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000원 짜리 땅 부자들>
대구에 사는 법무사의 얘기다. 법무사를 하는 그는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쳐 있었다. 1977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며 물려주신 땅이 팔려 1억 원이 생겼다. 처음에는 대구법원 인근에 건물을 사려고 돌아다녔다. 사무실로 쓸 만한 건물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꿨다. 나중에 오를 만한 땅을 사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건물은 사는 순간부터 감가상각이 발생하는데, 땅은 매년 공시지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물은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을 것 같았다.
직업이 법무사이니 대구법원 근처를 돌아다니며 땅 가격을 알아보았다. 그때 당시 법원 근처 땅은 평당 50만 원 수준이었다. 1억 원이라고 해봐야 겨우 200평밖에 못 사는 돈이었다. 평당 50만 원이면 지금도 비싼 땅인데 평당 1천만 원까지 올라갈지 생각해 보니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평당 1,000원짜리면 나중에 100만 원까지 갈 수도 있겠지만, 평당 50만 원짜리가 5천만 원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대구에서 가장 싼 땅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중에 마음에 드는 땅이 하나 나왔다. 화원읍 일대의 땅이었다. 사실 그곳은 구역만 대구지 대구 시내와는 너무 떨어져 있었고 교통수단도 좋지 못했다. 게다가 인근에는 대구교도소가 있어서 사람들의 인식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곳 임야는 평당 1,000원 정도였다. 사실 대구법원 근처 땅은 이미 너무 올라서 더 오를 것 같지 않았고, 대구교도소 근처 땅은 너무 싸서 장기간 보유했을 때 오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평당 1,000원을 주고 10만 평을 1억 원에 매입했다.
그 후로 그 땅은 잊어버리고 살았다. 30년이 지난 2007년 즈음, 건설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인가 물어보니 땅을 팔라고 한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평당 100만 원이라고 했다. 어림잡아 계산해보니 10만 평은 1,000억 원이었다. 속으로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일부만 팔고 나머지는 팔지 않았다. 왜냐하면,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땅을 싸게 샀다. 주택도 싸게 살 수 있을까? 매우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우리 동네 아파트 몇 평은 얼마에 거래되었다고 나온다. 그러니 싸게 살 수 없다. 1억 원이라면 많이 싸야 9천만 원이고 나중에 팔 때도 1억1,000만 원 언저리에서 팔린다. 그러니 싸게 살 수 없고 비싸게 팔 수도 없다. 그러나 땅은 그렇지 않다. 싸게 살 수도 있고 비싸게 팔 수도 있다.
그는 쉽게 팔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주식이 5% 오르면 팔라고 한다. 잘못된 방법이다. 앞으로 10배, 100배 오를 주식에 투자하고 그 가치가 될 때까지 팔면 안 된다. 그러려면 신념이 있어야 한다. 10배, 100배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신념 말이다. 그러려면 여러 가지 덕목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된 소득이다. 법무사라는 직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시기는 토지개발이 한창 진행되는 시기와 맞물렸다. 우리나라의 토지는 어떻게 올랐을까? 아래 기사를 보면, 지난 50년간 밭이 971배, 대지가 2,309배 올랐다.
50년간 땅값 변화 살펴보니… 밭 971배, 대지 2,309배 올랐다.
한국의 땅값이 지난 50년간 약 3000배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지 가격 상승률이 밭의 두 배에 달하는 등 보유한 땅 종류에 따라 자산가의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토지자산 장기시계열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토지자산 가격 총액은 1964년 1조9,300억 원에서 2013년 5,848조 원으로 늘어났다. 50년 사이 3,030배가 된 것이다. 토지의 ㎡당 평균가격은 1964년 19원 60전에서 2013년 5만8,325원으로 2,976배가 됐다. 대지 가격은 같은 기간 389원 30전에서 89만8,948원으로 2,309배가 됐다. 도로와 다리 등을 비롯한 기타 용지는 34원에서 10만5,762원으로 3,111배까지 뛰었다.
반면 밭값은 ㎡당 44원 60전에서 4만3296원으로 971배 오르는 데 그쳤다. 논값은 32원 30전에서 4만7867원으로 1,482배 상승했다. 단위면적당 논 가격이 밭 가격을 추월한 것이다.
전체 지가총액에서 논밭과 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57.2%에서 23.7%로 낮아졌다. 대지의 비중이 28.8%에서 50.8%로 뛰었다. 조태형 한은 국민계정부 국민 BS 팀장은 “대지와 기타 지목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경제 개발과 교통망 구축이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땅값 상승률 3,030배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인 1,933배보다 높다. 토지자산 가격 총액의 GDP 대비 비율은 평균 392%를 나타냈다. 1970년과 1991년엔 500%를 넘기기도 했다.
지가총액에서 정부가 소유한 몫은 13.2%에서 26.1%로 두 배가 됐다. 교통망 구축을 위해 논밭과 임야 등을 민간에서 사들인 데 따른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_ 2015년 11월 17일 자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