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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03. 2017

01. 소크라테스와 변호사는 어떻게 논쟁에 이길까?

<사람을 움직이는 질문의 힘, 결정적 질문>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당대 최고의 달인으로 불렸다. 그는 ‘무지의 지(知)’를 내세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유일하게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뭐든지 아는 것처럼 으스대는 변론가들을 논쟁으로 굴복시킴으로써 상대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것을 즐겼다. 그러나 그는 너무 많은 변론가를 굴복시킨 탓에 원한을 사서 결국 재판에 넘겨졌고 사형이 내려졌다. 그 재판의 내용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크라테스의 논쟁 방식은 특별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에도 나오지만, 소크라테스의 논쟁은 오직 질문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는 결코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그 대신 상대에게 질문하고 답을 들은 뒤 다시 질문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그런데 그 질문은 상대가 앞에서 대답한 내용과 뒤에 대답한 내용이 모순되도록 교묘히 설계되어 있었다. 상대는 유도 질문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만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모순을 인정하고 논쟁을 끝맺게 된다. 
     
제자인 플라톤의 저서 「소크라테스의 변명」에는 소크라테스의 논쟁 기술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다음은 소크라테스를 고발한 멜레토스와 자신을 변론하는 소크라테스의 일문일답이다. 멜레토스가 주장한 소크라테스의 죄목은 ‘아테네의 청년들에게 국가가 인정하는 신들이 아닌 다른 정령의 작용을 믿도록 가르쳐 그들을 타락시킨 죄’였다.     

(소크라테스) “자네가 나를 고발한 이유가 내가 국가가 인정하는 신을 믿지 않기 때문인가, 아니면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신론자이기 때문인가?”

  (멜레토스)   “자네는 아무 신도 믿지 않아. 무신론자란 말이지.”
  
(소크라테스) “그런데 자네는 고발장에 내가 다른 신을 섬기고 있다고 적었어. 그것이 국가가 인정한 신이든 인정하지 않는 신이든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인데, 무신론자라고 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멜레토스)   “…….”
  
(소크라테스) “과연 세상에 인간의 힘은 믿으면서 인간의 존재는 믿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승마술은 믿지만, 말의 존재는 믿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이것만 대답해 주게. 과연 세상에 정령의 작용은 믿지만, 정령의 존재는 믿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멜레토스)   “없겠지.”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신 중 하나인 정령을 믿는 나도 신을 믿는 셈이 아닌가? 자네는 내가 아무 신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지 않은가?” 
   
이처럼 소크라테스는 상대에게 질문을 계속하여 그 대답들 사이의 모순을 찾아내고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만약 소크라테스가 자기 의견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면 상대는 얼마든지 허점을 찾아 반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연속된 질문에 답을 해야 했고, 이전의 답과 모순되는 답을 할 수밖에 없어졌다. 즉 소크라테스가 쳐놓은 질문의 덫에 걸려드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논쟁은 질문법 그 자체다. 그는 질문했기 때문에 논쟁에 이길 수 있었다. 논쟁의 승부는 한쪽이 패배를 인정하거나, 한쪽이 논리적 모순에 빠지거나, 한쪽이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판가름난다.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모순에 빠져 입을 다무는 순간 패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질문은 상대에게 사고와 답변을 강제한다. 답변자는 반드시 그 질문에 모순 없이 답해야 한다. 그런데 질문자는 어떨까? 질문자는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표명하지 않기 때문에 논리적 모순을 지적당해 입을 다물게 될 위험성도 없다. 그저 상대의 논리적 결함을 찾기 위해 질문을 이어가면 되는 것이다. 즉 질문자는 항상 안전한 곳에 숨어 상대를 공격하는 위치에 있게 된다. 그래서 질문법을 구사한 소크라테스는 모든 논쟁에 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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