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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Feb 01. 2018

그리워, 보고 싶어, 잘 지내란 말이 무색해 질만큼

 언제부터인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새벽까지 잠을 설치곤 했다.

 이번에는 잠이 잘 올 것 같은 눈꺼풀의 무거움을 느껴 침대 위를 향했다.

 시간은 새벽 2시. 모두 이미 내일을 위해 잠을 들 시간. 나도 이번엔 평소보다 일찍 잠에 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아닌 휴대폰이 진동으로 밤잠을 설친다.

 그 사람이었다.

 순간 손가락이 멈추었지만, 곧바로 통화 버튼을 체크했다.


 "오빠? 자고 있었어?"

 "아니, 괜찮아."


 그녀의 목소리에 콧소리가 들어간 게 술을 마신 거 같았다.

 숨을 헐떡이는 것 같았고, 시간으로 보아 집으로 돌아가는 오르막 길인 것 같았다.


"오빠, 나 힘들어."

"..."

 무슨 말을 해줘야 하나 고민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야?"

"응."

"거기 오르막길 엄청 쭉 뻗어 있잖아."

"응."

"... 괜찮아?"

"아니... 말했잖아. 힘들다고, 힘들어서 죽겠어. 근처에 좀 앉아야겠다."


 무슨 말을 선뜻해주지 못하였다. 그녀가 먼저 말을 해주기를 기다렸고, 헐떡이는 그녀의 숨소리를 들으며 목소리가 건너올 때까지 기다렸다.


"오빠는 괜찮아?"

 문득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

"응? 말해봐."

"아니, 괜찮지 않아."

"왜? 오빠는 무슨 일이 있는데? 나처럼 오르막길이라도 오르고 있어?"

"아니, 자려고 누워 있지만, 편하지는 않네."


 우리는 그저 서로를 떠 보는 것처럼 빙빙 돌았다.

 그녀는 어느 부근에서 이렇게 전화를 하는 걸까. 시간이 몇 시인데,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걸까. 차라리 내가 그쪽으로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녀는 이내 다시 일어서서 걷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우리 영화 보러 같이 갔었잖아? 공포영화였지만."

"응 그랬었지."

"공포영화 싫어하면서 같이 봐줘서 고마워. 사실 따로 할 말이 있어서 전화했어."

 나는 침대 위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다시 만나면, 그래도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너무 어색하고 불편하더라.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오빠 눈을 보니까 알겠더라고.

동시에 나도 어려운 걸 느꼈고.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고, 아직도 있었기 때문에, 다시 만나보면 괜찮아질 줄 알았어.

하지만 아니더라.

좋아해서 오빠를 만났던 시간인 만큼 그 시간들이 소중해서 기억에 남았어.

그런데 그 기억 속에 내가 잘못한 게 너무 많아.

그래서 나.

이거 마지막 전화로 하려고 마음먹었어. 도저히 술 도움 없이는 전화를 못 걸겠더라."


 울먹임도 없이, 헐떡거리는 숨소리도 없이, 간결하게 그녀는 목소리를 남겼다.

 따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 말이 돌아오지 않자 "끊을게." 하고 끝을 냈다.

 아마, 이게 우리 둘의 마지막 대화로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할 말이 많았는데, 어쩜 이렇게 일방적인 거냐."


 그녀 또한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겠지만,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마지막이 되는 건 너무 비겁했다.

 나도 다시 전화를 연결했다.

 하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하다 못해 나는 음성 메시지라도 남겨야만 응어리가 풀릴 것 같았다.


 이게 우리 둘 사이의 마지막 음성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웠어.

그래서 매번 잠을 못 이르고 있었어. 

그런데 운수 좋은 날이라고, 잠이 올 것 같은 날에 네 전화받고 언제 잠이 들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잘 지내?

나는 그 말이 무색해질 만큼 보고 싶었어.

항상 후회했고 용서를 구할까 생각했지만.

너를 다시 만나고 예전 같이 돌아갈 수 없다고 직감이 왔어.

웃기지 않아?

지금 이 순간도 너를 좋아하는데.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니까,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까.

서로 또다시 괴롭히는 게 겁나는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그만 중지 버튼에 손을 가져다 대고 말았다. 결국 혼잣말이 되어버렸다.

 더 이상, 어떤 말로도 우리의 종점을 더 이상 해집어 놓기 싫었다.

 어쩌면 우리가 서로 좋아하는 이유는 그때 그날의 기억이 아직까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뜨겁게 사랑하고 맹렬하게 너만 바라보았다.

 그래서 서로가 다치는 줄 몰랐지만, 그래도 사랑했었다.


 

"잘 자."



https://youtu.be/o6HFiVaK15I


 실수로 인해 헤어지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아요.

 한 연인이 헤어지면 그리워하는 가능성은 두 사람의 몫으로 변하기도 아예 존재하지 않기도 하는데, 어떻게 해서든 헤어진 사람을 잊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 사람을 잊고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을지, 고민만 앞서고 잘 해내지 못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만큼 그 사람은 소중했으니까.


 하지만 분명, 그 마음이 계속 남는 한 상대도 그 마음이 남아 있을 테니 혼자 견뎌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헤어짐은 서로가 이겨내는 거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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