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스캔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
팟빵 오디오북, <책 듣는 5분>
안녕하세요, 더좋은책연구소장 임재영입니다.
책 듣는 5분은 매주 한 권의 새로운 책,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책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요? 인생의 전부 혹은 가장 중요한 그 무엇 아닐까요? 또 사랑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생애 가장 소중한 축복? 이별 후의 지독한 슬픔? 둘 중 하나일 텐데요. 누군가에게 사랑은 그 사랑의 흔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의미인가 봅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쓴 독일의 철학자 니체, 그는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그녀의 이름은 루 살로메. 그녀는 니체가 처음 사랑을 고백했을 때 바로 거절합니다. 그런데 거절하면서도 니체에게 키스를 퍼붓는데요. 니체는 혼란스러우면서도 루 살로메에게 빠져듭니다. 두 번의 청혼, 그러나 루 살로메는 두 번 다 거절합니다. 이에 니체는 실연의 아픔에 빠지게 되는데요.
그러면서도 니체는 루 살로메를 만나는 동안 그녀와 여러 번 토론했던 내용을 책으로 집필하게 됩니다. 이별과 실연의 상처로 얼룩진 마음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고독. 그는 모든 세상일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며 집필에 몰두하는데요. 철학자 니체를 대표하는 역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그렇게 탄생합니다. 니체 스스로도 이 작품은 루 살로메가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 인정한 책이죠.
사랑과 예술에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버린 로댕은 자신을 사랑한 클로델이 있었기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포함된 대작, <지옥의 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존 레논과 요노 요코. 존 레논은 그녀를 만나 <이매진>이라는 명곡을 남길 수 있었고요. 화가 모딜리아니는 잔 에뷔테른을 사랑했기에 눈동자가 없는 여인상이라는 자신만의 화풍을 창조해 낼 수 있었습니다. 철학자, 화가, 시인, 가수라 불리는 예술가들. 그들은 이렇게 사랑에 빠지고, 실연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삶의 흔적을 남겼는데요. 오늘은 열여섯 명의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책, ‘책이있는풍경’에서 출간한 <인문학 스캔들>을 들고 왔습니다.
이 책의 저자 박은몽은 <선덕여왕>과 <화랑>을 출간한 소설가입니다. <청소년을 위한 시크릿>이란 책도 써서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는데, 그의 여러 작품 중 <신라를 뒤흔든 12가지 연애 스캔들>이 눈에 띕니다. 그는 이렇게 사랑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 시대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을 집필해 왔지요.
<인문학 스캔들>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예술가들에게 이렇게 인사합니다. “흔적을 남겨 준 당신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그가 엿보고 싶었던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에는 이렇게 사랑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요. 그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사랑이 남긴 흔적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철학이 되어 인류에게 정신적 소산으로 남게 되는 신비스러운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지배에 놓여 있는 일상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온
유한하고 고독하며 불안으로 가득 찬 세계,
그곳이야말로 우리의 본래적인 세계이며
그곳에서 비로소 우리는 존재 의미를 밝힐 수 있다.
이 글은 독일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가 그의 역서 <존재와 시간>에 쓴 글입니다. <존재와 시간>은 그가 제자였던 한나 아렌트와 만나 사랑을 나누는 동안 써왔던 글을 모은 책인데요. “인간은 무엇으로서 존재하며, 그 유한하고 고독하며 불안으로 가득 찬 인간세계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무거운 질문 속에는 사랑의 감정에서 나온 통찰이 바탕에 깔린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한나 아렌트 또한 철학자이자 정치사상가가 되어 <인간의 조건>과 같은 자신을 대표하는 책을 집필하게 됩니다.
이 두 사람의 사랑과 인생 이야기에는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한 당시 독일의 상황이 묘사됩니다. 한나 아렌트는 히틀러의 광기에 대항하여 반 나치 유대인 조직에 참여하는데요. 반면 하이데거는 나치당에 가입합니다. 반 나치와 친 나치. 그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는 연인 관계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도 끝나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나치당 가입 이력 때문에 대학 강단에 서지 못한 하이데거를 한나 아렌트가 도와주면서 다시 인간적인 친구 관계로 변해 갑니다.
이렇게 이 책은 사랑 이야기 속에 인문학적 지식과 교양을 함께 담아냈는데요. 저자는 인문학적 지식이나 교양이 단순히 상식의 그릇을 넓혀주는데 그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삶에 여울진 사랑의 흔적, 그 안에서 흔적을 상징하는 텍스트로 읽혀지기를 바라고 있지요. 찬란한 고통과 달콤한 유희의 흔적. 그 흔적 속에 남겨진 예술가들의 유산에 대해서 말입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이 시는 청마 유치환 시인의 <행복>입니다. 그가 이영도 시인을 사랑할 때 쓴 시죠. 그의 뜨거운 마음은 시가 되어 흘러 넘쳤습니다. 이렇게 사랑은 가장 풍부하고도 신비로운 영감의 원천이 아닐까요.
쇼팽의 연인 조르주 상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하라, 인생에서 좋은 것은 그것뿐이다.”
쇼팽의 녹턴을 들으며, 그 사랑의 흔적, 특별히 예술가들의 사랑의 흔적을 이야기하는 책 <인문학 스캔들>에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이경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인문학 스캔들>을 들려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임재영 l 더좋은책연구소 소장, 서평가
“독서는 완전한(full)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ready) 사람을, 쓰기는 정밀한(exact) 사람을 만든다.”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에 이끌려 독서에 몰입했다. 책을 읽고 비평하며 더 좋은 책을 소개하는 일에 매력을 느껴 서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