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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28. 2016

09.  잘 벗어나야 할 두 가지, 사춘기와 스마트폰

<대한민국 엄마 구하기>

중2병, 사춘기에 대한 엄마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많은 엄마가 자주 비슷한 질문을 합니다.


□ 지금은 괜찮은데 후에 아이의 사춘기에 대처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_ 서울 강남 

표현은 점잖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엄마들의 불안과 걱정, 두려움을 잘 압니다. 사춘기의 절정을 치닫는 아이 얘기를 하면서 한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저도 같이 삐뚤어지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팀워크를 잘 다진 관계에서 사춘기는 말 그대로 전화위복이 됩니다. 팀워크만 좋으면 사춘기를 무사히 잘 넘기는 것뿐 아니라, 가족이 더 훌륭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엄마가 아이의 사춘기가 생략되거나 단축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엄마의 마음에는 여전히 아이를 관리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숨어있습니다. 관리를 포기하고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 어렵지 않게 아이의 사춘기를 잘 넘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엄마가 아이의 사춘기 방황을 잘 관리해서 공부 쪽으로 유도하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입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보통 부모와의 갈등을 겪게 되므로 미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실천하면 사춘기에 쉽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사춘기의 절정을 지나고 있어도 아이가 엄마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이유 없는 반항, 이해하기 어려운 일탈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그런 일을 겪으면서 느끼는 감정을 엄마가 제대로 읽어주면 아이는 결코 엄마를 궁지로 몰지 않습니다. 궁지에 몰린 자신을 지켜주는 구세주 같은 엄마를 어떻게 힘들게 할 수 있겠습니까?

한때 가문의 자랑이었던 딸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집안 망신이 되었다며 찾아온 사례를 소개합니다. 엄마 손에 붙잡혀 억지로 따라온 딸의 모습은 그간 엄마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게 했습니다.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다는 엄마, 엄마 말을 들으면서 씩씩대는 딸을 두고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춘기 방황과 갈등의 원인은 엄마에게 있는 것도 아이에게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정상적인 인간의 발달 과정과 지금의 사회 시스템이 충돌하기 때문에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엄마와 아이 모두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서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꽤 길게 했던 것 같습니다. 제 얘기의 목적은 엄마와 아이의 입에서 한마디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엄마 입에서 그 한마디가 나왔습니다. “나도 힘들지만, 너도 참 힘들었겠다!” 한참 머뭇거리던 딸도 한마디 합니다. “나도 힘들지만, 엄마도 정말 힘들었겠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당연히 화해의 포옹과 눈물이겠지요. 위기로 치닫기에 십상인 사춘기를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평생 함께 갈 수 있는 친구가 된 한 모녀의 사례였습니다.
    

 
아이들이 겪는 사춘기보다 더 엄마들을 걱정하게 하는 것은 아이들의 스마트폰, 디지털 미디어 중독입니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바로 게임과 스마트폰입니다. 보통 아이의 공부에 방해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는 부모의 판단으로 전쟁이 시작됩니다. 부모 주도의 통제를 시도하지만 대부분 저항에 부딪힙니다. 갈등이 심해지면 서로 타협점을 찾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이가 약속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깨집니다. 
     
아이가 중독인 것 같다는 부모의 걱정이 시작되고 전문가나 전문기관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 관계는 엉망이 됩니다. 엄마 혼자 힘으로 어려워지면 아빠까지 나서서 아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지만, 아이들의 저항이 더 심해질 따름입니다. 부모 주도, 특히 엄마 주도의 관리와 통제는 대부분 엄마와 아이, 가족 모두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막을 내립니다.
     
아이가 평소 가족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게임에 대한 욕망을 키웁니다. 관계의 불편함은 게임을 하고 싶은 욕망을 낳고, 그런 욕망에 사로잡힌 아이를 보면서 부모의 통제가 강해지면 관계는 더욱 험악해지고 아이의 게임 욕망을 더 키우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게임보다 더 즐거운 시간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가족력을 발휘하여 아이에게 건강한 즐거움을 선사하면 관계는 좋아지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이 스스로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자제하는 자발적 노력을 하기 시작합니다. 악순환이 아니라 선순환이 시작되면 어렵지 않게 ‘중독’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가 위기가 아니라, 그런 아이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어 중독 상태에 빠지게 하는 관계가 위기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한 중학생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전에는 게임에 몰두하는 시간이 많아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적었어요. 옛날에는 같이 TV라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제가 게임을 많이 하면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 같아요. 그런데 캠프 이후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요즘에는 가끔 밤에 가족끼리 산책을 하는 등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렸는데, 자연스럽게 제가 컴퓨터를 덜 하게 되더라고요. 피시방 가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고, 보통 주말 점심은 친구들과 먹었는데 이제는 가족과 함께 먹을 때가 많아요.” _ 경기 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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