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l 27. 2017

07. 꼬리 감춘 사냥개

<사랑의 온도>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가 사냥에서 돌아와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사냥개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앞쪽으로 달려 나갔다. 그런 뒤 갑자기 멈춰 서더니 숨을 죽인 채 살금살금 기어갔다. 이상히 여긴 투르게네프가 사냥개의 앞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머리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참새 새끼 한 마리가 있었다.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는 갓 생겨난 날갯죽지를 애처롭게 파닥이고 있었다.

사냥개는 새끼 쪽으로 접근했다. 그때였다. 나무에서 날쌔게 어미 참새가 날아와 새끼 앞에 내려앉았다. 어미는 털을 곤두세우고 삐익삐익 울부짖으면서 사냥개의 코끝을 향해 돌진했다. 팔짝팔짝 뛰면서 두 번이나 사냥개의 주둥이를 공격했다. 가여운 어미는 온몸을 파르르 떨다 잔디밭 위에 머리를 처박고 혼절했다.

사냥개는 슬금슬금 꼬리를 감추기 시작했다. 평소 사냥터에서 그토록 사납고 용감하던 사냥개도 새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덤비는 어미 참새의 모성애는 이길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투르게네프는 큰 감동을 받았다. 사냥개를 불러들이고는 그날부터 사냥을 그만 두었다.

투르게네프는 그때의 심정을 훗날 글로 남겼다.


‘나는 두려움을 초월한 어미 참새의 사랑 앞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랑은 죽음보다도, 아니 죽음의 공포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어미 참새로부터 배웠습니다. 그와 같은 사랑만이 나의 삶을 지탱할 있으며, 그런 사랑만이 나 자신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05. 사랑을 위한 7가지 V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