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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10. 2017

08. 흄에게 지각과 의식은 무엇인가?

<서양 철학>

흄(David Hume, 1711-1776)


흄은 로크의 경험론을 계승하여 더욱 철저하게 발전시켰다. 흄은 경험의 모든 내용들에 대해 “지각”(perception)이란 개념을 사용하는데, 이 개념은 로크의 “관념”과 동일한 개념이다. 지각은 우리가 보고, 느끼고, 기억하고, 상상할 때 일어난다. 흄에게서 그 개념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의식영역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각”은 다시 “인상”(impression)과 “관념”(idea)으로 구성된다.

“인상”은 우리가 보고, 느끼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어떤 것을 바라거나 의지할 때 경험하는 지각내용이다. 그런 경험으로서 인상은 관념보다 더 생생하다. 생생하다는 것은 보다 명석하고 보다 상세하다는 의미이다. 관념은 인상의 복사물이다. 관념은 우리가 경험한 내용을 다시 회상하거나 상상할 때 생각된 것이다. 인상은 감각(외적 지각)과 반성(내적 지각)에 의해 주어져 있는 모든 표상이며, 관념은 인상이 사라진 뒤에도 기억 또는 사상에 의해 남아있는 표상이다. 따라서 인상은 관념에 선행하며, 모든 관념은 인상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관념은 다시 “단순관념”과 “복합관념”으로 구분된다. 복합관념은 단순관념들의 연합에 의해 형성되는데, 이 연합은 세 가지 법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유사성과 상이성의 법칙, 공간적 시간적 근접성의 법칙, 원인과 결과에 의한 인과성의 법칙이 그것이다.

로크에 의하면 인간의 이성은 어떤 본유관념도 가지지 않는다. 흄은 더 나아가 심지어 인과율까지도 절대적 원리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그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되는 두 개의 대상 사이에는 접근 또는 시간적 연속성의 관계는 존재하지만, 이 두 대상이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두 개의 대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두 대상 간에 ‘필연적 결합’이란 관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필연적 결합이란 관념은 우리가 아무리 대상에 대한 인상을 분석해도 그 속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인관관계라는 관념은 관찰과 경험의 반복과정에서 형성된 습관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인과관계에 의해 형성된 지식은 엄밀한 의미의 지식일 수 없고 가설과 믿음일 뿐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인과율이란 결국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면 다른 사건이 뒤이어 일어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때 첫 번째 사건을 두 번째 사건의 원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흄이 “지속적 연합”(constant conjunction)이라 부르는 것과 원인이 결과에 시간적으로 앞선다는 사실 이외에는 원인과 결과 사이에 아무런 필연적 인과성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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