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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08. 2016

06. 업무보다 힘든 점심 메뉴 결정

<직장 정글의 법칙>


나신입(나몰라 신입) / 허대리(허당 대리)/ 이과장(이기적 과장) / 백차장(백여우 차장) / 장부장(장남아 부장)

신입은 점심시간이 두렵다.

선배들이 오늘은 뭐 먹을 거냐고 묻기 때문이다.

막내가 메뉴를 골라놓는 건 마케팅팀의 오랜 전통이라고 했다.

국밥을 고르면 날씨는 고려하지 않느냐는 핀잔이 이어지고 김치찌개를 골랐다고 하면 집에서 맨날 먹는 거 나와서 또 먹느냐고 투덜대기 일쑤.

청국장은 냄새나서 안 되고 된장찌개 잘하는 집은 손님이 많아서 매번 줄 서야 하니까 안 되고 칼국수는 밀가루 음식이라 싫단다. 도대체 뭘 먹자는 건지.

이 와중에 개성 강한 백차장이 한술 더 뜬다.

“먹기 싫은 메뉴를 먹기 싫은 사람과 먹으면서 내 돈을 내야 하는 고역이 팀 점심이야. 정말 짜증 나. 난 스파게티를 먹고 싶다고.” 휴, 대체 어쩌라는 건지!

아저씨들은 느끼한 음식을 싫어하고 탕 종류를 좋아한다기에 백차장 눈치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동태탕 어떠냐고 했더니, 이과장이 딴지를 건다. 요즘 동태는 국산이 별로 없어서 먹기 싫다나? 아는 것도 참 많다. 그럼 각자 알아서 고를 것이지 왜 신입에게 시키는 걸까? 하지만 이미 부장의 지시는 떨어졌다.

“신입이 일주일 치 아니, 한 달 치 메뉴 정해놔.”

신입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한 달 치 메뉴를 정했고 선배들의 눈치를 보며 내놓았다.
다음 날 점심시간, 어김없이 선배들의 대화가 시작됐다.

“자, 점심 먹으러 가야지.”
“오늘은 뭐 먹을까?”

선배들의 말에 신입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제가 식사 계획표 짜서 게시판에 붙여놨어요. 오늘은 불고기 백반이고 참고로 내일은 오징어찌개, 모레는 생선구이, 글피는 볶음밥입니다!”

그때 이과장이 냉큼 나섰다.

“부장님, 어제 과음하셨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해장국이 좋지 않을까요?”

백차장이“또 해장국이야? 어제도 먹었잖아. 차라리 오늘은 된장찌개 어때요?”하고 제안했지만 부장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원하면 원하는 대로 가야지. 자, 이과장 말대로 해장국 먹으러 가지.”

어차피 이럴 거 괜한 짓을 했다 싶어 신입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어제도 해장국 그제도 해장국 먹었는데 매번 이럴 거면 왜 날 더러 메뉴를 정하라고 한 거야?’

그때 마치 신입의 속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했다는 듯 부장의 한마디가 이어진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고, 우리 팀의 원칙은 점심 메뉴 통일이야. 알았나?”



직장 정글의 법칙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 1위가 '오늘은 뭘 먹을까?'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만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서 매번 망설이게 되는데 이런 증세를 일명 '결정 장애'라고 한다.

현대인의 대다수가 겪는 결정 장애는 '햄릿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데. 선택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살다 보면 사소하게는 메뉴부터 크게는 인생을 바꿀 이직까지, 싫든 좋든 뭐든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갈등하는 시간을 줄이고 결정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칙을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 원칙은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메뉴를 선택할 땐 다양성이 중요한지 전날 숙취 여부가 중요한지 웰빙이 최고의 가치인지 아니면 상사의 취향인지, 그 원칙만 확실하게 정해놓으면 매번 선택의 기로에서 서성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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