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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08. 2017

25. <인생의 발견> 3/3 ♬




<책 듣는 5분>, 김혜연입니다.

시어도어 젤딘의 <인생의 발견>, ‘우리 삶을 위대하게 만드는 스물여덟 가지 질문’ 중에서 세 번째 질문을 생각해봅니다. 세 번째 질문은 ‘빈자는 부자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입니다.
     
끼니라고는 쌀 세 줌에 소금을 조금 넣어 끓인 죽이 전부인 가난한 여인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여인은 자선을 바라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남들은 내가 영적인 삶을 위해 소박한 식단을 철저히 지키는 줄 알았다. 사실은 배가 고파서 밤새 잠도 이루지 못했다.” 하루에 한 끼도 먹지 못한 날에는 음식쓰레기를 뒤지고 진흙까지 먹어야 했다. 일주일 내내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할 때도 있었다. 여인은 죽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은 1866년 벵골에서 태어난 하이마바티 센의 기록이다. 센은 아홉 살에 마흔다섯 살 먹은 남자에게 시집을 갔지만 1년 만에 남편을 잃었다. 이어서 부모도 죽었다. 자라서 아름다운 여인이 되자 맹수 같은 남자들이 채가려 했지만 센은 누군가의 첩이나 매춘부가 되기를 거부하고, 범죄와 연관된 일로부터 도망쳤다. 대다수 문화권에서 가난한 사람은 가족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스물세 살에 센은 존경하던 남자와 재혼했고, 그제야 사람들에게 존중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남편은 곧 일을 그만두고 ‘신을 찾는’ 데 몰두했고, 센이 밥벌이를 떠맡았다. 남편은 아내의 시중만 바라고 때리기도 했다. 남편이 죽자 센은 장례식도 치를 돈이 없었다. 다섯 자녀도 센을 괴롭히고 압박하고 한 명을 제외하고는 고마워할 줄도 몰랐다. 자식들은 어머니가 아파도 돌보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에 센은 “고통에서 뭘 얻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센의 삶은 돈 없이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센은 배운 여자는 시집을 못 간다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지만, 남자 형제들 어깨너머로 글을 배우고 꾸준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었다. 자식들을 키우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집안일을 하고 남편의 시중까지 들었다. 의사라고는 해도 영국 식민지 시대라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환자를 돕는 데서 보람을 느꼈다. 돈이 없어도 초조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돈을 주고 받는 서비스에는 마음이 편치 않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 남을 돕는 것은 모든 인간의 의무다.”라고 하며, 굶어 죽게 생겼는데도 남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 했다. 
     
센은 사회에서 잔혹한 대접을 받았지만 무한한 친절로 갚아주었다. “내게는 좋은 옷도 좋은 신발도, (···) 안락한 침대와 매트리스도 필요하지 않다. 잠이 오면 자면 되지, 어디에 누워 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물질적 욕구는 마음의 평화를 깨뜨릴 뿐이었다. “세속의 물건을 게걸스레 갉아먹는 벌레처럼 사는 것”은 그녀에게 의미가 없었다.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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