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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May 12. 2018

#29. 짝사랑에게 고백을 하지 못했다.


 혼자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그것을 숨기고 있다면

 매번 다가가려 할 때마다 주저하게 되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과소평가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용기를 낼 수 있는 타이밍은 늘 놓치는 사람들은 많고,

"차라리 고백이라도 해 볼걸."

 하면서, 하지도 못했을 고백을 할 수 있었던 것 마냥 포장하면서 후회하기도 한다.

네이버 웹툰 - 우연일까 中


"만약 그때 고백이라도 한다면…"

 만약이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가정이라는 건, 그런 적이 없었고, 그럴 수 없었기에 세울 수 있는 상상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조언을 하기도 한다.

"차일 거면 고백을 하고 차이라고, 고백하는 게 어렵지만, 하고 나면 별거 아니라고."

 그 별거가 별거가 되기 전까지는 너무나도 어렵지만.


 애초에 내 마음을 전한다고 한들, 그 사람이 받아준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 미니홈피의 연애 중


 그때, 한참 싸이월드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을 때였다.

 지금은 페이스북으로 '연애 중'이라는 글을 올리지만, 그 당시에 내 주변에서는 싸이월드 할 때에는 방명록이나 둘이서 같이 찍은 사진이나 미니홈피 간판 사진으로 인증을 하면서 연애 중을 알렸다. 


 

한때 유행이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



 짝사랑하는 사람도 그랬다.

 그 당시 인기 PC 메신저인 '네이트온'에는 물론 싸이월드에도 연애를 한다는 표시를 알리며, 한 번도 다가가지 못한 채 나의 짝사랑은 다른 누군가에게 가버렸다.

 누군가와 데이트를 하는 사진을 보면서, 그리고 그 게시물의 덧글에 애인이 생겼다는 말에 한 동안을 모니터에 시선만 두고 멍하니 있었다.

 그 날은 하루 종일 벙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어떤 생각으로 뭘 무마하려고 하는지 내 머릿속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괴상한 기분이 들었다.

 고백도 하지 않았는데 차여버렸다는 게 그런 기분인 건가 싶었다.

 스스로가 멍청하다고 느꼈고, 그 날 이후로 문제메시지를 주고받는 날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나 연애한다고 알리는 페이스북의 '연애 중'


"내가 너랑 두 번째로 문자 많이 해."

 언젠가 학교에서 몰래 문자를 주고받았을 때에 그런 문자를 받기도 했다.

 그 말이 괜히 생각이 났고,

 그러면 문자를 제일 많이 하는 녀석이랑 사귀는 건가 별의별 생각을 하기도 했다.

 괜히 감성 모드에 돌입해서 바닷가를 걷기도 했고,

'내가 좋아했던 건 뭐가 어떻게 되나' 하면서 따질 무언가를 찾기도 했다.

 괜히 둘이서 번화가 쪽에 놀러 갔던 기억이 나기도 했고, 그건 데이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가 데이트 건 뭐건, 지금 무슨 상관이겠냐 싶었다.

 어장관리를 당한 건가 싶기도 하면서, 그 아이를 탓하려고 하는 게 그저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결국엔 그 아이를 미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떻게 연애를 하는지 미니홈피를 훔쳐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걸 또 그렇게 처 보고 있냐."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 사람은 내 생각은 하나도 없을 테고 지금 그 순간 옆에 있어주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즐기고 있을 뿐일 텐데, 뭐하러 나 혼자 이러고 있는 것인지.

 정말 할 일도 없었던 모양이었다.



 항상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감정은 무덤덤해지기 시작했고, 무심코 찾아가 본 그녀의 미니홈피에는 그동안에 찍어 올렸던 애인과의 사진들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

 두 사람이 헤어짐을 직감했다.

 그 사람이 다시 헤어졌을 때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번에 다시 고백을 할까 그런 게 아니었다.

"헤어졌네?"

 나는 속으로도 말했으면서도 일부러 입 밖으로도 말했다.

 그저 거기에서 끝을 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락을 해 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으로 단호하게 마무리하고 또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그 사람에게 메신저 메시지가 왔다.

[뭐해? ㅋ]

 아마 1년이나 넘었던 시간에 돌아온 하나의 문자였다.

 나름 그동안 잘 지내왔었고 그 사람이 연애를 하기 전에는 많은 소통을 했었는데, 연애 시작 후 그렇게 연락을 끊더니 헤어지고 나서야 또 연락하는 걸 보니 괜히 괘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떻게 답변을 해 줘야 할지 괜히 깝깝하게 대할 필요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반갑게 받아주고 싶지도 않았다. 

 짝사랑이었기에 그런 마음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역시 연애를 한다고 필요 없다는 듯이 연락 끊을 땐 언제고 1년 만에 묻는 안부가

[뭐해? ㅋ]

 라는 게 너무나도 미웠다.


 그저 나 혼자 좋아했고, 나 혼자 차였을 뿐이었는데, 마음도 전하지 않은 내가 괜히 피해자가 된 것 같았고, 참으로 찌질해 보일 것 같기도 했다.


 그런 감정이 반영이 되었는지, 머지않아 완전히 연락이 끊겼다.

 그렇게 나의 짝사랑은 아무런 의미도 아무런 감정도 남기지 않고 끝이 났다.


 그건 역시 찌질한 뒤끝이었을까.

 아니면 그럴 수 있는 일반적인 감정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한참이 지나서야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 말이 있었다.

 반대로 용기 있는 여성 또한 미남을 얻을 수도 있겠다.

 지금도 광고송으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초코파이 홍보 노래 가사에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가사를 담은 노래가 나왔고, 후에는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아냐!"라고 반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용기 있는 사람이 미인, 애인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용기를 낸다고 해서 무조건 그 사람을 얻는 건 아니겠지만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면, 마치 고백이라도 했으면 얻을 수 있던 사람이라고 착각에 빠져 아쉬움과 후회만 보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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