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맞벌이를 하기에, 학교에서 소풍을 갈 때에는 늘 김밥이 전부였다.
요새 가만히 생각해 보면,
부모님은 나와 동생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는 것에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싶었고, 섭섭해지려고 할 정도였다.
김밥이 아니면 그나마 신경 써서 챙겨주는 게 토스트였다.
그리고 성인이 되고서 짐작하다가 확신이 갔는데,
우리 엄마는 요리를 못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엄마의 손맛이라는 걸 잘 모른다. 되려 아빠가 요리를 더 잘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초등학교 시절 때에는 소풍을 갈 때, 엄마가 엄마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싸는 김에' 우리 애 것도 싸 줘, 미안해." 라면서 도시락을 얻어내곤 했다.
그때는 아직 김밥천국처럼 김밥이 프랜차이즈가 많았던 시절도 아니고, 그런 프랜차이즈 조차도 들어와 있는 동네도 아니었다.
나는 거기에서 감자 샐러드와 케첩이 들어간 아주 기본적인 샌드위치를 처음 맛을 봤다. 분명 그전에 샌드위치를 먹은 적은 그 앞에도 있었겠지만, 맛을 기억하는 건 초등학생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 케첩은 좋아했고, 부드럽게 씹히는 빵과 감자 샐러드는 평생 먹어도 좋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들었던 때였다.
지금도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를 산다면 감자 샐러드가 들어간 게 아니면 계란을 으깬 것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사곤 한다.
한때는 학교에서 급식의 문제로 인해서 도시락을 싼다는 말이 나올 때가 있었는데, 나는 아무리 엄마가 요리를 못한다고 하더라도 도시락을 싸주는 게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엄마가 새벽에 일언나 직접 김밥을 싼 적도 있지만, 그래서 그런지 엄마는 물론 학부모들은 반대가 심했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한테 도시락을 싸 달라고 조르기도 했고, 되려 혼이 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또 도시락을 싸주기도 했고, 나는 금세 좋다고 학교에 가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도시락으로 샌드위치를 싸 달라고 했고, 그때와는 맛이 전혀 다른 샌드위치에 의아하기도 했다. 아니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건 샌드위치가 아니라 토스트였던 거 같다.
버터에 빵을 구워 잼과 사과와 계란 후라이를 넣은 토스트.
물론 그것도 맛있지만 나는 다시 졸라댔다.
"엄마, 나 샌드위치 싸줘. 김밥 말고 샌드위치."
그와중에 나는 김밥보단 샌드위치를 해 달라고 했고, 엄마는.
"밥으로 무슨 빵이야. 그럴 거면 사먹어."
라고 말했다.
그때는 아직 몰랐을 뿐이다.
샌드위치 만드는데 꽤나 번거로울 뿐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엄마가 요리를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도시락을 매일 아침 싼다는 게 얼마나 귀찮고 힘든 일인지는 그땐 몰랐으니까.
철이 들 리가 없는, 떼쓰는 게 내 활동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어린 그때의 엄마는 아주 인내심이 아주 강한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는 가끔, 이제는 아예 대놓고 요리에 포기한 마냥 나보고 밥을 차려달라고 할 때도 있다.
나도 이젠 엄마에게 밥을 해달라고, 기대를 하는 편이 아니다.
대신 그런 말을 장난 삼아 가끔 하곤 한다.
"엄마, 나도 '엄마밥' 이란 걸 먹어보자."
그럴 때면 반드시는 아니지만 가끔 비싼 돈을 주고 외식을 해주기도 했다. 어떨 땐 한우를 얻어먹은 적도 있고.
요리를 하는 게 평생의 업으로 할 생각까지 들지는 않지만,
요리를 하나둘씩 배운다는 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
내가 부모님이 바빠서 밥이나 도시락을 직접 챙겨 받지 못해서 그런지, 미래에 비슷한 경우가 생기더라도 직접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 가서 나도 바쁘고 힘들어서 다른 사람을 위해 도시락을 싸 주는 게 귀찮을지도 모르겠다.
요새 날씨가 사계절이 똑바로 잡혀가는 것처럼, 날씨가 워낙에 좋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찐 감자를 으깨고,
마요네즈와 설탕으로 간을 하고,
고생을 더 하자면 계란까지 삶아 으깨 감자와 섞어,
겉 부분을 제거한 식빵 두 개 사이에 잼을 바르듯 가볍게 샐러드를 넣어 만든 샌드위치를 싸서
나들이 한번 가는 게 어떨까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