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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26. 2017

05. 하치는 왜 역으로 갔을까?

<사랑의 온도>

일본 시부야 역에는 특이한 동상이 서 있다. 동상의 주인공은 일본 토종견인 하치이다.


1923년 아키타 현에서 태어난 하치는 한 달 뒤 도쿄 대학 농학부 교수 우에노 히데사부로 박사에게 보내졌다. 우에노 교수는 자식처럼 사랑을 베풀었다. 하치의 벼룩을 잡아주고 같이 목욕도 했다.

어른 개로 성장한 하치는 교수가 학교로 출근할 때마다 걸어서 5분쯤 떨어진 시부야 역까지 따라나섰다. 퇴근할 때쯤 다시 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교수가 강의 도중에 쓰러져 갑자기 숨지고 말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지만 하치는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주인이 죽은 뒤에도 예전처럼 매일 시부야 역에 나가 주인을 기다렸다. 하치가 버려진 개인 줄 알고 잡으려 하거나 심지어 때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하치는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역에서 사람들이 던져 주는 먹이에 의존하면서 거의 10년 동안 주인을 기다렸다.


마침내 하치도 1935년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개의 행동에 감동한 사람들은 시부야 역에 동상을 세웠다. 하치의 동상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한결같이 주인을 기다렸던 하치의 이야기는 소설이나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개는 충직하기로 유명한 동물이다. 주인을 향한 마음이 인간 간의 사랑보다 위대해 보일 때가 적지 않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주인의 묘를 6년이나 지킨 개가 있었다. 코르도바에 사는 카피탄이라는 이름의 개는 주인이 세상을 떠나자 주인의 묘를 찾아갔다. 낮에 묘를 지키고 밤에는 거기서 잠을 자는 생활을 6년이나 계속했다고 한다.

서로 사랑하던 남녀는 한쪽이 이별을 선언하면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하고 상대를 원망한다. 사랑은 변하는 것일까, 아닐까? 만약 사랑이 변했다면 그것은 애초 진실한 사랑이 아니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아리송하다.

하치는 어떤 마음으로 매일 시부야 역으로 갔을까.

하치의 80번째 기일을 맞이해 박사가 근무한 도쿄대학교 농학부에서 만든 새로운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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