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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Jan 28. 2020

옆집 남편이 아내를 때리고 있었다.


 임대 아파트는 여러모로 불편했다.

 좁고 벌레도 많이 나타나고 위아래 층간의 층간소음도 있었으며 그만큼 옆집 간의 소음도 있었다. 한쪽에서 가만히 있으면 옆집에서의 대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아파트의 구조가 연립주택 같은 형식이다 보니 한 집을 반을 갈라놓기 위해 정중앙에 벽을 놓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살던 집의 옆집에는 5인 가족이 살고 있었다. 임대 아파트인 이상 그리 평수가 넓지도 않았다. 계약 면적은 11평 정도였으나, 복도 넓이와 엘리베이터, 주차장의 공용면적을 뺀다면 7~8평 정도가 되었다.

 그럼에도 5인 가족이 살 수 있다는 건 꽤나 놀라운 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가 이사 오기 전에는 유치원생 2명과 남편과 아내로 총 4인 가족이었지만, 밤새 넘어오는 신음소리가 몇 번 있고 몇 달이 지나서는 배가 불러와 갓난아이를 낳아 5인 가족이 되었다.


 그때 까지만 해도, 정말 저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나 보다 싶었다.

 하지만. 그래도, 옆집의 신경을 쓰면서 다른 모텔이나 호텔에 가서 성관계를 하려고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건 이해를 못하겠고 그리 좁은 곳에서 아이를 셋을 만들 정도로 부부를 서로, 또 가족을 사랑하나 보다 싶었다.

 새벽마다 신음소리가 넘어오곤 했었는데 넘어오는 소리에 곤란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쪽 아이들이 그 집안에 있었던 것 같아 저래도 상관없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상황 그대로. 좀 지나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점점 앞서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5인 가족이 되고 3개월이 지나지 않을 시점에선 새벽마다 신음소리가 아닌 괴성 소리가 넘어오곤 했었다. 그 괴성 소리는 옆집인 우리 집뿐만이 아니라 위 아랫집까지 들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아씨. 또 시작이다 또!"

 아버지는 계속 반복되는 새벽 싸움 때문에 잠을 못 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우선적으론 경비실에 전화해서 싸움을 말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경비원을 부르면 그날은 조용했지만, 다음날은 또다시 괴성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었다.

"야이! XX년아!!!" 그리고 이어서 무언가 던져지고 깨지는 소리.

 반사적으로 옆집의 아내가 "꺄악!" 하며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는 그 소리를 잠시 듣고만 계셨다. 그에 따라 나도 따라 듣곤 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속삭였다.

"야. 왜 애들 울음소리도 안 들리는 거냐?"

 보통 집안에서 부부싸움이 크게 일어나면 아이들이 반응하여 울음을 터뜨리거나 할 텐데. 아이들의 목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아예 없는 것인지 그저 숨죽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아버지는 결국엔 경비실에 옆집에 큰일 났다고 연락을 했고 이어서 경찰을 부르기까지 했다.


 그리고 5분 정도 지났을 때까지 우리는 그 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점점 남편의 목소리는 격양되고 있었고, 아내는 울부짖는 소리만 들려왔다. 아내 또한 반항하며 소리치고 공격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것처럼 연상이 되었다.

 그 5분이 지나 경찰이 왔을 때에는 한순간 바로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왔다면서, 집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옆집의 남편에게 요청했다.

 그리고 그 남편은 말했다.

"뭐야? 누가 신고한 거야?"

 그 순간 나는 뜨끔했다. 괜히 보복을 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담담하게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잠잠해지나 싶었더니 경찰들은 허탈하게 물러섰고, 다음날이 되어 그 남편은 우리 아버지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젯밤에는 죄송했습니다. 제가 술에 취하면 좀...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해왔고, 아내 역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곤 했다.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남편은 술을 마시면 그렇게 실수를 하는 일이 있다면서, 계속 사죄했다.

 누가 자신들을 신고했기 때문에 보복성으로 불안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애초에 이 사람들은, 특히 남편은 무자비해 보일 정도로 폭력적인 소리로 건너편에 있는 우리를 위협하고 있었다.

 어쩌면 다음에도 또 싸움이 있다면, 우리 보고 들으라고 더 큰 폭력적인 소리를 내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만큼 정상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처럼 평안한 생활은 오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서 또다시 그런 폭력사건이 일어났었고, 아버지는 또다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출동했고(마치 여러번의 신고가 있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3분도 되지 않아서 바로 도착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집안으로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경찰은 이렇게 계속 신고를 받은 이상 집안을 살펴봐야 할 수밖에 없다고 했으며, 남편은 무슨 권리로 그러냐고 말했다. 반대로 경찰은 경비원에게서도 남편의 집안에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고 가정폭력으로 예상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고 여러 증언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어째서 경찰이 공권력이든 힘으로든 집안으로 바로 들어가지 못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후에 알게 되었던 건 남편은 현관문에 안전 문고리를 걸어서 밖에서는 절대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해 놓았고, 손잡이 아래쪽에서는 식칼을 들어 경찰에 보여주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 119 대원들까지 출동하기도 했다.


"대체 왜 이렇게 사건이 커지는 거지?"

 무엇보다 이사 오고 나서도 화목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 옆집이었다.

 부침개를 하면 우리 집에 나누어주기도 했고, 우리 또한 무언가를 하면 옆집에 건네주기도 하고, 지나가다 마주치면 웃는 얼굴로 일상에 대해서 대화하기도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것도 끈겼는지도 모른 채 이렇게 바뀌어 버리고 있었다.

 애초에 가정폭력이라는 건 그리 작은 사건은 아니다. 규모로 봐선 작은 사건이라고 할지 몰라도 가정폭력은 그 아이들도 자라면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떤 영향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옆집 벽 쪽에서 소리가 나는 게 아니라 베란다 쪽에서 무언가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분명 119 대원들이 출동하는 것 보고 주민분들이 구경을 나와서 떠드는 소리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경찰은 안전고리 틈으로 집안을 들여다보며 소리치고 있었다.

"이봐요! 멈춰요! 진정하세요!"

 그렇게 계속 외쳤다.

 그리고 119 대원들은 더 급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나와 아버지는 베란다 쪽으로 다가가 보기로 했고, 베란다 창문의 잠금장치를 여전히 잠가놓은 채로 밖을 내다봤지만 밖에는 주민의 모습이라곤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구급대원들 뿐이었다.

"대체 뭔 일이 있는 거지?"

 그리고 구급대원들이 손짓하는 것에 따라 우리는 시선을 돌려보았다.

 아직까지도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당연한 게 베란다에서 우리가 얼굴을 내밀고 보지 않는 이상 바라볼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남편은 그렇게 아이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아내를 폭행하고 경찰들과 119 대원들의 모습이 보이자

"뛰어내릴 거라고!!"라며 투신 시도를 하려고 있었다.

 우리가 있는 층은 4층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흙과 잡초들이 아주 무성했고, 이미 119 대원들도 투신에 대비해서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있었다.


 결국엔 겁에 벌벌 떨고 있던 아내는 결국 아이들을 데리고 안전장치를 풀고 밖으로 나왔으며 그 동시에 경찰들이 진입을 했다. 남편은 그대로 아래로 뛰어내리지 못하고 결국 경찰들의 설득에 의해 순순히 경찰서까지 따라갔다.



 분명 우리는 걸리는 죄목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 경찰들을 식칼로 위협하기도 했었고, 가정폭력의 건도 있었으며, 투신자살까지 하려고 했다. 물론 투신자살이 무슨 죄명이 들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관여한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 남편은 우리 집을 찾아왔다.


"저기... 저희 이사 합니다."

 그동안의 소란에 죄송하다며, 또다시 사과를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건너편에 있는 일반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아무래도 식구가 많다 보니 여긴 너무 좁다고 했다.

 대체 가정폭력의 건은 어떻게 이어지는 건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 남편에게 물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더 웃긴 건 그 아내 또한 기쁜 듯이 아이들과 함께 이사할 준비를 하며 떠났다.


 나는,

 진심으로 저 부부가 사랑해서 같이 사는 건지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때의 일은 분명 2010년인가 2011년쯤이었을 것이다.

 그 남편은 여전히 아내를 때리고, 아내는 그럼에도 같이 살고, 그 아이들은 또 어떻게 컸을지 궁금해졌다.

 혹시나 내가 질문을 한다면의 가정을 세우고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보곤 했다.

"설마... 사랑해서 같이 산다는 말은 하지 않겠지?"


 이젠 정말 모르겠다.



2018년부터 2019년 초까지 연재되었던 '사랑할 때와 사랑하고플 때'가 책이 되어 찾아왔습니다. ^^

브런치의 추천작품으로서, 또 연재되기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던 이야기가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너무 기쁘네요 ㅎㅎ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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