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2>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낙하산도 없이 뛰어내리기보다, 연착륙을 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심해어가 말했다. (‘낙하산’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못해서 ‘파라솔인가 뭔가’라고 하는 바람에, 진지하던 대화가 갑자기 코미디로 바뀌었다.) 그 말에 충분한 일리가 있어 일단은 납득해놓고도, 갸웃거리며 한참을 생각했다.
만약 비행기에 타고 있는 게 안전하지 않다면, 무사히 비행을 마친다 해도 어디에 착륙할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면, 그런데 비행기의 고도가 낮고 지금 바다 위를 날고 있다면, 해본 적은 없으나 바다에서 수영을 할 수 있다면, 때맞춰 구조될 수 있다면? 위험하고 무모한 시도를 검토하며 내게 구명조끼나 낙하산이나 하다못해 파라솔이라도 있는가 뒤져본다. 싫든 좋든, 선택은 내가 해야한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것은 과연 ‘안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