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양 Jun 15. 2019

사랑은 애초부터 공평함에서 거리가 멀다.

 짝사랑과 사랑의 차이점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짝사랑하는 사람이 제일 비참하다고 느끼게 될 때가 있는데, 그건 그 차이점들 중에 있다. 당연하겠지만, 짝사랑은 한쪽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만큼, 한쪽만 일방적인 만큼 공평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서로가 사랑하는 관계에서도 늘 공평한 관계로 있기만 한 건 아니지만, '일방적'인 것에 차이가 있다.

 설령 서로 사귀는 사이라고 해서 한쪽만 감정을 주고 다른 한쪽은 어떠한 감정을 주지 않는다면 그건 짝사랑보다도 더 씁쓸한 입장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공평함은 감정의 주고받음에 있다.

 그 어떤 표현이라고 한들, 한쪽에서 주면 받은 사람 또한 다른 형태라도 전해주기 때문이다.


 간단하다.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선물을 줄 때. 아주 큰 걸 바라지 않는다.

 그저 여자가 기뻐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뻐해 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낀다.

 하지만 짝사랑은 그렇지 않다.

 아주 사소한 거라도 말이다.

 이쪽도 큰 걸 바라지도 않는다. 짝사랑하는 만큼 확실하게 원하는 건 있지만, 그만큼 소심해진다. 문자메시지 하나를 보낼 때도 어떻게 보내야 답장이 올지 망설이는 것처럼.


 그럼에도

 그런 입장이 된다면

 그렇게 공평하지 않는 입장이 되더라도, 바보같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문자를 또 기다린다.




 그런 질투심이 생겼다.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면 그런대로 좋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기분이 나쁠 것 같기도 했었다.

[나는 니랑 두 번째로 카톡 제일 많이 함 ㅋㅋㅋ]

 사실 이게 질투심을 유발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정말 꽤나 많은 카톡을 주고받고 있었고, 늘 읽은 표시가 사라졌음에도 바로 답장해주지 않고 몇 분 후에 다시 읽은 것 마냥 답장을 해 줄 때도 있었다.

 그 말을 듣고 그런 생각을 했다.


'동시에 카톡이 오면 먼저 그쪽에 답을 해 주나 보다.'라고.

 질투가 나는 것이니, 진짜로 질투심을 유발시키는 것이라면 그녀는 성공적인 것이고, 그런 행동을 한다는 시점에도 나는 나대로 기분이 좋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늘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어장관리'를 하는 거라고.

 그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내 마음이 바뀌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나보다 많이 카톡을 한다고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녀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애초에 나한테도 관심이 없었으면 나랑도 이렇게 카톡을 많이 하지는 않았겠지.'

 나는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동시에 제일 많이 카톡을 하는 사람도 나 같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출처 pngtree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등학생이었을 때까지의 이야기였다.


 대학교는 다른 지역에서 갖가지의 또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리고 그만큼 연결고리가 생겨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그렇게, 성인이 된 우리 둘.

 그녀에게서 나는 두 번째로 카톡을 많이 하던 사람에서, 카톡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으로 분류가 되었다.


 처음에는 각자 대학생활을 하면서 각자의 친구들을 만나고 적응하고 새로운 생활을 하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그러는 동시에 그녀와 만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와 메시지를 주고받던 시간들이 다른 곳으로 세어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연락의 빈도가 줄어들자, 나는 실망감에 할 말이 없어도 문자를 보내던 친구에서 할 말이 없으니 문자를 보내지 않는 지인이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이젠 언제든 심심할 때 보내는 것 마냥

[뭐해?]

 라는 메시지 하나 보낼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녀가 나를 썸남까지는 아니더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정도라도 생각해줬으면 했는데, 그것마저도 아닌 모양이었다. 그저 카톡 친구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이어야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런 약속도 잡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젠 자연스러운 접점도 없었다. 그렇다면 인위적으로라도 접점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일부러 그녀가 다니는 대학교 근처를 갔고, 오랜만에 카톡을 보냈다.

[나 약속이 있어서 근처에 왔는데 잠깐 볼래?]

 정말 오랜만에 보낸 메시지였다.

 그리고 반갑게도 그녀는 바로 답장을 해주었다.

[근처? 나 지금 학교인데?]

 하지만 반응은 오랜만에 만나더라도 어제 만난 것 같다는 느낌보다는, 훨씬 건조한 느낌이었다.

 마치 언제 연락이 와도 상관없는 사람 마냥.

 그건 나의 피해망상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오랜만이라는 말 한 번 없는 게 섭섭함만 다가왔다.

[그래 거기. 나 방금 버스 내렸어]

 그래도 답장은 바로 했고, 그대로 그녀도 답장을 해주었다.

[미안한데, 나 친구들이랑 영화보러 가기로해서. 좀 그래.]

 그게 거짓말인 줄 알았다.

 하다못해, 오랜만에 카톡 보내줘서 반갑다는 말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했지만, 그런 말도 듣지 못했다.


 내가 있었던 곳은 그녀의 대학교 정문 건너편이었고, 거기에서 나오는 그녀의 주변에는 4명의 친구들이 더 있었다.

 남자 둘에 여자 둘. 그리고 그녀.

 분명 내가 근처에 있다는 것을 메시지를 보고 알수 있으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살피려고 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조금 분하기도 했다.

 그저 길을 가면서 지나가는 지인들에게 인사하는 게 전부였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만큼, 그것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뒤를 따르는 그 남자 두 명은 분명 단순한 친구로 있고 싶어서 같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래. 진짜 이쁘니까."

 누구나 말했다.

 그녀는 이쁘다고.

 그만큼 시선을 많이 받고 인기도 많겠지.

 그만큼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을 거다.

 그런 환경이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은 늘 주변에 많을 것이다.

 그런 환경에 이미 익숙해 있는 그녀일 것이다.

 어쩌면 나 같은 사람의 마음을 생각할 필요도 생각해 볼 일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주변 사람들 중 하나다.

 언젠가 알아서 멀어질 그런 사람.

 그런 약자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생각이 났다.

 갑자기 말이다.

"분명, 그 카톡을 제일 많이 한다는 사람도 나 같은 사람일걸?"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혼자 좋아하고, 혼자 특별한 감정을 지닌다는 것은 혼자만의 것이기에.

 다른 누군가에게 강요할 수 없다.


 가끔은 그런 말이 나오곤 했다.

 짝사랑을 끝내는 방법은 고백을 하는 거라고.

 아니다.

 고백을 받아준다고 한들, 상대방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못 받아들일 수도 있다. 설령 그녀가 나를 거부한다고 한들, 내가 계속 짝사랑할지도 모른다.

 고백을 한다고 해서 공평하지 못한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짝사랑을 끝내는 방법은 단 하나다.

 그 불공평함을 견디지 않는 것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남자 친구의 첫 연애가 늦었던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