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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10. 2017

09. 문제는 흙수저에 있지 않다.

<스무 살 클레오파트라처럼>

J는 이제 서른네 살이지만 오피스텔을 여러 채 가지고 있고, 아파트도 두 채나 소유하고 있다. 희한한 사실은 정작 J는 원룸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원룸도 J의 소유다. 오피스텔들과 아파트들은 전부 월세를 받고 있다. 월 임대 수익이 어느 정도냐는 내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유럽에 가서 한 달 정도 신나게 놀다 올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살지 않고 왜 원룸에 사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중에 월세가 가장 싸니까요. 그런 곳엔 당연히 제가 살아야죠. 전 거주가 아닌 수익 창출을 위해 부동산을 샀으니까요.”
  

 
어떻게 해서 젊은 나이에 이토록 많은 부동산을 갖게 되었느냐, 혹시 아버지가 금수저는 아니냐는 질문에는 살짝 억울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변했다.
     
“아빠가 금수저라면 제가 원룸에서 살 이유가 없겠죠. 전 가난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아요. 그래서 미래의 부를 위해 현재의 안락함을 포기했죠. 스무 살 때 독립했는데, 그때부터 이런 생각으로 살았어요. 전 커피도 안 마시고 외식도 안 하고 샴푸, 비누, 화장품 등도 스스로 만들어서 써요. 물도 회사 정수기에서 받아온 걸 냉장고에 채워두고 마시죠. 반찬도 구내식당에서 싸온 거로 해결하고요. 퇴근하면 보통 부동산 관련 공부를 하는데 잠들기 전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책을 읽어요. 주말이나 공휴일엔 다리가 퉁퉁 붓도록 부동산을 보러 다니고요. 텔레비전도 안 봐서 요즘 인기 있는 연예인이 누구인지도 몰라요. 대신 부동산 업계에서 유명하신 분들은 잘 알죠. 뭐 그분들이 제겐 연예인인 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제 삶, 많이 팍팍해 보이죠? 그런데 어쩔 수 없어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부자가 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믿으니까요. 뭐 그렇다고 제가 1년 365일 이렇게 사는 건 아니에요. 휴가 땐 남자친구랑 유럽으로 날아가서 돈 생각 안 하고 확실하게 놀다 와요.”
   
임대 수익이 회사 월급보다 몇 배나 많은데 굳이 회사에 다니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월급을 이것저것 떼고 180만 원 정도 받는데요. 월세로 180만 원을 받으려면, 매매가로 3억 원 이상 되는 오피스텔이 있어야 해요. 그냥 단순히 월급으로 생각하면 적은 돈이지만, 월세로 생각하면 큰돈이죠. 뭐 그렇다고 꼭 돈 때문에 다니는 것은 아니에요. 나름 배우는 것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주변에 보니까 부동산 투자에 맛을 들인 나머지 다니던 직장도 때려치우고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은 결국 투기 쪽으로 흘러가서 재앙을 만나더라고요. 그래서 전 회사만큼은 열심히 다니려고 해요. 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어떻게 해서 부자의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변했다. 
     
“제가 사춘기 때 돈 때문에 속상한 일을 많이 겪고 부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그런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애가 어떻게 돈 버는 법을 알겠어요. 그저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푼돈을 모을 뿐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푼돈도 부자의 사고방식으로 접근했다면 목돈으로 만들었을 테고, 그 목돈을 기반으로 작은 아파트라도 한 채 살 수 있었겠지만요. 아무튼, 고지식하게 푼돈만 모으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푼돈만 모으다가는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재테크 책을 미친 듯이 읽었어요. 재테크 모임에도 나가기 시작했죠. 또 그때부터 자수성가한 부자들을 쫓아다녔어요. 특히 저처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대형 건물을 몇 채씩 소유한 부자가 된 아줌마들이랑 할머니들을 열심히 쫓아다녔죠. 그들의 비결을 알면 저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그들에게선 어떤 비결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들은 누군가에게 비결을 배워서 부자가 된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비결을 가르쳐준다는 게 고작해야 ‘그냥 길을 가다 보면 발바닥에 찌르르하고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건물이 있어. 난 그런 건물은 무조건 사. 그런 건물은 언젠가 반드시 두세 배 이상 오르거든’이라든가, ‘발품밖에 없어. 어느 지역이든 발품을 열심히 팔다 보면 답이 나와. 어떤 건물을 사야 할지. 그걸 사면 돼. 되게 쉬워!’ 같은 이야기가 전부였어요. 한마디로 남에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가르침이었죠. 물론 처음엔 그 가르침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비법을 가르쳐주기 싫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까지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런 가르침을 계속 접하다 보니 나중엔 믿어지더라고요. 결국, 부자들을 쫓아다니는 일을 그만두었고, 부자 되는 비법을 스스로 터득하기로 굳게 결심했어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정식으로 취직했고, 월급을 모아 종잣돈 1천만 원을 만들었어요. 그 돈으로 6천만 원짜리 빌라 하나를 경매로 낙찰받아서 전세를 놓았고, 또 다른 빌라를 그렇게 하고……. 그렇게 빌라를 몇 년 하다가 아파트로 넘어갔고, 오피스텔도 사게 되었어요. 지금은 건물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고요.”
   
이십 대 후배들에게 부자의 사고방식을 갖는 법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이렇게 답했다.
     
“부자의 사고방식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인 것 같아요. 비록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났더라도, 내 통장에 돈이 한 푼도 없어도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죠.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그리고 부를 향해 전진하다 보면 어떻게든 부를 소유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난 여자에게는 강남에 있는 건물 몇 채일 수 있겠지만, 저 같은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난 여자에게는 오피스텔 몇 개일 수 있겠죠. 저는 부의 크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부를 소유할 수 있다고 믿고 실제로 부를 조금씩 소유하는 것, 그게 진정한 부자의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해요.”

클레오파트라는 비록 왕궁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돈이 없었다. 반면 그녀의 아버지와 언니들은 돈이 많았다. 아니, 이집트 최고의 재벌이었다. 그런데 클레오파트라와 달리 그들에게는 부자의 사고방식, “Do It Yourself!”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신들도 가난해지고 빚쟁이로 전락한 것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까지 파산으로 몰아갔다. 클레오파트라는 “Do It Yourself!”의 정신으로 자신을 세계적인 재벌로 만들었고, 국가 경제까지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클레오파트라의 “Do It Yourself!”다. 
     
그러니 이제부터 당신이 쓸 돈은 당신 스스로 벌어라.
부디 이십 대를 돈만 쓰다가 보내지 마라.
부를 축적하면서 보내라.
다른 누가 아닌 당신 자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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