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수명만큼 우리는 건강하게 사는 것일까? 100세, 120세를 살 수 있다고 해도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없다면 고통이 아닐까? 병이 생겨 치료에 의존하며 사는 것은 좋지 않지만, 만약 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 이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닐까? 인간이 질병의 고통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백신과 같은 예방의학의 결과물이었으니 말이다.
과거에는 질병 예방이나 치료조차 경험에 의지했다. 그러다가 그 경험들이 쌓여 합리적인 증거와 연결되고 설명됨으로써 과학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어야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살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아직 경험에서 과학이 되지 못한 애넥도트의 영역과 과학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오늘 만날 책, <의사들의 120세 건강 비결은 따로 있다>는 음식에 관한 과학의 영역을 다룬다. 음식이 과학이 되었다는 것은 음식으로 질병의 근본 원인을 억제하거나 제거하거나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는 세계적인 영양 권위자 마이클 그레거다.
그러면 현대인의 주요 사망원인은 무엇일까? 미국인을 기준으로 보면 심장병, 폐 질환, 뇌 질환, 소화기암, 감염병, 당뇨병, 고혈압, 간 질환, 혈액암, 신장 질환, 유방암, 자살, 전립선암 순이다. 한국인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폐렴, 자살, 당뇨병, 만성하기도 질환, 간 질환, 교통사고, 고혈압 순이다. 체질과 식습관에 따라 순서가 다르지만 큰 차이는 없다.
그래서 건강한 삶을 위해 미국 심장협회는 단순한 7가지 권고사항을 내놨다. 우리도 주목할 만하다. 첫째는 금연이다. 비만에서 탈출할 것, 매우 활동적일 것, 건강한 음식을 섭취할 것, 콜레스테롤 수치를 평균 이하로 유지할 것, 정상 혈압을 유지할 것, 마지막은 정상 혈당을 유지할 것이다.
사실 마지막은 심각한 당뇨병 증세가 아니라면 앞의 여섯 가지를 지키면 지켜지는 일이다. 문제가 있다면 우리가 이해한 만큼 실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중에서 의료영양학 측면의 건강관리에 주목한다.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어서도 안 되지만, 그걸 먹고 독소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이상하고도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학문적 근거는 책에서 다루니 논외로 하고 장수할 수 있는, 정확하게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음식 12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딸기는 식도암 발생을 억제한다. 말린 사과는 해로운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 하비스커스 차는 혈압을 낮춘다. 매일 과일을 추가로 섭취하면 폐쇄성 폐 질환을 24% 감소시킬 수 있다. 렌즈콩, 병아리콩, 말린 완두콩 또는 흰 강낭콩을 일주일에 5컵 섭취하면 체중을 감소시키고 당뇨병 위험을 줄인다. 잘게 간 아마씨는 전립선암을 예방한다.
허브의 한 종류인 샤프란은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 피망은 파킨슨병 위험을 크게 낮춘다. 섬유소 7g은 뇌졸중 위험을 7% 낮춘다. 버섯은 인체의 면역 시스템 활동을 증가시킨다. 녹차는 유방암 발생 위험을 30% 감소시킨다. 커피는 간의 염증을 감소시킨다. 강황은 결장 폴립을 사라지게 한다. 브로콜리는 방광암 생존율을 2배 높인다.
인간은 음식으로 생명을 연장한다. 하지만 음식에는 생명에 도움이 되는 것과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증명된 과학을 만난 <삼삼한 책수다> 오수진이었습니다.
북 큐레이터 ㅣ 오수진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중문학 복수전공)를 졸업한 후, 현재 KBS에서 기상 캐스터로 근무하고 있다. 더굿북의 북 큐레이션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홍보 대사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