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새롭게 일을 가르쳐줘야 한다.
아직 서류 작업을 하는 부분에선 바로 맡기기 어렵기 때문에 제일 밑에서 받쳐줘야 하는 일들을 가르치고 시킨다.
주방도 마냥 다르진 않다.
일반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이 들어간다고 해서 아예 그 회사 계열 쪽의 일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닐 것이다. 최소한 공부한 것과 기술을 습득한 게 있었을 테니 말이다. 주방도 마찬가지다. 칼질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사람도 있고 기존에 있는 직원들보다 스킬이 좋은 사람도 있다.
그리고 회사에서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되는 낙하산 신입마냥 주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 들어오는 경우도, 물론 존재한다.
어느 날 신입이 들어왔다.
그는 저번에 면접을 보았지만 채용되지 못했고, 두 달 후 다시 채용소식을 듣고 바로 지원했다. 사장님은 그 마음이 귀여웠는지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그렇게 일하고 싶다고 졸라대는 듯한 면접자는 처음이라고 채용했다.
그는 초보자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대학교까지 요리에 대해서 공부를 했고, 이전에는 일식집에서 일을 하다가 여기 이탈리안식으로 일을 하러 오게 되었다.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약간 탈모도 있었기에 머리도 자주 빠지는 듯했는데, 더군다나 모자 하나 쓰지 않아서 바닥에는 머리카락의 수가 더 늘었다. (사장님은 딱히 모자를 쓰는 걸 강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잔 실수가 생각보다도 많았었는데 피자 40판을 만들려면 4개 정도는 꼭 태우거나 손님에게 나가지 못하는 피자를 만들기도 했으며, 실수율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으니까 착잡해했다.
"아. 진짜 이것밖에 안되나 싶어서요."
사실 피자를 구워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당시에 구워내던 피자는 화덕식으로 400도가 넘는 온도에서 손을 넣어서 이리저리 골고루 익도록 돌려줘야 하며, 잠시 늦었다간 바닥이 전부 다 타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피자만 구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다른 걸 잠시 신경 쓰다간 금방 태우곤 했다.
그건 생각보다 여파가 있다.
손님의 테이블에 주문한 음식이 웬만하면 첫 음식이 나오고 5분 안에는 모든 음식이 나와야 하는데, 하나가 실패해서 밀리게 된다면 그 뒤에 것도 밀리게 되어 실수한 부분에서 다시 모든 사람들이 스피드를 맞춰줘야 했다.
그렇기에 40개를 구워내는 동안 4개를 실수한다는 건 생각보다 적은 실수를 하는 게 아니다.
4번이나 실수를 하는 것이다.
그는 이탈리안식에 도전하는 게 잘못이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로를 자책했다.
"일식집에 있었을 땐 이렇게나 실수를 많이 한 적은 없었는데..."
"거기선 뭘 주로 했었는데?"
"주로 재료 손질을 많이 했죠. 튀김류를 많이 팔다 보니 그 이전 과정까지 말이죠."
"그럼 왜 굳이 거길 다니다가 이탈리안식으로 바꾼 거야?"
"딱히 거기서 잘하고 있던 것도 아니고, 잘하는 분야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요. 그래서 이쪽에도 한번 일하면서 배워보고 싶었어요."
그는 그렇게 우울해했지만, 이내 계속 적응해 나갔다. 그가 완전히 실수율을 1/80 정도로 낮추었을 땐 약 7개월 정도 걸렸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피자 말고 파스타도 만들어보기 시작했었는데, 다시 실수율이 높아지곤 했다.
그는 다시 기가 죽으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위로 한번이 힘이 되었는지 금방 잘 하곤했다.
"아직 안 해봐서 그런 거야. 못하는 게 아니라."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는 곧잘 파스타를 만들곤 했다.
그 누구도 잘하는 일을 한다고 한들 실수가 없는 법은 없으며, 최소한의 실수율을 낮출 때까지의 '경험'과 '학습'이 부족할 뿐이다.
잘하는 게 없다는 건, 그만큼 해본 게 없다는 것이다. 열심히! 꾸준히!
2018년부터 2019년 초까지 연재되었던 '사랑할 때와 사랑하고플 때'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으로 책이 되어 찾아왔습니다. ^^
브런치의 추천작품으로서, 또 연재되기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던 이야기가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너무 기쁘네요 ㅎㅎ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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