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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04. 2017

01. 뜨거운 모래와 현란한 색의 아프리카_모로코   

<내 차로 가는 세계 여행 2>

원색의 향연, 그리고 강렬한 태양과 사막!

아프리카의 붉은 진주, 마라케시(Marrakesh)

런던의 히드로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다섯 시간을 날아 어두운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습니다.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공항이었습니다. 아프리카!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에는 한낮의 열기가 가득 남아 있었으나 유럽에서 익숙해진 고급 향수나 화장품 냄새는 없었습니다. 대신 구체적으로 형언하기는 어려운 사람 사는 냄새, 생활의 짙은 냄새는 듬뿍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로코의 정식명칭은 모로코 왕국입니다. 인구의 98%가 이슬람 신도이며 여행 중에 만난 많은 모로코인은 알라신뿐만 아니라 자기 조국 모로코와 국왕을 거의 신성시한다고 할 정도로 대단히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땅도, 벽도 집도 시장도 온통 붉은 도시

곧장 마라케시로 가는 국내선 야간 비행기로 갈아탔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모든 것이 홍갈색입니다. 땅도 성벽도 붉고, 모스코도 집도 시장도 붉은 도시입니다. ‘아프리카의 붉은 진주’로 불리는 게 당연한 도시입니다.

쿠투비아 모스크



강렬한 태양만큼 뒤통수를 치는 호객행위

이 도시의 호객행위도 인도만큼은 아닐지라도 이집트에 버금간다는 대단한 소문이 붙어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지도를 보며 방향을 확인하는데 다가오더니 친절히 안내해 주겠답니다. 이미 파악한 길이지만 호의를 고맙게 여겨 따라갔는데 너무나 태연하게 만만찮은 액수를 달라고 합니다. 그 순간부터 모로코의 인식이 달라집니다.

사막 투어를 가기 위해 투어 여행사를 고를 때도 몇 차례 호객행위의 대상이 되어야 했습니다. 간판이나 포스터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순간, 사무실로 잡혀(?) 들어갑니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기도 전에 미지근하게 식은 차가 나오고, 절친한 친구라도 되는 양 어투가 달라집니다. “오랜 프렌드! 우리랑 사하라를 가면 평생 알라신에게 감사하게 될 거야. 우리 말고는 거의 나쁜 놈들인데 우리를 만난 건 굿 럭! 이런 비용으로 사하라를 가다니 알라신의 가호를 받았어.” 이런 이야기를 수십 번 듣고도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잔뜩 기대했던 사하라 사막이었지만

마라케시에서 500여 km, 이틀을 달려 늦은 오후에야 사하라(Sahara) 사막 입구에 도착하니 녹슨 양철 간판 수십 개가 마을 입구에 도열하여 손님을 반깁니다. 사막 안의 캠프까지 낙타를 타고 갑니다. 석양의 사막, 불타는 노을을 찍고 싶었고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 우윳빛 은하수, 그리고 사막의 일출을 꿈꾸었습니다. 그러나 사막의 현실은 역시 냉정했습니다.

사하라 사막



짙게 드리운 구름과 거친 모래바람. 가이드들 말로는 오랜만에 구름이 꼈답니다. 게다가 오늘은 보름이라 맑은 날씨라 하더라도 별을 보기에는 아주 나쁜 상황입니다. 사막의 석양도, 은하수를 보는 것도, 일출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하룻밤 잠만 자고 떠나는 주제에 과욕, 객기를 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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