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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7. 2017

01. 우리는 건강하게 나이 들 것인가?

<100세 인생>

아마 기대 여명이 10년마다 2~3년씩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인간의 수명에 한계가 있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오늘날 서구 선진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대다수가 100세 이상 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게 될까. 아니면 150세, 200세 혹은 그 이상이 될까.


삶 자체가 즐거워야만 기대 여명이 증가하는 현상이 즐거운 일이다. 건강하게 사는 기간보다 기대 여명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이는 ‘노쇠함의 만연(an epidemic of frailty)’이라는 홉스 식의 악몽에 이르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수명이 증가하면 노인을 돌보기 위한 의료비가 크게 상승할 것을 걱정한다. 확실히 알츠하이머병이나 각종 노인성 질병을 안고 오래 사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오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이들 중에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다시 말하자면, 이제는 ‘병적 상태의 압축(compression of morbidity)’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망(mortality)이 기대 여명과 사망 시점과 관계가 있다면, ‘병적 상태의 압축’에서 병적 상태(morbidity)는 죽음을 맞이하기 전 건강과 관련된 삶의 질을 가리킨다.

병적 상태는 질병에 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노화에 따른 활동 가능성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들이 일상생활 수행능력(ADL: Activities of Daily Living)에 관해 연구해왔다. ADL이란 일상생활에서 목욕, 배변 통제, 옷 입기, 식사와 같은,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미국인 2만 명을 상대로 ADL을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커다란 변화를 보여준다. 1984년부터 2004년까지 20년 동안에 85~89세 노인들 중에서 이러한 능력이 결여된 노인들의 비율은 22%에서 12%로 감소했다. 그리고 95세 이상 노인들 중에서는 52%에서 31%로 감소했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고 공적 지원이 확대됨에 따라 노인들은 더욱 건강한 삶을 살면서 더욱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 중에서 신체 장애가 있는 사람의 비율은 점점 감소하고 있으며, 최근 수십 년 동안에는 이러한 감소 추세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러나 ‘병적 상태의 압축’ 현상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이 많지만, 그 증거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당신이 건강하게 늙어갈 것인가는 다양한 요인에 달려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 중 일부는 거주 지역과 생활 방식에 연관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노인들이 건강하게 늙어가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병적 상태의 압축’ 현상이 12개국 중 (미국을 포함하여) 다섯 곳에서만 나타났다. 다른 세 국가에서는 병적 상태의 기간이 증가했고, 나머지 국가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무척 흥미롭다. 그 이유는 이러한 차이가 프라이스의 주장, 즉 노년에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는 보건 정책, 교육, 행동 방식의 변화에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길어진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두려움은 말년에 치매에 걸릴 가능성일 것이다. 이는 납득할 만한 두려움이다. 우리 주변에 100세 노인은 거의 없지만, 가까운 친척 중에 치매에 걸린 사람은 많이 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치매가 노화에 따르는 주요 위험으로 부각되고 있다. 60세 노인의 1%, 75세 노인의 7%, 85세 노인의 30%가 치매 환자들이다. 이러한 사실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이것은 MRI 스캔을 활용한 뇌 영상 기술의 발전과 함께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되었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연구 분야는 인지기능 개선제의 개발인데, 과학자들은 앞으로 20년 이내에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과학으로서 노인병학은 일종의 특이한 비법처럼 인식되던 분야였으나 이제는 주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주요 병원들이 이 분야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들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로는 구글이 래리 페이지(Larry Page)의 주도로 ‘건강, 웰빙, 장수’를 목표로 설정하고 7억 달러를 투자하여 캘리코(Calico: California Life Company)를 설립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연구의 대부분은 세포 노화 현상이 사망과 병적 상태에 이르게 하는 질병의 근본 원인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특정 질병에 집중하기보다는 노화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하여 세포의 수명이 길어지고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효모균과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수명을 엄청나게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됨으로써 이처럼 새로운 분야는 인류의 진보를 위한 커다란 잠재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당연히 복잡할 뿐만 아니라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도 요원한 일이다. 결국 100세 인생을 맞이하고도 여러 가지 시도의 효과가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발전이 느리고 획기적인 돌파구가 없는 분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 도전에 과학, 지식, 자본을 집중할 때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찰스 디킨스 시대에는 혁신이 유아 사망률을 줄이는 데 집중되었다. 이언 플레밍 시대에는 중년의 질병을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은 노년의 질병을 해결해야 한다.

이제 인간의 수명에 관한 논의를 끝내면서 정리하자면, 단순히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100세를 당신이 기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명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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