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도시락 하나를 집어 들고 계산했다.
그리고 전자레인지에 2분가량 데우기 시작하니 얼마나 잘 데워졌는지 도시락의 투명한 플라스틱 뚜껑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양손을 집게손가락으로 도시락을 집어 들어 정사각형의 2인용 테이블에 앉아, 혼자만의 식사를 시작했다.
한 도입을 먹고 나서 이번에는 사진을 찍어 볼까 했다.
요즘 나오는 편의점 도시락은, 도시락 전문 판매점 못지않게 잘 나오고 있었다. 단돈 3,500원에 산 도시락이라도 그 안에는 볶은 김치나 쥐포 조림, 동그랑땡에 달걀말이 그리고 닭강정과 불고기 들어갈 게 다 들어가다 못해 3,500원이 저렴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이기도 하다.
편의점 도시락을 먹게 된 이유는, 몇 개월 전 혼자 생활하게 되면서 해 먹는 게 귀찮아 편의점 도시락을 사용했는데, 그게 버릇이 된 거나 다름없이 일상 패턴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혼자 있게 될 때마다 그렇게 식사를 했다. 그리고 괜히 사진을 찍어 보기로 했다. 평소에도 음식을 먹기 전에 사진을 찍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괜스레 호기심이 났다.
근데, 사진을 찍고나 보니, 뭔가 말문이 막히는 것 같았다.
도시락이 얹어진 혼자만의 식탁, 그 반대편에 빈 의자가 괜히 씁쓸하게 만들었다.
왜 이렇게 궁상맞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친구가 그리 많은 건 아니지만, 돈독함을 아주 견고하게 이어져 가고 있는 친구도 있다. 일을 할 때도 충분히 같이 일하는 사람과 식사를 한다.
아, 그런 줄 알았는데, 매번 일에 치여서 뒤늦게 혼자 밥을 내 모습이 먼저 떠올렸다. 그건 분명 그런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혼자 하는 식사는 잡생각으로 뱃속으로 들어갔는지도 모르게 만들었다.
뱃속처럼 허무하긴 했다.
왜 내가 이렇게 계속 혼자 밥을 먹고 다니는 건지, 그런 생각에 대해 고민해 봤다. 딱히 혼자 밥 먹는 것에 눈치를 보이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익숙해지는 게 무서워지기도 했다.
반대편 의자가 빈 의자가 아니라 누군가가 앉아 있어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이 생긴다.
"나는 지금 외로운 걸까?"
너무 익숙해진 탓에 내가 외로운 걸 몰랐던 걸까?
누군가와 같이 식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면, 외로움을 느껴서 그런 게 아닐까?
도시락을 먹고도 허기가 생겨 라멘집을 찾았다.
그 집은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위해 앞쪽에는 의자가 없었다. 대신 일본 만화가 잔뜩 진열되고 있었다.
편의점처럼 마주편에 빈 의자를 볼 수가 없었다.
일본에는 양쪽 옆에 독서실처럼 옆을 쳐다볼 수 없도록 판막이가 설치되어 1인 식사를 위한 식당도 있다고 하던데, 그런 영향인 걸까? 아니면 그저 요즘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을 위해 나름의 실내 디자인인 걸까.
그런 환경은 왜 혼자 먹는가 하는 고민을 할 틈도 주지 않았다. 라멘은 꽤나 비싼 감이 있었지만, 밥이 무한 리필이 되어서 눈치 없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너무 많이 먹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돼지기름이 둥둥 떠 있는 국물에 강한 마늘향은 돼지국밥을 먹는 것처럼 싹 비우게 만들었다.
식사를 다 하고 잠시 속을 달래기 위해서 물 한잔을 가져왔다. 그러곤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의 옆쪽에도 나처럼 혼자 식사하는 다른 여성도 있었고, 뒤통수 쪽에는 학생 친구들끼리 식사를 하기도 했다. 그쪽은 4인 식사가 가능하게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막 라멘을 처음 먹는지 혼자 온 아저씨가 메뉴 추천을 받기도 했다.
나는 다시 앞쪽을 쳐다보며 진열되어 있는 선반 속 만화책들을 바라보았다. 아마 혼자 밥 먹는 데에 익숙해지는 건 이렇게 식당에서도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배려해 주니까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지금 내가 똑바로 앉아 있는 것으로 뒤쪽에 친구들과 밥을 먹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되고, 편의점에서 처럼 빈 의자를 보지 않도록 말이다.
사회는 우리가 혼자서 밥을 먹도록 도와주고 있는 건가?
그게 도와주는 걸까?
무엇보다. 혼자 밥 먹는 것 때문에 뭘 이리 고민해야 하는 가 싶었다. 그저 밥을 먹을 때 외로움을 느꼈다는 건, 밥 먹을 때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외로웠다는 것일 텐데, 나는 그것을 식사에 핑계를 대면서 외로움을 모른 척했던 걸 아닐까.
혼자 밥을 먹어서 외로운 게 아니라, 외로워서 누군가와 가 아닌 혼자 밥을 먹고 있었다.
"그게 익숙해져서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할 거야."
* 눈의 피로가 오지 않도록 밝기 조절을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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