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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1. 2016

02. 만남·두 번째

<엽기적인 그녀>

제2화.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억수장! ♨


초록색 여관 이름이 반짝반짝 거리며 빨간색 장이란 글자와 너무도 멋지게 하모니를 이루고 있습니다.

진짜 눈물겹습니다.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인간승리입니다. 츄르륵~!

하지만 여관을 찾았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더군여. 거기에 들어가는데도 많은 용기가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애인하고 손을 꼭 잡고 들어간다면야 면상에 철판 깔고 할 수도 있을 거 같지만 이건 상황이 좀 다르지 않습니까??

저 혼자서 괜히 마음이 찔립니다. 여관 아줌마가 머라고 생각하겠습니까?으 ….

지나가는 여자 줘 패서 기절시켜 데꾸온지 알겁니다.

‘그냥 여기다 버리고 갈까?’
‘아니야.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 
‘철판 한번 깔아봐?’
‘아으~이게 대체 먼 꼴이야.“
‘에라 모르겠다!!’
여관 문을 배꼼 열고 힐끔 쳐다봤습니다. 힐끔~!
끼이익~!

“헉!”

절라 조용히 쥐도 새도 며느리도 모르게 문을 열라고 했건만 유리와 쇠가 마찰하는 듣기 싫은 소리가 딥따 크게 납니다. 문 좀 고치지. 손님들이 문 열고 들어오다가 전부 다른 데로 가겠습니다.

카페나 술집이나 이런 곳에 가면 손님이 들어오면서 문을 열 때 멜로디가 흐르게 센서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 있지 않습니까?? 아마 이 여관은 문을 열 때의 마찰음으로 손님이 온 것을 안에서 알기 위한 센서 대신으로 사용되나 봅니다.

한국사람 머리 절라 좋습니다!
호텔이나 콘도처럼 후론트라고 하기에는 좀 모하지만, 여관에도 들어가면 문 바로 앞에 아주머니들 모여서 고스톱도 치고 TV도 있는 조그만 방이 있지 않습니까? 어쩌다 총각이 혼자 들어오면 방에 있던 아줌마들이 야사시한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더군여.

아무튼 그렇게 마찰음이 시끄럽게 나자 아주머니가 그 쬐만한 방에서 창문을 열고 머리를 내미시더군여.

“아, 아, 아줌마 …. 저, 저기 … 방 있죠?”

“어머머~! 색시가 떡이 됐네에~!”

“네, 아줌마. 그렇게 됐네에.”

“ …….”

“허걱! 아줌마 왜 이상하게 보세요?”

“ …….”

“저 나쁜 사람 아니에여! 이 여자 제 약혼녀에여!”

“음 … 그래요? 학생 같은데?”

“네, 대학생 이에요. 빨리 방 좀 주세요. 무거워 죽겠어여.”

“침대 방으로 줄까? 아니면 온돌방으로 줄까?”

“아무거나 제발 좀 주세요.”(후들후들~!)

전 여관 아줌마의 째려보는 눈빛을 피하기 위해 그녀가 제 약혼녀라고 개 뻥을 치고 여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익 대체 뭐하는 짓이얌.

여관에 들어가자마자 그녀를 침대에 눕혔습니다. 아니 던져버렸습니다!!

그녀는 침대에 ‘퍽!’ 소리를 내면서 내팽개쳐지더니 ‘퉁~!’ 하고 다시 튀어오르더군여.

그리고 침대에 걸터앉아서 담배를 물었습니다. 담배 맛이 너무 좋습니다. 연기를 내뿜을 때마다 한숨이 푹푹 나옵니다. 휴으으으~!!!!

똑똑똑!



“누, 누구세요?”


“숙박부 적어줘야지.”

“네, 들어오세요.”

“총각, 여기 숙박부 쓰고 삼만원이야.”

“삼만원이여??”

“왜?”

“안에여.” ㅠㅠ

후질구레한 동네 여관이 디따 비쌉니다. 바가지 쓴 거 같기도 하지만 어쩔 수 있습니까?

여관 아줌마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져 있습니다. 쟁반 위에는 주전자와 물 컵 한 개, 그리고 수건 두 장, 일회용 칫솔이 두 개, 그리고 요구르트가 두 개 올려져 있습니다. 숙박부를 쓰면서 아주머니께 말했습니다.

“여기 삼만원이요. 그리고 아줌마, 혹시 술 깨는 약 같은 것 있어요?”

“그런 거 없는데 ….”

“알았어요. 여기 숙박부요.”

“그럼 편히 쉬어요. 근데 진짜 약혼녀 맞지?”

아주머니가 나가자마자 방문을 잽싸게 잠갔습니다. 그리곤 여관방을 둘러보았습니다. 좀 후지기는 하지만 역 근처에 있는 여관이다 보니 동네 여관보다는 시설이 괜찮은 편인 거 같습니다.

더블침대가 있고, 하얀색의 침대보가 씌워져 있습니다. 화장대에 큰 거울이 있고, 화장대 위에는 싸구려지만 남성용 스킨이 올려져 있습니다. TV받침대에는 작은 컬러 TV도 있고, 그 밑에는 사람의 손때가 묻어서 좀 지저분하지만 전화기도 있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 봤습니다. 화장실은 특히 신경을 써서 청소를 하는지 욕조도 깨끗하고 세면대에 물때가 없더군여.

지금 뭐하고 있냐구여??

할 일이 없지 않습니까!!!!!

저도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보채지 말고 좀 기다려 보세여!

침대에 걸터앉았습니다. 정신없이 자고 있는 여자가 보입니다. ‘전생에 우리가 아마 왠수였거나 내가 너한테 먼 큰 죄를 졌나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여.

그녀는 정말 기술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오바이트를 했는데도 자기 옷이나 머리카락에는 전혀 안 묻었더군여. 대머리 아저씨만 개피를 본 것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다행이지 않습니까? 옷 벗길 일은 없지 않습니까!!

옷에 묻었더라면 아마도 지금 저는 빨래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빨래 …!!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건가?’

화장대에 올려져 있는 반원모양의 거울을 봤습니다. 거울에는 온통 땀에 뒤범벅이 되어 있고 얼굴까지 씨빨간 웬 미친놈이 보입니다. 단 한 두 시간 동안에 사람이 완전 폐인 됐습니다.

‘그래! 이왕 여관에 들어온 것 샤워나 하자. 뭐든지 샤워를 하는 게 먼저 아니냐’

티셔츠는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버렸기 때문에 반팔 면티만 입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5월 달에 저 혼자만 반팔 입고 여자를 들쳐 업고 미친 듯이 거리를 돌아다녔던 것입니다.

면 티를 훌렁 벗고 바지도 훌렁 벗고 했는데 그녀가 눈에 들어오더군여. 자고 있기는 하지만 혹시 갑자기 부스럭~! 거리면서 잠을 깰 수도 있지 않습니까??

자고 일어났는데 자신은 침대에 내팽개쳐져 있고 옆에는 남자가 훌러덩 벗고 있어 보십시여.

그래서 벗었던 옷을 주섬주섬 다시 입고 욕실로 들어갔습니다. 욕실에서 다시 옷을 벗고 샤워기의 물을 틀었습니다. 따따시한 기분 좋은 물이 나옵니다.


“흐흐흐~!”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에 한참 동안 몸을 맡기고 있었습니다. 긴장이 풀리면서 기분이 나아지더군여.

‘욕조에 뜨건 물을 받아서 들어가 있을까?’

‘에이 아니다. 그냥 샤워만 하고 빨리 나가자. 급하다!’

온몸에 비누칠을 하고 기분 좋게 샤워를 끝냈습니다. 그래서 물기를 닦으려고 하는데 수건을 안가지고 들어 왔더군여.

제기랄! 벗은 채로 욕실을 나가야 합니다. 그녀가 일어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욕실 문을 살짝 열고 머리를 배꼼 내밀어씁니다. 다행이 그녀는 아직도 자고 있더군여.

잽싸게 나가서 수건 한 장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물기를 닦고 머리도 대강 말리고 옷을 챙겨 입고 욕실 문을 열고 나가씁니다.

그녀가 침대에 엎어져서 코를 골고 있더군여.

정말 대책이 안섭니다. 하지만 저 진짜로 그렇게 나쁜 놈 아닙니다. 가방에서 노트와 볼펜을 꺼내서 메모를 썼습니다.

‘아가씨! 나중에 연락하세요. 핸드폰 01X-XXX-XXXX'

그리곤 방을 나왔습니다. 물론 방문을 안에서 잠그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여관을 나오려고 여관문을 여는데 역시나 ….

끼이이이익~!

“헉~”

유리가 쇠에 긁히는 마찰음이 나자 역시 아줌마가 창문을 열고 머리를 내미시더군여.

“이봐, 총각 어디 가?”

“네. 네?”

“어디 가냐고?”

“아 …, 집에 가요.”

“엥? 색시는?”

“색시요?? 아아 …자고 있어요. 하하하합.”

“같이 안 자 ……?”

“ …….”

아무래도 이 아줌마가 저한테 관심이 딥따 많은가 봅니다. 뭘 그리 꼬치꼬치 캐 문는지 ….

“아줌마, 방문 안에서 잠가났어요. 잘 좀 부탁드릴게요.”

“으흠 ….”

그렇게 여관을 나와서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입니다. 버스는 당연히 끊겼겠고 택시를 타려고 차도로 나섰습니다.

“택쒸이이이~!”

“어디 가여?”

“계산동이여.”

택시 안에서 창문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밖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대체 오늘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에휴으으으~~!’

문득 택시비가 걱정이 돼서 지갑을 꺼냈습니다. 다행이 만원짜리 한 장이 들어 있더군여.

여관비 삼만원!! 택시비 만원!!

없는 살림에 생돈이 사만원이 나가다니!!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으으 …!!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갑자기 떠올라 소름이 쫙 끼칩니다.

‘신림역에서 우는 여자 보면서 키득거리는 게 아니였어, 이건 벌 받은거야.’

“에휴으으~~!”

“아니 젊은 사람이 무슨 한숨을 그렇게 쉬어?”

“아니요. 아저씨. 그냥 황당한 일이 좀 있었어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고모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여관에 그냥 팽겨쳐놓고 온 그녀가 생각났습니다. 아마도 아직 자고 있을 겁니다.

메모를 남겨놓고 나왔지만 어떤 여자가 그런 메모를 보고 전화를 하겠습니까?

그냥 그녀가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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