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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08. 2017

02.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이게 나라다>

안녕! 나는 기성세대라 불리는 사람 중 한 사람이란다. 나를 그냥 삼촌이라고 불러줬으면 한다. 나는 1988년도에 대학에 입학했단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는 푸른 잔디밭과 통기타 등으로 어우러진 낭만 그 자체라고 기대했던 캠퍼스는 최루탄 냄새가 진동했고, 사방에는 군부 독재를 끝내고 민주주의를 쟁취하자는 구호들이 가득했어. 

     
나는 명문대에 진학했으니 출세가 보장되었다고 안심하시는 부모님의 기대와는 점점 거리가 먼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단다. 강의실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시위 현장에 나가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머릿속에서 완전히 없어져 버린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야.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이 나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당시 심장이 뜨거운 젊은 사람들 대부분에게 일어난 일이었다는 것이야.
    

사진 : 플러스코리아(Plus Korea)

그렇게 투쟁이 일상이었던 우리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고민하게 되고, 결국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 정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었단다. 그리고는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지, 어떻게 하면 더 조직으로부터 인정을 받을지, 어떻게 하면 우리 가족만은 풍요롭고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노후까지도 안정적으로 편한 삶을 살 수 있을지에만 관심을 가진 채 말이야. 
     
그러던 어느 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한 줌밖에 안 되는 인간들이 이 대한민국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분노가 치밀어 올라 손에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섰단다. 25년 만의 일이었다. 그런데 나만 광장에 있는 게 아니었단다. 처음에는 몇만이, 그다음 주에는 몇십만이, 그다음 주에는 백만이, 그다음 주에는 200만이… 그 분노는 나만의 것이 아닌,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의 것이었음을 절감할 수 있었다. 
     
광화문 광장에 서 있는 것 자체를 뿌듯하게 느끼고, 주위 사람들에게 집회 참여 이야기를 무용담인 듯 들려주고 촛불이 가득한 현장에 자꾸 가는 것 자체를 즐기게 될 때쯤, 갑자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저 밑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단다.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고사하고, 꿈이라도 꿀 수 있게 해 달라.’는 너희들의 외침을 듣게 된 순간 말이야. 
     
그랬구나. 우리가 너희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나라가 ‘꿈조차 꿀 수 없는’ 그런 나라였구나. 최씨 일가와 그에 놀아난 대통령, 그리고 이러한 체제를 유지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만의 잘못은 아녔구나.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한, 아니, 이런 사태가 일어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우리 기성세대들의 책임도 아주 컸구나. 결국, 이번 투쟁의 최종 목표는 바로 ‘너희들이 꿈을 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구나.
     
존 F. 케네디의 ‘국가에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해주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국가에 충성해온 결과, 먹고 사느라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정치에 무관심한 채로 살아온 결과, 이 국가가 오늘날과 같은 괴물이 되어버린 것을 방조해왔구나. 
     
오로지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한 삶을 살아온 결과,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심을 전혀 기울이지 않은 채 살아온 결과, ‘흙수저・금수저’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구나. 아니, 눈치챘으면서도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아왔구나. 세월호 참사로 친구들을 눈앞에서 잃고 나서 너희들이 느꼈을 아픔을 우리 잣대로만 생각해 왔구나. 정말로, 정말로 미안하다. 촛불을 든 아이들아! 
     
최순실 일파에게 또박또박 돈을 갖다 바치고 함께 과실을 누린 기업들과 그 총수들을 존경하라고 해서 미안하다. 이 기업들이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고 있으므로 이들의 처지에서 이해해 줘야 한다고 가르쳐서 미안하다. 이들이 정말로 힘들어서 채용을 줄이고 있고,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얘기해서 미안하다. 이들이 자체적인 노력과 경쟁력으로 오늘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고 얘기해서 미안하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기성세대들은 너희들의 인성이 부족해서 걱정이라느니, 이런 아이들에게 나라의 미래를 어떻게 맡길 수 있겠느니 하는 등의 얘기를 습관처럼 내뱉어 왔단다. 그런데, 이번에 촛불을 든 너희들은 너무나도 당당하고, 용기 있고, 논리적이 고, 명쾌하고, 정의로웠단다. 세계를 감동하게 한 건 광화문에 모인 백만 촛불 자체도 있지만, 그 중의 상당수가 너희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너희들이 나서서 집회 현장의 쓰레기를 치우는 데 앞장섰다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이 삼촌의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느끼게 된단다.    

그러나 부끄럽고 미안해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너희들의 촛불이 헛되이 바람에 꺼지지 않게 하려면 이 삼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단다. 이제 우리 앞에 큰 숙제가 놓여있어. 이 어려운 상황을 물려받아 대한민국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리더를 선발하는 일 말이야. 그 리더는 ‘너희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하고,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진 사람이어야만 될 것이다. 그래야만 너희들의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에 대한 잘못된 선택이 어떤 불행을 가져오는지 충분히 목격했다면, 이제는 제대로 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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