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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May 06. 2018

#28. 애인의 첫사랑을 알게 되었을 때.

 처음으로 사랑을 한다는 것,

 처음이기에 처음으로 느낀 감정들과 경험들 투성이기에 잘 잊히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특별하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유난히 남자는 첫사랑을 오랫동안 잊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남자건 여자건,

 첫사랑은 특별한 기억을 남긴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길뿐, 남자이기에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자 또한 첫사랑은 특별하기에 오랫동안 기억한다.


 적어도 그런 생각은 든다.

 죽을 때까지 기억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때 그 사람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으려나?"

 그냥 그런 생각.


 한때는 서로 좋아했고, 자신이 처음 좋아했던 사람이니까,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그저 궁금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저 거기까지다.




#. 애인의 첫사랑을 마주하다.


 남자 친구는 같은 회사에서 같은 직무에서 일을 하다가 만나게 되었다.

 처음엔 내가 좋아서 다가갔지만, 쉽게 넘어오지 않는다고 할까? 정말 눈치가 없다고 해야 할까? 나의 마음을 신경 써 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 보였다.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것을 표현했는데 모른척하고 밀어내고, 자존심이 상하고 포기해야겠다고 느낄 때쯤에서야 그 사람이 다가오니, 이게 무슨 장난을 하는 건가 싶었다.

 되려 그건 서로를 더 잘 알아 갈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었고,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았을 때.

 그 사람이 어머님이 나를 한 번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었다.

"좀 빠른 거 아니야?"

 말 그대로 나 스스로가 부담스러웠던 건지 그런 말을 했다.

"그냥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같이 식사하는 거뿐이야."

 그 말에 또한 여러 가지 생각이 오기도 했다.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어머님은 좀 간섭이 많으신 편인 건가?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들이 어떤 여자를 만나는지 알고 싶은 건 부모 입장에선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른을 마주하면서 뭔가 미묘한 어색함을 받았다. 그건 처음 만났기 때문에 나온 어색함이 아닌 그저 불편함에서 나온 어색함이었다. 그건 내 쪽이 아닌 어머님 쪽에서 먼저 불편해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계기를 내가 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도 했다. 

 그리고 그날 어머님의 그런 점을 느낀 건지 그 사람은 그 이유를 말해줬다.

"전에 만났던 사람에 익숙해져서 너랑도 편할 거라고 생각하셨는데, 생각보다 그런 느낌이 아니셨나 봐."

 조금은 섭섭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이 여태 동안 누군가를 한 명도 만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고, 애인이 있었다면 지금의 나처럼 부모님에게 소개를 시켜줬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충분히 했다.

 하지만 그건 그 사실을 알기 전 까지였다.

네이버 웹툰 - 금세 사랑에 빠지는 中


 그 사람은 내가 두 번째 애인이었다. 물론 그 전 에누군가와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특별히 첫사랑의 다음이라고 해서 별다른 느낌이 든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첫사랑과의 연애의 기간이 10년을 넘겼었다는 말에 그런 생각부터 들었다.

'나는 그 사람의 어머니에게 비교당한 거야? 그것도 헤어진 전 여자 친구랑?'


 나는 섭섭하다 못해 화가 나기도 했다.

 과민 반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알게 된 타이밍도 좋지 않았던 게, 그 사람은 SNS를 전혀 하지 않았지만 그 전 애인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인스타그램을 하는 거 보고 욱했던 것 같았다.

"그래 뭐, 오래 만났다가 헤어졌고 그것도 1,2년도 아니니까 생각날 수도 있다는 건 이해해. 그런데 안 하던 인스타를 하는 건 충분히 오해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SNS를 하지도 않았는데,

 전 애인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SNS를 시작했다.

 그건 사실이었고, 계속 안 좋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했다.

"그래,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런 말도 순순히 하는 것도 뻔뻔해."

 그 사람은 잘못했고 사과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과조차 변명처럼 느껴져 듣기 싫었다.

"충분히 오해할 수 있지만, 정말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어찌 지내나 궁금했을 뿐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그런 말을 믿기에는 나에게 의문점과 섭섭함을 너무 많이 샀다.

 물론 연애하기 전에, 이전에 어떤 사람과 만났는지 얼마나 만났는지 말하는 게 의무는 아니지만.

 그런데,

 더군다나. 

 어찌 보면 나를 속였다고 느끼게 만든 건, 역시 그 사람도 나도 의도성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알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맞은 것 마냥 충격적이었던 건.

 그 첫사랑과는 알고 지낸 지 20년에 부모님끼리도 친구사이였다.

 소꿉친구에서 연인이 된 케이스였고,

 5분 거리도 안 되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던 점이었다.

 그것 또한 그런 것을 들은 게 아니라 남자 친구 집 주변에서 같이 있다가 마주쳤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인스타를 훔쳐보기도 했으니까 얼굴이 낯설지가 않았었으니까.

 그 사람은 그 이후로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았다.

 괜한 오해를 받는 것도 싫어하고, 어떠한 말을 하더라도 변명으로 될 거라고 스스로 말하곤 했다.

 무엇보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과정이 있을 거라고, 설령 있더라도 그게 자신에게 올 줄은 몰랐다.


 어찌 보면 그 사람이 잘못한 건 없었다.

 본인도 자책하는 대로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안 하던 SNS을 한 건 오해를 살 수 있다고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 생각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나 또한 그가 첫사랑이 아닌 듯이, 아무리 오래전에 끝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강제적으로 기억이 남아 있다.

 그저 나의 애인의 첫사랑이 10년이 넘도록 이어졌고, 알고 지낸 지도 20년이 되고, 부모님조차도 친구사이라고 하니 그건 여간 꺼림칙한 게 아니었다.

 그 전 애인이 여전히 내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더라도 내가 이미 인식한 이상, 생각하려고 하지 않더라도 너무나도 신경 쓰이는 강한 적이 되어버려 있었다.

"그렇다고 부모님 보고 이사를 하라고 할 수 없잖아."

"지금 내가 신경 쓰이는 건 그런 게 아니야."

 아무리 그 사람이 첫사랑에 대해 마음이 없다고 하더라도, 신경 쓰이는 건 어머님과의 만남의 영향이 컸다. 

 그때 비교를 당했다는 느낌은  확신으로 바뀌었고 여전히 서로 교류가 있을 텐데,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마음을 먹어도 쉽게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아… 오빠는 정말 어렵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은 오랫동안 연애를 이어가지 못했다.

 남자의 전 여자 친구이랑 엮여서가 아닌 장거리 연애가 시작됨으로써 이별하게 되었다고 했다.

 여자는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불화라기보다는 한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남겨져 있다고 했다.

"과연, 그때 그 사람하고 어디까지 갔을까."

 그건 전 연인이  있었다면 얼마든지 생각할 요소였고, 어떤 연애를 해 왔느냐에 따라 더 강하게 남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가장 강한 연적은 전 애인이라는 말도 있었다.

 물론 그것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과연 전 애인과 어디까지 무엇을 경험했는지 신경 쓰일 수도 있다. 그렇게 신경 쓰이는데, 그 전 애인이 첫사랑이라거나 얼마나 애틋하게 연애를 했는지, 어떤 특별한 경험에 있는지에 따라 과거의 사람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첫사랑은 두 사람의 연애에 아무런 방해도 하지 않는데, 새로운 연애를 하는 입장에선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면 정말 강하고 강한, 강적 일지 모르겠다.

 차라리 다시 잘해보려고 접근하려는, 후려버리고 싶을 것 같은 첫사랑이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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