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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May 25. 2018

오븐이 없이 피자를 만드려면 계란을!

도우가 계란이라니.

 그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보기만 하면 한숨이 나오는 친구가 있었다.

 어떤 의미로든 그런 지인은 주변에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이는 30이 다 되어 가고 있는데,

 취직을 할 생각은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집안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며, 내던진 스펙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건 상관없었다.

 친구라고 신경 쓸 순 있지만,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 녀석의 인생이니까.


 하지만 매번 어디서 돈이 들어오는 건지, 화장품이나 먹는 것에는 정말 아낌없이 쓰는 편이었고,

 집에서는 칼로리만 계산하면 5끼는 먹는 것 같았다.

 모아둔 돈이 많은 건지, 돈이 들어 올 데가 있어서 마음이 편해 보이는 건지 의문이 많이 가는 친구였다.


 그 친구가 갑자기 그런 말을 했다.

"집에 오븐이 있으면 좋겠어."

"왜?"

"그러면 해 먹을 수 있는 요리의 종류가 더 다양해 지니까."

 그건 분명 맞는 말이었지만, 어째 오븐이 들어가면 더 상태가 심각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븐과 전자레인지의 제일 큰 차이점은 수분이라고 생각한다.

 햄을 넣는다고 다면,

 전자레인지의 경우는 오래 넣으면 햄 안에서부터 열이 올라 수분이 빠져 육즙도 날아가 말라비틀어져 있고,

 오븐에 경우에는 바깥에서부터 햄에게 열을 주는 거라 햄의 기름이 되려 햄을 계속 구워낸다.


 전자레인지가 편의성을 추구한다면, 오븐은 맛을 추구한다.

 그런 부분에서는 생각이 잘 맞기도 했다.




 오븐을 바라는 제일 큰 이유는 피자 때문이었다.

 제빵에는 아는 게 없었고, 피자는 일반 피자부터 시카고 피자까지 여러 종류를 만들 수 있지만, 집에 오븐이 없다 보니 마음대로 만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피자를 매우 좋아하는데, 피자를 전자레인지에 구워 먹을 수도 없고, 최선의 방법은 냉동피자를 사 와서 데워 먹는 것뿐이다.

 기왕에 더 맛있게 먹으려고 냉동피자 위에 양파를 썰어 올리거나 베이컨을 추가하는 정도 일 뿐이다.


 그 와중에 친구 녀석은 예전부터 프라이팬에 피자를 만들어 먹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밀가루 반죽도 필요 없이.

"미친"

 그런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시점에서 이미 피자가 아니지 않나?

 하지만 친구는 계란을 4~5개를 풀어냈다.

 바로 피자 도우를 계란으로 대체하는 피자가 존재했다.



 계란을 풀어서 타지 않게 약불로 익혀낸 것이 도우가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얇은 도우가 좋더라도 오래 굽다 보면 계란이 질겨지기 때문에 좀 두께가 있도록 계란의 양이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계란은 한 번도 뒤집지 않고 뚜껑을 덮어서 수증기 열로 이용해 윗부분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 한번 뒤집어서 익히면 후에 너무 구워져 질겨진다. 그만큼 약불로.

 그 위에 토마토소스와 버섯이나 양파 햄 그리고 치즈!

 무엇보다 다시 중요한 것은

 약불로 굽는 도중에 반드시 뚜껑을 덮는다는 것이다.

 물론 재료는 올리브나 파프리카나 고기라던가 뭘 더 올려도 좋다.



 그리고 치즈까지 녹을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면 완성!


 도우 반죽을 만들 필요도 숙성시킬 필요도 없이 간단하게 대용할 수 있는 피자. 계란 피자다!

 물로 어떤 토핑을 하느냐에 따라 또 피자가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치즈와 통조림 콘만 넣은 계란 피자.


 칼로리가 문제없다면 매일 먹고 싶은 게 피자였다.

 누군가와 나누어 먹을 수 있기에 좋았고, 치즈를 좋아하는 만큼 늘 질릴 만큼 먹고 싶은 음식이었다.

 그렇게 원래부터 피자를 좋아했지만, 정말로 더 좋아하게 된 계기는 시카고 피자를 먹고 나서였다.


시카고 피자


 피자 안에 가둔 것 마냥 치즈가 넘쳐흘러 주체를 하지 못하는 게,

 이건 도저히 오븐 없이 만들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오븐은 필요하다.

 계란으로 치즈피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또한 맛있고 대단하지만, 피자를 만드는데 오븐이 필요한 건 그게 적합한 것이니까.




"미쳤네, 이게 되네."

 물론 밀가루 도우의 느낌은 아니지만,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피자에 중요한 건 도우의 촉촉함이나 얇은 도우의 바삭함이나 요구하는 게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치즈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렇기에 집에 돌아가는 길에 피자집을 발견하면 포장을 하거나 먹고 갈까 생각을 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점심으로 피자를 먹을까?"

 내가 물었다. 그리고 친구가 답했다.


부산 어딘가의 피자 맛집의 대기줄, 저것도 양호한 편이다.


"아니, 피자는 별로."

 그리고 나는 한쪽 가게를 가리키며 말했다.

"왜 저기 맛집 오늘은 줄 안 서있는데."

 그곳은 피자를 한 번 먹으려면 40분은 기다려야 하는 곳이었는데, 오늘은 어느 때와 달리 줄도 서 있지 않았고 완전 땡큐였다.

 하지만 친구는 이러한 이유로 거절했다.

"피자 먹으면 인중에서 치즈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별로."

 피자를 그런 식으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구나 싶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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