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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5. 2017

06. 돌다리도 한 번은 두드려라.

     

수문제 양견(楊堅)


양견은 선제 우문빈의 총신인 정역과 함께 공부한 적이 있다. 사서의 기록이다.

“정역은 평소 양견의 상모가 기이한 것을 알고 마음을 기울여 사귀었다.”

이전에 양견은 우문빈이 자신을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안 후 정역에게 수시로 뇌물을 보냈다. 하루는 황궁의 좁은 길목에서 은밀히 만나 당부했다.

“그대는 내가 늘 변경의 직책을 맡고자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소? 그대가 대신 주청하여 내가 도성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마침 우문빈이 남조 진나라를 치기 위해 출병을 결정하면서 정역에게 이 일을 전담하게 했다. 정역이 양견을 원수로 천거했다. 우문빈이 이를 받아들여 양견을 양주 총관에 임명해 대군을 이끌게 했다. 공교롭게도 조서를 내린 지 얼마 안 돼 우문빈이 중병에 걸려 자리에 눕게 됐다. 양견은 곧 발병이 났다는 구실로 도성에 머물며 사태를 살폈다.

얼마 후 우문빈이 곧 죽을 것이라고 판단한 유방과 정역이 양견을 궁으로 부른 뒤 ‘보정대신’에 임명하고자 하는 전후사정을 설명했다. 양견이 손을 내저으며 고사했다. 대임을 떠맡을 능력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당황한 유방이 격한 어조로 압박했다.
“공이 받아들이면 곧바로 그리하겠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내가 ‘보정’의 자리에 오를 것이오.”

당시 양견은 우문빈의 포학한 행보를 크게 두려워했다. 입궁 전에 그는 우연히 술사를 만나자 다급한 어조로 이같이 물었다.
“내가 이번에 화를 입을 것 같소?”

그가 얼마나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당시 그는 유방의 말을 듣고는 이같이 대답했다.

“조정의 명을 받들어 궁중에 머물며 시질하겠소.”

‘시질’은 군주의 곁에서 병 수발을 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선제 우문빈이 숨을 거뒀다. 유방과 정역이 곧 문서를 위조해 양견을 총지중외병마사에 임명했다. 전군의 총사령관이었다. 대신들이 조서를 초안할 때 어정중대부 안지의만이 서명을 거부하며 일갈했다.

“주상이 승하한 마당에 태자는 아직 어리다. 궁중의 대임은 의당 종실에 맡겨야 한다. 조왕 우문초는 나이도 많을 뿐만 아니라 황통과 가장 가깝고 덕도 뛰어나니 응당 그에게 ‘보정’의 중임을 맡겨야 한다. 그대들은 주상의 은총을 입은 만큼 충성을 다해 나라에 보답하는 진충보국(盡忠報國)을 생각해야 하는데도 어찌하여 신기(神器)를 다른 성씨에게 맡기려고 하는 것인가?”

신기의 종류


‘신기’는 종묘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기물로 보위를 상징한다. 유방과 정역은 안지의를 설복시킬 수 없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서명하게 했다. 궁중 호위군사는 양견 휘하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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