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그것을 숨기고 있다면
매번 다가가려 할 때마다 주저하게 되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과소평가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용기를 낼 수 있는 타이밍은 늘 놓치는 사람들은 많고,
"차라리 고백이라도 해 볼걸."
하면서, 하지도 못했을 고백을 할 수 있었던 것 마냥 포장하면서 후회하기도 한다.
"만약 그때 고백이라도 한다면…"
만약이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가정이라는 건, 그런 적이 없었고, 그럴 수 없었기에 세울 수 있는 상상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조언을 하기도 한다.
"차일 거면 고백을 하고 차이라고, 고백하는 게 어렵지만, 하고 나면 별거 아니라고."
그 별거가 별거가 되기 전까지는 너무나도 어렵지만.
애초에 내 마음을 전한다고 한들, 그 사람이 받아준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 미니홈피의 연애 중
그때, 한참 싸이월드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을 때였다.
지금은 페이스북으로 '연애 중'이라는 글을 올리지만, 그 당시에 내 주변에서는 싸이월드 할 때에는 방명록이나 둘이서 같이 찍은 사진이나 미니홈피 간판 사진으로 인증을 하면서 연애 중을 알렸다.
짝사랑하는 사람도 그랬다.
그 당시 인기 PC 메신저인 '네이트온'에는 물론 싸이월드에도 연애를 한다는 표시를 알리며, 한 번도 다가가지 못한 채 나의 짝사랑은 다른 누군가에게 가버렸다.
누군가와 데이트를 하는 사진을 보면서, 그리고 그 게시물의 덧글에 애인이 생겼다는 말에 한 동안을 모니터에 시선만 두고 멍하니 있었다.
그 날은 하루 종일 벙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어떤 생각으로 뭘 무마하려고 하는지 내 머릿속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괴상한 기분이 들었다.
고백도 하지 않았는데 차여버렸다는 게 그런 기분인 건가 싶었다.
스스로가 멍청하다고 느꼈고, 그 날 이후로 문제메시지를 주고받는 날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내가 너랑 두 번째로 문자 많이 해."
언젠가 학교에서 몰래 문자를 주고받았을 때에 그런 문자를 받기도 했다.
그 말이 괜히 생각이 났고,
그러면 문자를 제일 많이 하는 녀석이랑 사귀는 건가 별의별 생각을 하기도 했다.
괜히 감성 모드에 돌입해서 바닷가를 걷기도 했고,
'내가 좋아했던 건 뭐가 어떻게 되나' 하면서 따질 무언가를 찾기도 했다.
괜히 둘이서 번화가 쪽에 놀러 갔던 기억이 나기도 했고, 그건 데이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가 데이트 건 뭐건, 지금 무슨 상관이겠냐 싶었다.
어장관리를 당한 건가 싶기도 하면서, 그 아이를 탓하려고 하는 게 그저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결국엔 그 아이를 미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떻게 연애를 하는지 미니홈피를 훔쳐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걸 또 그렇게 처 보고 있냐."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 사람은 내 생각은 하나도 없을 테고 지금 그 순간 옆에 있어주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즐기고 있을 뿐일 텐데, 뭐하러 나 혼자 이러고 있는 것인지.
정말 할 일도 없었던 모양이었다.
항상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감정은 무덤덤해지기 시작했고, 무심코 찾아가 본 그녀의 미니홈피에는 그동안에 찍어 올렸던 애인과의 사진들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
두 사람이 헤어짐을 직감했다.
그 사람이 다시 헤어졌을 때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번에 다시 고백을 할까 그런 게 아니었다.
"헤어졌네?"
나는 속으로도 말했으면서도 일부러 입 밖으로도 말했다.
그저 거기에서 끝을 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락을 해 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으로 단호하게 마무리하고 또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그 사람에게 메신저 메시지가 왔다.
[뭐해? ㅋ]
아마 1년이나 넘었던 시간에 돌아온 하나의 문자였다.
나름 그동안 잘 지내왔었고 그 사람이 연애를 하기 전에는 많은 소통을 했었는데, 연애 시작 후 그렇게 연락을 끊더니 헤어지고 나서야 또 연락하는 걸 보니 괜히 괘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떻게 답변을 해 줘야 할지 괜히 깝깝하게 대할 필요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반갑게 받아주고 싶지도 않았다.
짝사랑이었기에 그런 마음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역시 연애를 한다고 필요 없다는 듯이 연락 끊을 땐 언제고 1년 만에 묻는 안부가
[뭐해? ㅋ]
라는 게 너무나도 미웠다.
그저 나 혼자 좋아했고, 나 혼자 차였을 뿐이었는데, 마음도 전하지 않은 내가 괜히 피해자가 된 것 같았고, 참으로 찌질해 보일 것 같기도 했다.
그런 감정이 반영이 되었는지, 머지않아 완전히 연락이 끊겼다.
그렇게 나의 짝사랑은 아무런 의미도 아무런 감정도 남기지 않고 끝이 났다.
그건 역시 찌질한 뒤끝이었을까.
아니면 그럴 수 있는 일반적인 감정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한참이 지나서야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 말이 있었다.
반대로 용기 있는 여성 또한 미남을 얻을 수도 있겠다.
지금도 광고송으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초코파이 홍보 노래 가사에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가사를 담은 노래가 나왔고, 후에는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아냐!"라고 반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용기 있는 사람이 미인, 애인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용기를 낸다고 해서 무조건 그 사람을 얻는 건 아니겠지만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면, 마치 고백이라도 했으면 얻을 수 있던 사람이라고 착각에 빠져 아쉬움과 후회만 보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