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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07. 2017

24. <인생의 발견> 2/3 ♬




<책 듣는 5분>, 김혜연입니다.

시어도어 젤딘의 <인생의 발견>, ‘우리 삶을 위대하게 만드는 스물여덟 가지 질문’ 중에서 두 번째 질문을 생각해봅니다. 두 번째 질문은 ‘어떻게 나에 관한 환상을 버릴 수 있을까?’입니다.
     
루치안 프로이트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다. 그는 초상화를 그릴 때 마치 미지의 세계 앞에 선 탐험가처럼 모델에게서 몇 미터 떨어져 손차양을 만들어 모델의 얼굴과 몸을 바라보았다. 그는 모델의 세세한 부분에까지 흥미를 느꼈다. 옷의 감촉과 옷자락까지 모두 특별했다. 어느 하나도 일반적인 대상이나 이상적인 대상에서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는 달걀 하나를 그리더라도 모양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모델은 신비로운 존재이자 풀어야 할 수수께끼였다.
     
그는 그림을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 “그림을 그릴 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야 한다.” 그는 실물과 똑같이 그리는 대신 ‘불안을 자아내는, 말하자면 살아있는’ 형상을 그리려고 했다. ‘살아있는’ 초상화란 관람객을 ‘빨아들여서’ 그림 안에서 자신의 무언가를 발견하게 만드는 그림이었다. 그는 모델을 바라보는 것보다 ‘모델과 함께 있는’ 데 관심이 많았다. 마찬가지로 그는 소설도 ‘마치 내가 쓴 것처럼 느껴지는’ 소설을 좋아했다. 다른 사람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 자기를 발견하거나 다른 누군가가 되는 방법이라는 뜻이었을까?
     
그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어야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늘 진실을 말하는 편이 더 흥미롭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도 진실을 알고 싶어 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어 한 것이다. 그런데 어떤 진실을 말하는 것일까? 그는 아내의 초상화도 여러 점 그렸는데, “캐롤라인을 그렇게 잘 알았던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누군가를 잘 알려면, 혹은 자기를 잘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루치안 프로이트는 “사랑에 빠지는 것은 상대의 모든 것이 흥미롭거나 걱정스럽거나 즐겁게 느껴지는, 완벽하고 절대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놀랍게도 루치안 프로이트가 그림 한 점을 완성하는 데는 1년도 넘게 걸렸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얼마나 잘못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보다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선호한다. 이 질문에서 대화가 시작되고 자화상이 탄생한다.” 루치안 프로이트의 시선은 감성을 깨우고 그가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것에 관한 생각을 예리하게 보여준다. 그의 그림은 그가 관찰하고 주목한 대상뿐 아니라 그 자신을 표현했다. “나는 그림이 내게서 나오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들에게서 나오기를 바란다.”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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