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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May 11. 2019

깊은 외로움은 사랑하고픈 겁쟁이로 만든다.

 한참 외로워질 때가 있었다.

 어지간하면 혼자 티비를 보면서 캔맥주를 하나 까면서 영화를 보곤 했다.

 하지만 그것마저 질릴 정도로 외로워질 때면, 도저히 어떠한 방법을 써도 외로움을 없앨 방법이 없었다.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조금이라도 외로움이 사그라질 것 같았다.

 그게 연인 사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갑자기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계속 생각하다 보면 하루빨리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분명 그만큼 외로웠던 거다.

 


 그렇게 늘 집으로 가는 퇴근길에는 밖에서 앉아서 쉴 수 있는 편의점이 없어서 늘 아쉬웠다.

 그것만 있다면 바로 근처에 있는 아는 지인을 불러서 술 한잔이나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상당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연찮게도 나와 비슷하게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다른 한 명이 있었는데, 외로운 건 서로 같았던 건지 먼저 나에게 연락을 준 바람에 오랜만에 만남이 성사가 되었다.

 그곳은 내가 생각했던 편의점이 아니지만 작은 치킨집이었다.



 그녀는 남자 친구와 헤어진 지 4개월이 되어가던 때였고, 그 남자 친구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기보다는 장거리 연애를 하는 것을 버틸 수 없어서 헤어졌다고 한다.

"그냥. 마냥 그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연락이 잘 안 된다는 게, 바로 옆에 없다는 게,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다는 게, 그 사실만으로도 너무 힘들더라고."

 그렇게 그녀는 괴로워하고 싶지 않아서 이별을 택했고 특별할 일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그게 오히려 기다림에 지치고 괴로운 것보단 낫다고 말했다.

 그녀는 치킨은 먹지도 않고 생맥주만 계속 들이키곤 다시 말했다.

"안 그래도 요새 사는 게 재미없었는데, 이렇게라도 봐서 좋네."

"얼마 전에 생일이었잖아." 나는 그렇게 물었다.

 그러곤 그녀는 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말했다.

"맞다 그거. 나 그날 네가 그렇게 선물을 보낼 줄은 몰랐다?"

 그녀와 만나기 며칠 전에 카카오톡에선 그녀의 생일임을 알려왔고, 무엇이라도 하나 해주고 싶은 마음에 아주 조촐한 선물을 하나 보냈었다.

"그래 봤자 아이스크림 하나로 뭘."

"그래도. 내 주변에는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선물 안주는 경우가 태반인데, 그렇게 줄지 몰랐지."

"일주일 전에 이미 떡밥을 던져놓은 게 누군데."

 그녀는 그렇게 이미 생일을 예고하곤 했었다.

 카카오톡에서 알림이 있었지만, 그래서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니, 그래도 그렇게 떡밥을 물어줄지는 몰랐지."

"그걸 왜 안 물어줌?" 나는 큭큭대면서 웃었고 그는 조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그래도 친한 사람들도 잘 안 챙겨주는 게 태반이라니까? 나만 그런 건가?"

  우리는 그렇게 웃으면서 맥주잔을 부딪혔다.


출처 pngtree



 사실 그녀가 남자 친구와 아직까지 연애를 하고 있었다면 그런 선물 하나 보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도 않았고, 그때는 나와 연락을 하면 그 흔적을 그때그때 지우던 그녀였기 때문에.

"뭐, 그래서 이렇게 보자고 한 거기도 해. 생각이 났거든. 일상이 지루하기도 했고."

"그 선물 하나 보내기 진짜 잘했네."

 그렇게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그녀를 데려다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리곤 다음에도 또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방금 전까지 흔들고 있던 내 손이 무안해지기도 했다.


 친구로서 그냥 볼 수 있는 거겠지만, 어째서인지, 뭔가 용기가 필요한 느낌이 드는 게 꺼림칙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꺼림칙함이 들었던 것은, 그녀를 좋아한다기 보단 내 외로움이 너무나도 많이 쌓여서 그녀라도 좋아하고 싶다는 감정으로 대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보다도 스스로가 더 치졸해진 느낌이 들었다.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사람끼리 만난다고 하긴 하던데."

 라고 중얼거리며 합리화를 해 보려고 했지만,

 그게 어째, 그녀가 남자 친구와 헤어졌으니 내가 다가가야겠다 라는 식으로 스스로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그래도 어째,

 그녀의 집을 계속 보게 되는 게.

 정말 사랑을 하고 싶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등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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