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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17. 2017

09. 대한민국 최고 스펙의 역량

<이게 나라다>

이제 우리 국민 앞에 놓인 숙제는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리더를 선택하는 일이다. 과연 리더의 어떤 면을 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해야 할까? 

    


스펙

첫 번째는 ‘스펙’이 있다. 우리나라만큼 스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가 있을까? 스펙이 뛰어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인정을 받아왔다. 대졸이라는 스펙, 특히 명문대라는 스펙은 출세를 보장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과 같은 스펙까지 있으면 그 자신과 가족들은 풍요로운 삶이 가능했다. 이것이 바로 기성세대들이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인식이다. 그러므로 기성세대들은 사회에서 인정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좋은 스펙을 갖지 못한 사람은 자식이라도 좋은 스펙을 가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바쳐왔다. 그야말로 스펙 공화국이었다. 
     
리더를 선택할 때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스펙이 중요했다. 정치관, 철학, 정책, 계급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보다 고향이 어디이고, 어느 당 소속이고, 어떤 대학을 나왔고, 현재 가지고 있는 직책이 무엇이고, 어떤 집안 출신인지 등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스펙이 후보자를 검증하는데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서울대 법대 박사에다가 판사 출인이란 말이여? 게다가 집권 여당에서 네 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단 말이여? 게다가 당에서 사무총장까지 지냈단 말이여? 게다가 장관까지도 해봤단 말이여? 그럼 뽑아야지.”
 
“아버님! 저 아시죠? 박근혜 대통령의 오른팔이에요. 저 뽑아주실 거죠” 
   
스펙, 중요하다. 그 사람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기도 하고, 좋은 스펙을 땄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이 있고, 또 노력을 해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니까. 그래서 스펙이 뛰어난 사람들은 인정을 받아왔고, 누구에게나 부러움이 대상이거나 본보기가 되기도 해왔으며,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기대하는 미래의 모습이 되어 왔다. 
     
다음 몇 사람의 스펙을 보자. 
     
□ A씨 
이화여자대학교 제15대 총장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장 
한국환경교육학회 회장 
이화여자대학교 연구처장, 산학협력단장 
학습자중심교과교육학회 회장 
2005.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처 처장
1994.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과학교육과 교수 
     
□ B씨 
위스콘신대학교 경제학 박사 
녹조근정훈장 
새누리당정책위원회 부의장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위원회 위원 한국재정학회 회장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 
2014.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연도 매일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2004.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정세제위원회 위원장 
1998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C씨 
서울대학교 형사법 박사 
농심 법률 고문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 
2012. 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 
2009.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3. 한양대학교 법과대학원 겸임교수 
1995. 제8대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1993. 제40대 법무부 장관 
1988. 제22대 대검찰청 검찰총장 
1987. 제12대 법무연수원 원장 
1986. 제18대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 
1985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장 
1982 제12회 고등고시 사법과 합격 
     
□ D씨 
뉴멕시코대학교 스포츠경영학 박사 
2004년 국무총리 표창장 
유네스코 국제스포츠반도핑협약 당사국회의 부의장 
제40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센터장 
     
우리 스스로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혹은 내 자녀가 가질 수 있도록 그토록 노력해온, 어마어마한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다. 의식하든 아니든 우리는 모두 다 이런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때로는 동경해오면서, 때로는 목표로 삼으면서, 때로는 꿈을 꾸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이들은 이번에 감옥에 가 있거나, 청문회에 섰거나, 탄핵을 당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다. 이번 국정농단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번에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스펙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스펙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스펙에는 인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특히, 태평성대와 같이 풍요롭고 평화로우며 안정적인 시기에서라면 스펙만으로 리더를 뽑아도 될지는 모르지만, 적폐의 시대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적폐 시대의 스펙은 위로 갈수록 적폐가 만든 구조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량

역량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해낼 힘’이다. 최근에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등과 같은 곳에서도 역량을 중 심으로 사람을 채용하고 기존 직원들을 평가한다. 스펙은 눈에 보인다. 증명서나 확인서와 같은 종이로 말이다. 그러나 역량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평가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역량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 진행 중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의 성과’를 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역량 평가의 핵심 전제가 ‘과거에 성과를 내본 사람은 미래에도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이겨본 사람이 또 이긴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역량이 필요하다. 역량을 기준으로 리더를 검증하려면 문제 해결 능력과 관련된 과거의 성과물을 보면 된다. 
     
이화여자대학교의 일부 힘 있는 교수들은 정유라가 절대로 합격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었음에도, 어떤 식으로든지 문제를 해결해서 정유라 합격이라는 성과물을 만들어냈다. 친일파들은 해방 이후 반민족 세력으로 몰려 처단될 수밖에 없는 세력임에도 불구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해서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곳곳에서 자신들의 권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물론 필자의 집안처럼 소수의 몰락 말락 한 친일파 집안도 있지만. 
     
한 줌도 안 되는 재벌들 역시 최고의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줘 왔다. 정치적으로 수많은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대내외적인 경제 환경에 의해 백척간두의 상황에 부닥치기도 했지만, 국민연금을 거수기로 전락시키고, 승계를 위해 각종 탈법 행위까지도 서슴지 않으면서도 지금까지 어마어마한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탐욕스럽게도 골목상권까지 침범하여, 어렵게나마 버텨가고 있는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고 있다. 
     
이들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최순실에게 돈을 갖다 바쳤다는 이유로 청문회에 서기도 하였지만, 이들의 위상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어 보인다. 어쨌든 이런 그들은 성과물을 만들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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