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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07. 2017

01. 당신의 자리는 차가운가, 따뜻한가?

<이게 나라다>

‘적폐(積弊)’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먹고 사느라 정신없이 사는 백성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단어다. 평생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단어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 단어를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들었다. 때는 2014년 6월 6일, 제59회 현충일 추념식 추념사에서 말이다.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이 주사, 세월호에 갇힌 우리 아이들이 죽어가는 상황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그 날로부터 52일째 된 날이었으며, 전국 곳곳에 세워진 세월호 분향소에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국민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였다. 그가 말한 주요 골자는 ‘앞으로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뿌리 깊은 적폐를 해소하지 않고는 국민 안전은 물론 경제 부흥도 국민 행복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었다. 

적폐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을 의미한다. 이를 뿌리 뽑으려면 조직, 사회, 국가 전반의 전방위적 개조와 혁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관련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처벌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IMF 체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국민과의 대화 자리를 가졌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유에 주목하고자 한다. 김 전 대통령은 “아직은 방바닥이 차갑게 느껴질 것이지만, 조금만 더 참으면 구석까지 따뜻해져 옴을 느낄 것”이라며 국민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었다. 그렇다. 나라는 한 집안의 안방과 같은 것이다. 나라의 구성원들이 하나의 방 안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것과 같다.    

방 전체를 데울 땔감이 부족하다면 따뜻한 곳과 차가운 곳이 나뉠 수밖에 없다. 땔감이 부족한 상황을 가족 모두가 이해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뜻한 곳에 모여 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이 있는 자만 따뜻한 자리에서 지내고, 힘없는 자는 차가운 곳에서 지내야 한다면 이것은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한 방 안에서 이러한 차별을 만드는 것이 적폐이다. 
     
방 전체를 데울 땔감이 넘치고 넘치는데 따뜻한 곳과 차가운 곳이 나뉘게 되는 것도 문제다. 극소수만이 따뜻한 바닥에서 지낼 수 있다면 더 큰 문제이다. 방 전체의 90% 이상이 따뜻한 바닥인데, 이곳에서 지낼 수 있는 사람이 10%도 안 된다면, 즉 10%도 안 되는 차가운 바닥에서 90%가 넘는 사람들이 지내야 한다면 이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게다가 차가운 바닥에서 지내야 하는 90%의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이는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적폐에 의한 상황과 똑같다.
     
2016년 12월 6일 현재 95% 이상의 국민은 이제 알게 되었다. 적폐를 화두로 던진 그 당사자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바로 적폐 그 자체임을 말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친일파, 군사 독재, 재벌에서 비롯된 적폐가 단 하나도 해소되지 못하고 지금까지 쌓여온 적폐들의 최종 결과물임을 말이다. 
     
그 결과, 95%의 국민은 지금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다. (물론, 나머지 5% 중에는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으면서도 따뜻한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편을 드는 사람도 있다) 적폐의 최종 결과물인 박근혜와 새누리당, 친일파들, 그리고 이들을 통해 따뜻한 바닥을 더 늘려가고 있는 재벌들을 처단하기 위한 집회 현장에서의 물리적인 차가움은 둘째 치더라도, 먹고 사는 기본적인 환경 자체가 얼음장처럼 변해버린 지도 이미 오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차가운 바닥에서 이 겨울을 나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 앞에는 세 가지 선택이 있다.
     
하나는 적폐 상황을 유지해온 자들이 또다시 땔감과 따뜻한 바닥을 독차지하는 상황을 바라만 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차가운 바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차가운 바닥을 조금은 따뜻하게 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리더, 적폐에 퇴로를 마련해주는 아름다운 양보와 관대함을 가진 리더에게 미래를 맡기는 것이다.
     
마지막 하나는 차가운 바닥을 직접 경험해서 그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리더, 지금 국민과 차가운 바닥에 같이 앉아 있는 리더, 앞으로도 차가운 바닥 위에 앉아 국민과 함께 적폐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낼 수 있는 리더를 찾아 함께 이 판을 뒤집는 것이다. 
     
적폐의 영향으로 차가운 바닥에서 인생을 시작한 리더가 있다. 그 이후 아주 따뜻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였지만, 다시 차가운 바닥으로 돌아온 미련한 리더가 있다. 그는 여전히 세월호 참사에 관해 묻는다. 홀로 광야에 설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스스로 적을 만들고 있다. 이 사람은 앞으로 적폐를 완전하게 끊어버리리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당신은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는가, 따뜻한 바닥에 앉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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