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Mar 30. 2017

02. 점심 특선이 필요할까?

<식당의 정석>

                    
                    

횟집에서, 고깃집에서 점심 특선을 파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일반 식당에서 점심 특선을 굳이 만들어 표기하는 것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점심 특선을 풀이하자면 ‘점심에 특별히 선보이는 음식’이란 소리다. 저녁에는 팔지 않는 또는 저녁에는 그 값으로 주문되지 않는 음식이라는 말이다.



왜 그렇게 팔까?


횟집에서 점심 특선으로 동태탕을 판다면 그건 어울리는 메뉴이다. 저녁에는 회를 팔아야 하기에 동태탕은 물론 팔지 않는다. 점심부터 단가가 높은 회를 먹기엔 부담스러울 테니, 점심엔 저렴한 동태탕을 준비해서 파는 건 손님을 배려하는 자세다. 저녁에 비해 점심 소비력이 낮으니까, 저녁보다 싸게 점심에 회덮밥을 점심 특선으로 팔겠다는 것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육개장, 설렁탕, 비빔밥, 칼국수, 돈가스를 파는 식당이 있다. 점심 특선이라고 ‘회덮밥’을 붙인다. 이건 말 그대로 메뉴 늘리기다. 없던 메뉴를 늘리는 묘책으로 사용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메뉴 테스트인 것이다.


한정식 A, 한정식 B, 한정식 C를 파는 집이 있다. 그런데 이게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인지 손님이 오질 않는다. 그래서 만든 것이 점심 특선 한정식 9,900원이다. 이건 오직 점심에만 판다. 저녁엔 A나 B, C를 선택해야 한다.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이건 특별히 선보이는 음식이라기보다는 싸게 한시적으로 파는 메뉴일 뿐인 것이다. 이걸 미끼로 사용했다면 그 집은 점심만 될 뿐, 저녁은 다시 한가해져서 나중에는 저녁에도 저녁 특선 한정식 9,900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내 식당에 붙은 점심 특선이 뭔가 확인해 보자. 그리고 거기에 이런 질문을 해보자.


내가 지금 이것을 팔기 위해 차린 식당이던가?

만일 점심 특선 그것을 팔기 위해 시작한 것이 맞았다면 죽을죄를 지었다. 그런데 궁금하다. 그럼 그냥 온리원으로 밀어붙일 것이지 왜 치졸하게 점심 특선이라는 표현으로 손님을 자극하는지 궁금하다.


점심이고 저녁이고 내가 잘하는 메뉴를 팔아야 그거 먹으러 온다. 점심 특선 그거 때문에 저녁까지 오는 손님은 없다. 점심 특선의 정해진 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오는 손님은 정말 지갑이 그것밖에 없는 가난한(다시 재방문하기 어려운) 한 번뿐인 손님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0. 사업의 시작과 성공, <CEO의 탄생>연재 예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