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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4. 2017

03. 지성 피부를 조절하는 화장품은 거짓말?

<매력적인 피부 여행>


피지선과 피지벌레

귀지는 자연의 주목할 만한 발명품인 신체 피지의 특별 버전이다. 피지선은 땀샘과 냄새샘처럼 지하 2층 진피에 위치한다. 피지선은 모낭과 연결되어 있고 신체 부위에 따라 1제곱센티미터에 적게는 100개, 많게는 1000개 정도 분포되어 있다. 피지선세포는 피지를 생산해 모낭과 연결된 운하에 띄워 보내고 자신은 녹아 없어진다.

피지에는 저마다 고유한 냄새가 있다. 다른 사람의 정수리 냄새를 맡아보면 알 수 있는데, 사람마다 두피의 냄새는 조금씩 다 다르다. 수염, 빨지 않은 옷, 지루성 피부염에서도 피지 냄새가 난다. 당연히 역겨워할 까닭이 없다. 피지는 보호벽의 지방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피부의 지방 공급원으로, 피부를 보호하고 돌본다. 피지는 여러 가지 지방과 왁스 물질로 구성된 신체내장형 바디로션이다. 머리카락이 윤기가 흐르고 매끄러운 것도 피지 덕분이다. 빗질과 두피 마사지로 피지를 골고루 잘 펴주면 더욱 빛나는 머릿결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코에서 피지를 쉽게 볼 수 있다. 손가락으로 코의 모공을 눌러 짜면 이른바 ‘피지 벌레’가 구멍에서 기어 나온다. 호스 모양의 대장을 통과하면서 소시지 모양이 되는 똥처럼, 피지도 호스 모양의 모공을 통과하면서 소시지 혹은 벌레 모양이 된다. 아무튼 피지선은 이런 피지 벌레를 1년에 11킬로미터나 생산한다. 힘을 주어 짜내지 않으면 피지는 안에서 계속 올라오는 피지에 밀려 방울방울 밖으로 나와 피부에 퍼진다. 이렇게 피부를 매끄럽게 하는 것이 피지의 존재 이유다.


털과 피지선


그런데 피지는 사실 이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 우선 균의 확산을 막는다. 대부분의 병원체는 피지를 싫어하기 때문에 특히 피지가 많이 분비되는 신체 부위에는 병원체가 별로 없다. 대신 여드름을 좋아하는 박테리아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아크네스(Propionibacterium acnes), 지방질을 좋아하는 코리네박테리아(corynebacterium), 모낭충, 비듬균 같은 미생물들이 우글거린다. 코리네박테리아는 건강한 피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이들은 피지를 분해하고 지방산을 분비해 피부 산성보호막의 pH 농도를 건강하게 유지한다.

특히 머리, 얼굴(T존), 등, 가슴에는 큰 피지선이 많다. 팔다리는 피지선이 적고 그 크기도 작아서 쉽게 건조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호르몬의 작용으로 피지선의 활동성이 떨어져 우리 피부는 눈에 띄게 건조해진다. 반면 여드름 피부이거나 피임약을 복용하는 경우, 피지선이 커지고 활동성이 과해져 피지가 과도하게 생산된다.

많은 화장품 회사들이 피지선의 활동을 조절하고 지성 피부를 말끔하게 해주는 크림을 판매한다고 광고한다. 이것은 모조리 거짓말이다! 피지선은 피부 깊은 곳, 지하 2층에 있다. 그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 크림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의사가 처방하는 여드름 치료제조차 피지 설사를 막지 못한다.

피부를 바짝 말리는 팅크제나 젤 같은 공격적인 수단을 쓰는 사람은 보호벽 지방을 없앰으로써 피부보호막을 손상시킬 뿐이다. 이렇게 해도 피지선은 멀쩡하게 계속 피지를 생산하고, 그 결과 지성과 건성 피부 트러블을 모두 안고 괴로워하게 될 뿐이다. 피지선이 과도하게 피지를 생산해서 계속 얼굴을 번들거리게 하고 ‘지성 피부용’클렌징워터와 필링으로 표피의 보호벽 지방을 말끔히 씻어내는 과정에서 피부는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노출된다.

피지선은 외적 처치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호르몬에는 아주 민감하다. 그래서 생식 기능에 이상이 있는 남성들은 여드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성장전달물질인 인슐린유사성장인자(Insulin-Like Growth Factors) 역시 피지선에 영향을 미친다. 건강에 나쁜 가공식품과 우유, 백밀가루, 패스트푸드, 설탕 과다 섭취의 영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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