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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07. 2017

03. 건설협력업체의 눈물

<정의는 약자의 손을 잡아줄까>

도저히 너무 억울해서 참을 수 없다며 저를 찾아온 김성호(가명)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억울하죠. 너무 억울하죠. 그래도 일단 다음 공사를 맡아야 하니까 입 딱 닫고 계약 조건을 받아들입니다.”

   
그는 한 작은 건설 협력업체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 업체는 오랜 시간 동안 주로 종합건설과 거래를 맺고 일감을 받아 공사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0년 10억여 원의 빚을 진 채 부도를 맞았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너무 억울하다고. 그가 종합건설과 맺은 계약서를 살펴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파트로 주는 공사 대금

그가 체결한 계약서에는 대물 변제 조항이 들어 있었습니다. 공사 금액의 일정 부분을 한 지방 소도시에 있는 아파트 네 채로 받겠다는 조항이었습니다. 이 아파트가 미분양 아파트이기 때문에 재산상의 이득을 보기 힘든 물건이었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그 옆에 붙어 있는 부수 조항이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계약서에는 이 아파트 금액의 20%만 공사 대금으로 차감해주고, 나머지 80%의 아파트 대금은 협력업체가 원사업자에게 지급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아파트 금액은 한 채당 2억 2천여만 원. 그는 이 가운데 4천 4백여만 원만 공사 대금으로 차감받고, 나머지 1억 8천여만 원은 원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했습니다. 공사 대금을 받아야 할 처지인데 오히려 아파트 대금을 내줘야 할 처지가 된 겁니다. 그는 억울했지만, 다음 공사 수주를 위해서 이 조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공사가 끝난 뒤 미분양 아파트 네 채를 ‘억지로’ 샀습니다. 원사업자에게 아파트값을 지급해야 하는데, 당장 돈을 마련할 수가 없으니 받은 아파트를 고스란히 헐값에 팔았습니다. 그리고 그 공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는 부도가 났습니다. 
     
그는 원사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해당 계약은 일반적인 대물 변제가 아닌 강매에 해당하는 만큼 원사업자가 협력업체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종합건설은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당사자와 협의를 거친 계약 조항인 만큼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겁니다.   

 
 추가 공사하고 나면 다른 말

지방에서 중소규모 건설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김서한(가명) 씨는 어느 날 KBS로 두툼한 서류 뭉치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그도 똑같이 말했습니다. ‘너무 억울하다.’ 서류 뭉치 속에 가득 적힌 공사 용어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건설 현장의 계속된 설계 변경, 추가 공사 지시, 그로 인한 공사 금액 증가.
     
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지방의 한 공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현장에 도착하자 그는 가장 먼저 공사 현장에 쌓여 있는 흙을 보여줬습니다. 그의 업체가 작업을 하기 위해 공사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원사업자인 건설회사는 작업에 필요한 대규모 흙을 준비해둔 상태였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원활한 공사를 위해서는 갯벌 성분이 많은 흙을 사용해야 하는데, 진흙 성분이 많은 흙이 와 있었다고 말입니다. 비가 올 때마다 쌓인 흙은 무너져 내리기 일쑤였고, 지반이 단단하지 않아 원활한 공사 진행을 위해서는 설계 변경과 추가 공사가 불가피해졌습니다. 
     
하지만 추가 공사를 지시하고 지시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건설회사와 해당 협력업체가 맺은 추가 작업 지시서를 살펴봤습니다. 얼마의 기간 어떤 공사를 해야 하는지는 나와 있었지만, 공사 금액은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건설 현장은 바쁘게 돌아갑니다. 원사업자는 협력업체에 ‘먼저 공사를 빨리해달라’고 지시합니다. 그리고 추가 공사 금액은 다음에 정산해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합니다. 공사 금액에 대한 명확한 합의 없이 추가 공사가 진행되고, 공사가 끝나면 문제가 생깁니다. 
     
협력업체가 추가로 들어갔다고 산출한 금액과 원사업자가 계산한 공사 금액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협력업체는 다음 공사 수주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원사업자의 계산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협력업체가 도저히 원사업자의 계산법을 따를 수 없다며 심하게 반발하면 중간에 공사 계약 해지 통보를 받기도 합니다. 계약을 해지한 후 원사업자는 ‘무능하고 문제가 많은 업체’라서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합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협력업체는 추가 공사 금액이 18억 원이나 들어갔는데 이 가운데 13억 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분쟁이 계속되던 가운데 협력업체는 원사업자인 대기업 건설회사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고, 부도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원사업자는 공사 현장에 제공된 흙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일정 부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공사 전 7개의 협력업체가 이 흙을 확인하고 난 뒤 입찰에 참여했고, 이 과정에서 해당 협력업체가 최종적으로 선정된 만큼 공사 시작 후에 이 부분을 문제 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추가 공사 금액이 얼마가 들지 정확히 추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작업 지시서에 공사 대금을 명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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