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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11. 2017

05.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경제학 위의 오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던 진 질문이다. 1885년 그는 이 질문을 주제로 삼아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맘씨 좋고 가난한 구두장인 시몬은 항상 생활고에 시달렸다. 어느 날,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밀린 외상값을 받으러 나갔지만 별 소득 없이 터벅터벅 걸어오다 시몬은 교회 앞 담에 기대어 있는 벌거벗은 거지와 대면했다. 

     

너그러운 시몬은 얼어 죽을 것이 뻔한 남자를 지나치지 못하고, 자신의 외투를 입혀서 집으로 데려왔다. 화가 치밀었지만, 아내는 그 낯선 이에게 동정심 가득 찬 눈길을 보내며 가난한 음식을 제공했다. 이에 거지는 짧은 미소를 짓는다. 

     

미하일이라는 이름의 이 거지는 다음 날부터 시몬과 함께 구두를 짓게 된다. 그런데 조수로 기용해보니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가! 어느 날 귀족 신사가 가게를 방문해 1년을 신어도 끄떡없는 튼튼한 구두를 주문했다. 미하일은 잠깐 미소를 짓곤 가죽 구두 대신, 부드러운 가죽 슬리퍼를 제작했다. 놀란 시몬이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했는지 따지고 있을 때 신사의 하인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 주인이 마차에서 죽었다며, 구두 대신 고인의 수의로 신겨줄 슬리퍼로 바꿔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지 않는가.


시간이 많이 흐른 후 한 부인이 두 아이를 데리고 와 가죽신 두 벌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중 한 아이가 한쪽 발에 장애가 있으므로 세 개의 신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몬은 부인에게 왜 소녀의 발이 불구가 되었는지를 물었다. 부인은 애들과 아무 관계도 아니지만, 사고로 죽어 있던 이웃 아이의 엄마가 소녀의 발을 우연히 짓눌러 불구가 됐다고 대답해 주었다. 

     

부인은 아이들을 고아로 내버려 둘 수 없어 데려와 이들을 자기 자식처럼 사랑하며 소중히 지금까지 키워왔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시몬의 아내는 “부모 없이는 살아도 하느님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감탄했다. 이 말을 듣자 미하일은 세 번째 미소를 지었다.


그 부인과 두 아이가 가고 나서 미하일은 시몬에게 다가가 작별을 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젠가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불가피하게 하느님의 명령을 어겨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찾을 때까지 땅에 머무르는 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의 세계로 내려온 미하일은 벌거벗은 자신을 시몬과 아내가 대접하는 것을 보고,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느님의 사랑이 있음’을 깨달았으며,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면서 영구적인 구두를 주문하는 귀족 신사를 보고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자신에게 정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를 잃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저 훌륭한 부인을 보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됐다고 말한다.

     

인간의 삶은 기본적으로 물질로 뒷받침된다. 경제학에서부터 삶을 조명해봐야 할 이유다. 하지만 물질은 인간의 삶에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물질로 사는 것이 다가 아니며, 그것이 인간의 고유성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물질로만 사는 것은 동물의 본성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리고 사람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물질과 다른 ‘그 무엇’으로 사는가? 다시 말해, 사람 속에는 무엇이 있기에 동물과 다른 방식으로 사는가? 먹고사는 문제, 곧 경제활동의 문제를 인간에 대한 질문인 인문학과 함께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가 사람의 먹고사는 활동인 이상, 경제학과 인문학은 분리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경제학자들은 톨스토이를 읽으며, 톨스토이와 함께 고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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