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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Apr 21. 2018

#25. 첫 만남에 내 소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나의 초등학생 시절과 중학생 시절에는, 학년이 올라가고 새로운 친구를 만날 때마다, 담임 선생님이 번호순으로 앞으로 나와서 자기소개를 하게 만들었다. 어떤 경우에는 일부만 자기소개를 하고 (시간 관계상) 다음으로 미루다가 안 하는 경우도 있었던 터라, 나는 그런 마음을 먹기도 했다.


"제발, 내 차례는 오지 마라."


 그때는 나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를 주어지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도 모르고, 괜히 무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나의 소개'를 하는 것을 싫어했다.

 하지만 나를 소개한다는 게, 그게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는 일인지. 그때는 알 리가 없었다.



 나를 누군가에게 소개한다는 것은,

 내가 어느 집단에 속하기 위해서든,

 누군가와의 만남을 갖고 싶어서든,

 언제 어떻게, 어떤 인연이 될지 모르는 첫 단계다. 

 사람의 첫인상이 중요하고 깊게 남는다는 말처럼, 처음 본 사람에게 또는 어떠한 형태로의 첫 만남이든 나를 누군가에게 소개한다는 것은 중요했다. 그건 어디에서나 똑같이 시작되는 것이고, 어디에서든 예외 되지 않았다. 


 사소하게 일하게 될 알바라든, 긴 세월을 일을 하려고 마음먹으려 다가간 회사든, 누군가와의 연결로 인한 이성과의 만남이든.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학창 시절에 싫어했던 '나의 소개'를 어떻게 해서든 잘하려고 생각해 보고, 이제는 그 어떤 사람이라도 새로운 만남을 가지고 싶어서 '나의 소개'를 하고 싶을 지경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장점을 가진 사람인지 알려 준다는 것은, 누군가와 인연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어지게 된 셈이니까.


 하지만, 나의 장점을 모두 보여주어도 누군가는 나를 마음에 내켜하지 않으려고 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장점만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단점으로 보여 싫어할 수 있다.

 

tvn '나의 아저씨' 中


 나를 소개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해야 나를 잘 보여줄 수 있을까.

 



 

 나의 첫 데이트는 그러했다.

 만나서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고, 게임 센터에서 게임하고 끝이었다.

 반드시 까지는 아니더라도 둘이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가 10대 때의 일이었고 지금의 사고방식으로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다시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고 무언가로 마무리하고 끝을 낼 것 같았다. 

 첫 만남에 공식이 있다고 하기보다는 연령대마다 맞는 게 따로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 웹툰 '연애혁명' 中

 그래서 그런지, 마냥 무엇을 할지 고르고 고민하고 갈피를 잡지 못해 무엇을 해야 하나 하고 그저 길을 걸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 그 아이는 그렇게 말했다.

"나, 이렇게 어정쩡 거리고 있는 거 싫어해."

 그건 반드시 무얼 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주었고,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집으로 보내고 문자를 하나 받았다.

"오늘 재미있었어."

 그 말 말고도 더 있었지만,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아이는 오늘 재미있었다고 말해줬지만, 오히려 거짓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좋아서 만나고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건데, 뭔가 해줘야 된다, 해줘야겠다 라는 생각만 앞서니, 이게 데이트가 맞는 건지 알 수가 없었던 10대의 첫 데이트였다.




"나 내일 소개팅하러 나가는데,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네. 밥 먹고 영화 보고, 뭐 그런 거 말고 다른 건 없나?"

 소개팅을 준비하려는 한 남자는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다.

 남자도 생각하기에, 첫 만남에 밥 먹고 영화 보는 아주 정석적인 데이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인은 그렇게 답을 했다.

"개인적인 거지만, 첫 만남에서 서로에 대해서 알려고 해야지, 술은 첫 만남에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 어디 잘 아는 단골 카페 같은데 없어?"

"그런 건 따로 없지."

"그런 게 있으면 편하긴 한데."

 지인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말했다.

"그러면 그냥 식사부터 시작해. 거기에서 대화를 많이 해야지. 그 사람이 뭘 좋아하고 어떤 성향인지 알고 서로 맞춰서 '이걸 하러 가는 건 어때요?' 하고 제안을 해봐."

"그게 잘 될까?"

"소개팅이라는 게, 서로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서 계속 만날지 말지 하는 자리이지, 의무적으로 커플이 되려고 가는 자리가 아니잖아."

 

 아마 그런 생각을 10대 때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거라고 과거의 나를 보면 장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대의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10대처럼 둘이서 무언가를 보고 먹고 놀려고 하기보다는, 그 누군가와 함께 대화를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할 순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집중해야지 대화를 하면 주변 사람에게 민폐이고, 그렇게 까지 영화를 볼 이유도 없다. 게임센터도 마찬가지, 둘이 하면서 즐길 수 있지만, 둘이서 게임에 집중할 뿐이지, 그 사람에게 집중하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와 함께 무엇을 하면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싫어하고 무엇에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건 10대 시절에 최선이었고, 지금은 가볍게 은은한 분위기를 내는 곳에서 대화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과 무엇을 하면 분명 재미있기도 하겠지만, 상대방을 알아가고, 나를 소개하며 대화를 하는 게, 서로를 알아가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모른다. 물론 대화는 서로가 하는 것이기에, 상대방도 좋아야 하는 것이겠지만.




 시간을 되돌린다던가, 과거로 가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찌 보면, 10대 때 누군가와 무엇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순진하게 생각하면, 그저 그 아이와 같이 있는 게 좋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그저 돈도 없이, 엄마 아빠에게 용돈을 받아 데이트 비용으로 충당하는 게 전부였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지금은 누군가에게 나를 알려야 한다.

 그건 10대의 시절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하지만 20대의 자기소개는 더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 같다. 지금은 나를 누군가에게 소개하며 인연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것 또한 스스로가 부담스러워지는 시기가 올 것 같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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