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내 안에 답은 없다. ♬

<스탠드 펌>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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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삶을 덴마크 인문 베스트셀러 <스탠드펌>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외부 세계에서 생긴 문제에 답할 수 있을까요? 왜 우리는 모든 문제의 답을 내부에서 찾게 되었을까요? 답은 과연 우리 안에 있을까요?

자기를 열심히 들여다볼수록 기분이 나빠질 것이다. 의사들은 이를 ‘건강 역설’이라 부른다. 건강 역설은 환자들이 병원을 더 많이 찾고, 자가진단을 더 많이 할수록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을 말한다. 자기계발 멘토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내면의 느낌대로 결정하라는 말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건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 자기 분석은 1년에 한 번 여름휴가 기간에 하면 충분하다. 자기 내면을 탐색해서 ‘자기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은 더 위험하다. 이런 일은 언제나 실망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아마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몰티저스 초콜릿을 우물우물 먹게 될 것이다.

자기탐색과 자아 찾기는 요즘 문화에 가장 널리 퍼진 생각에 속한다. 둘은 똑같지는 않지만 서로 연결돼 있다. 부모와 선생님, 친구들이 생각하는 내가 아니라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려면 겹겹으로 나를 둘러싼 허위의식을 벗겨 내고 내면의 자아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워야 한단다. 우리는 어쩌다 의심나는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조언을 구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신’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그러면 으레 우리 내면의 느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결정하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내면의 느낌이 이끄는 대로 결정하라는 충고를 서로 주고받았다. 그러나 자기계발 열풍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려면 우선 우리 안에 답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내면의 느낌이나 자기탐색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야 할 이유가 없다.

처음에 이런 말을 들으면 반감이 생기겠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상식적인 이야기다. 어려움에 부닥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라. 그 사람을 도울지 말지를 우리 내면의 느낌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 내면이 아니라 어려움에 부닥친 그 사람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우리’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와는 관계없이, 도울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그 자체로’ 중요하다는 생각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과학이나 예술, 철학 애호가들이 아인슈타인이나 모차르트, 비트겐슈타인 덕에 인류의 경험이 풍요로워졌다고 주장할 때마다 그들이 어떤 점에서 흥미로운지 알아보기 전에 “그런데 그것이 내게 어떤 느낌을 주지?”라고 묻는 사람은 없다. 이럴 때 우리는 우리 내면의 느낌이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무엇을 ‘말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안이 아니라 밖을 쳐다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문화, 자연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열쇠가 내 안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말하는 ‘자아’는 하나의 생각일 뿐이다.

1960년대 반권위주의 정신에서 비롯된 자아로의 전환은 이후 여러 나라의 학교와 직장에서 제도화되었다. 요즘 학생들은 단지 교과서나 자연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도 답을 찾아야 한다. 자신들이 시각적 학습자인지 또는 청각적, 촉각적, 행위적 학습자인지 분류하고, 자기 유형에 따라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자기를 탐색하고 발견하는 심리여행은 효과적인 학습 도구로 찬양받는다. 고용주들은 직원들을 자기계발 강좌에 보내고 관리자들은 직원들에게 자기 내면과 핵심 역량을 탐색하고 이해하라고 코칭한다.

“매뉴얼은 당신 안에 있다.” 이는 오토 샤머(Otto Scharmer)가 신비주의적인 U-이론에서 내세우는 구호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40년에 걸친 자기탐색이 진짜 우리에게 이로웠는지 물어야 할 때가 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찾았는가? 우리 자신을 찾을 수 있기나 한가? 찾으려고 애쓸 가치가 있는가? “아니요”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북 큐레이터 | 오수진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중문학 복수전공)를 졸업한 후, 현재 KBS에서 기상 캐스터로 근무하고 있다. 더굿북의 북 큐레이션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홍보 대사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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