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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02. 2016

02. 대뇌가 자극을 받으면 몸이 반응한다.

<마음을 숨기는 기술>

          

대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다른 사람이 직접 볼 수는 없다. 정작 자신의 속내를 들킬 때는 대뇌의 자극으로 신체 반응이 나타날 때다.

무언가를 감추고자 하는 심리가 생기면 우리의 표정은 신체의 자극을 받는다. 그래서 얼굴이 빨개지거나 창백해지는 변화가 나타난다. 이런 반응들은 자신의 마음을 잘 숨기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속이려 할 때 흔히 나타나는 생리적인 현상이다.

당신이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고 한다면 그때 보여주는 감정은 가짜일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가짜 감정을 자신의 진짜 감정인 양 포장하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가짜 감정을 진짜 감정처럼 포장하는 데 서툴다. 그 이유는 다들 몸으로 하는 ‘연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표정에 드러나는 ‘대사’에는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FBI 조사실에 세 명의 용의자가 들어왔다.
세 명 모두 매우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FBI 요원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때, 무서운가? 자, 나를 봐.”

세 명의 용의자가 고개를 들었다.

“너희 세 명 중 진짜 범인은 단 한 명이다. 지금 우리는 진범을 가려내기에 충분한 증거들을 이미 확보했어. 사건 현장에서 범인의 혈액을 발견했거든. 그런데 혈액 분석 결과 범인은 지금 심각한 전염병을 앓고 있는 걸 알았지. 그러니 병을 더 키우고 싶지 않다면 빨리 자백하는 게 좋을 거다.”

사실 세 명이 다 용의자는 아니었다. 중간에 앉은 사람은 정보를 얻기 위해 투입한 FBI 요원이었다. 그는 의도적으로 손에 상처를 입어 피 흘린 것처럼 연출했다. 그는 동료 요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두 명의 용의자에게 피 묻은 손을 보여주었다.

이를 본 두 명의 용의자는 순간적으로 몸을 피하는 동작을 취했다. 한 명은 공포에 질린 듯한 눈빛이었다. 다른 한 명도 똑같이 몸을 피하는 동작을 취하긴 했지만, 처음에는 차분한 얼굴이었다가 뒤이어 몹시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오랫동안 유지했다.

이를 본 FBI 요원은 두 번째 용의자를 따로 데려가 신문했다. 역시나 범인은 그 사람이었다.

FBI가 두 번째 용의자를 범인으로 확신했던 이유는 그의 표정에서 단서를 읽어냈기 때문이다. 만약 진범이 아니라면 지금 자기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전염병 환자임을 알았을 때 나타나는 감정은 공포여야 한다. 하지만 그는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그 전염병 환자가 바로 자신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함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범인은 애써 겁먹은 표정을 지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게 결정적인 실수였다. 사람이 진짜로 놀라거나 겁을 먹었을 때의 표정은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진다. 만약 그 표정이 1초를 넘긴다면 어떤 경우라도 가짜다. 이것이 결정적인 단서였던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을 숨기려는 사람이 곧바로 ‘정확한’ 표정을 지어내기 힘들어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위장의 고수는 표정을 상황에 맞게 자유자재로 지어낸다. 그들이 어떻게 이런 능력을 갖추었는지, 더불어 당신이 일상에서 어떻게 ‘배우’가 될 수 있는지는 책 뒷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 그러면 당신에게 다리를 떨거나 코를 만지는 등 평소에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이 없는지 한번 짚어보도록 하자. 만약 이것을 단순한 습관이라고만 생각하면 착각이다. 평소 신경 쓰지 않는 사소한 동작들 역시 대뇌의 자극으로 말미암은 결과임을 알아야 한다. 대뇌의 자극으로 나타나는 두 번째 신체 반응은 몸짓이다.

마음을 숨기고자 할 때 대뇌는 우리 몸에 어떠한 자극을 줄까? 미국 시카고의 후각미각치료연구재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감정이나 어떤 사실을 숨기려 할 때 우리 몸에서는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카테콜아민(catecholam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그 결과 콧속의 세포가 부풀어 오르고 혈압이 상승하는데, 그러면 코가 팽창하고 비강의 말초신경에서 간지러운 느낌을 전달한다. 바로 이 간지러움을 해소하려고 손으로 계속 코를 비비게 된다.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에 휘말렸을 당시, 함께 조사에 참여했던 FBI 요원은 연방 대배심에서 클린턴이 증언을 하면서 스물여섯 번 넘게 코를 만지는 행동에 주목했다. 이는 거짓말을 할 때 보이는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이로써 결국 클린턴이 거짓 증언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람이 취하는 모든 동작에는 나름의 의미가 숨어 있다. 사람의 몸은 대뇌의 명령 없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마음을 숨기려고 할 때도 대뇌의 지휘 아래 신체 자극을 받아 그에 상응하는 몸동작을 취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감추려 할 때 보이는 몇가지 반응들을 살펴보자.


거짓 웃음

사람들은 속마음을 숨기려 할 때 흔히 거짓 웃음을 짓는다. 김용(金庸)의 소설 《녹정기》의 주인공 위소보(韋小寶)가 바로 이런 인물이었다. 위소보는 위험에 맞닥뜨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때면 먼저 큰 소리로 웃어 젖혔다. 상대방이 도대체 그가 왜 웃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들어 속여 넘길 의도였던 것이다. 만약 그때 전문가와 마주쳤다면 위소보의 이런 방법은 통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을 숨기려 할 때 위소보처럼 거짓으로 웃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위소보처럼 과장된 웃음은 물론 찰나에 스치는 미소도 허점이 될 수 있다.


부자연스러운 언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숨기고 싶은 마음을 들킬까 봐 일부러 화제를 자꾸 바꾼다. 어떤 사람은 갑자기 목소리를 키우거나 말을 빨리하기도 한다.


입 마름 현상

자신을 숨기고 싶은 사람은 계속해서 침을 삼키거나 입술에 침을 바른다.

이 세 가지 반응은 모두 대뇌의 명령으로 신체가 반응한 결과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싶을 때 대뇌의 자극으로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아울러 정말 마음을 숨기고 싶다면 앞뒤 논리에 맞는 말뿐으로는 부족하며, 표정과 동작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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