의 옆에서 함께해 줄 사람도 있고, 자립할 때까지 키워줘야 할 자식은 힘이 들긴 하더라도, 부부의 낙으로 돌아올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그런 것을 이미 자식으로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 같았다.
미래를 함께 할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역시 나쁘지 않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혼자면 결국 외로움을 타게 되고 애완동물이나, 외출, 친구들을 만남으로서 달래기도 하니까. 그답이 결혼뿐이라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어른들은 결혼을 하고 나면, 자식을 낳기를 또 바라시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엔 결혼을 하고 10년이 넘도록 일부러 아이를 가지지 않는 부부도 있다. 아이 없이 그저 부부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경우였다. 행복을 만드는 방법은 결혼으로 만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각자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결혼 한 사람들은 그런 말도 하기도 한다.
결혼은 그저 새로운 시작일 뿐이라고, 종착지점이 아니기에 더 견뎌내면서 지켜내야 할 게 많다고. 그 무언가를 지키지 못해 다시 갈라지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기에.
정말, 결혼이 행복의 답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흔히 말하는 결혼은 환상이며 현실이라고 하듯이.
어쩌면, 결혼은 정말 아무나 하는 건 아닌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