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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25. 2017

09. 좋은 식당은 문을 열기 전에 알 수 있을까?  

<파스타는 검은 접시에 담아라>

음식점에서 점장의 자세는 식당 전체의 인상을 결정짓는다. 그리고 식당 앞은 식당의 자세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문을 연 후에는 보이지 않는 면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식당들은 손님이 있을 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만, 개점 전에는 마음이 해이해진다. 이런 방심이 식당의 영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잘되는 식당, 좋은 식당은 영업하기 전부터 단단히 기합이 들어가 있다. 개점 1시간 전인데도 여전히 셔터가 닫혀 있고, 맥주탱크와 맥주 케이스, 식재가 버젓이 나와 있고 전날 내놓은 간판과 휘장이 정리되어 있지 않고, ‘준비 중’이라는 팻말이 돌려져 있고, 매장 앞이 청소되어 있지 않은 등 “앞으로 문을 연다”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면 그 식당의 수준은 안 봐도 뻔하다.

또 매장 구석에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놓는 곳도 있다. 아무 데나 두는 것도 문제지만 둘 장소가 없다면 보기 좋게 두는 방법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해도 손님은 다 보고 있다. ‘하지 않아도 돼’, ‘이대로 괜찮아’라며 의식과 감각이 차츰 마비되어 둔해지는 것은 음식점의 고질병 중 하나다.

평소 자주 쓰는 소도구도 때로는 큰 역할을 할 때가 있다. 본래 빗자루와 쓰레받기 등의 청소용구는 수납박스 등 고객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 수납해야 한다. 단, 도저히 그럴 수 없다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좀 세련된 것으로 바꾸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식당의 콘셉트에 맞게 고풍스러운 디자인이나 디자인이 세련된 수입 청소용구를 밖에 세워두면 멋진 장식품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상점가와 역전에 있는 음식점이라면 식당이 열지 않은 시간대에도 식당 앞으로 많은 손님 후보들이 지나다닌다. 따라서 영업시간 외에도 많은 사람이 식당 앞을 주시하고 있음을 의식해야 한다.

개점 직전에 점장이 출근하는 식당은 역시 아쉬운 곳이다. 식당의 규모와 조리 내용에 따라서도 달라지지만, 재료 구입, 정리, 청소, 세팅 등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늦어도 개점 2~3시간 전에는 식당에 출근하는 것이 상식이다.

실제로 점장이 영업개시 직전에 출근하여 허둥지둥 개점하는 식당에 들어가면 청소도 잘 되어 있지 않고 음식도 즉석조리제품이며 생맥주도 맛이 없다. 그뿐이랴. 맥주잔도 깨끗하게 닦여 있지 않고 음식도 재깍 나오지 않는 데다가 점장도 단골로 보이는 손님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느라 입구에 있는 고객을 마냥 기다리게 한다. “입만 움직이지 마! 입 닥치고 음식을 내와!”라고 소리치고 싶어진다.

좋은 식당은 영업 이외의 시간 역시 선전 시간이라 생각하고 식당 앞 청소, 디스플레이 준비, 간판과 POP를 통한 홍보 등 매장을 ‘좋아 보이게’ 연출하느라 여념이 없다. 문이 닫혀 있는 시간에도 고객과 마주보기 위한 준비를 성실하게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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