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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27. 2017

08. 모가 기우는 까닭?

<사랑의 온도>

어머니의 힘은 극렬 테러단체보다 강했다. 2014년 12월 네덜란드 여성이 혼자 극단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심장부에 잠입해 열아홉 살짜리 딸을 구출해냈다.

어머니 모니크는 가족과 함께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 살고 있었다. 평화로운 삶은 딸 아이샤가 IS의 수도로 불리는 시리아 라카로 몰래 떠나면서 깨어졌다.

딸은 IS대원인 오마르 일마즈가 서방 방송에 자주 등장하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터키계 네덜란드 군인 출신인 오마르는 알 아사드 정권으로부터 시리아를 해방시키겠다며 IS에 가담한 청년이었다. 딸은 트위터로 선전 활동을 펼치는 오마르와 대화를 나누다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녀는 그와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마르 일마즈


이슬람으로 개종했고 아이샤라는 이름도 새로 지었다. 엄마는 시리아로 떠나겠다는 딸의 계획을 눈치채고는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여권까지 빼앗았지만 딸은 다른 신분증을 이용해 라카로 가버렸다.

멀리서 모바일 메시지로 가끔 안부를 전하던 딸은 몇 달 후 소식이 끊겼다. 딸의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엄마는 커피와 담배만으로 불면의 나날을 보냈다.

“엄마, 문 열어줘!”

딸이 꿈속에 나타나 울부짖고 있었다. 엄마는 직접 딸을 찾아 나섰다. 첫 시도는 터키에서 시리아 국경을 넘지 못해 실패했다.

빈손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딸의 SOS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엔 진짜 딸의 소식이었다.

딸의 친구를 통해 메시지를 접한 엄마는 시리아로 떠날 결심을 굳혔다. 출국 전에 경찰에 도움을 청했지만 이런 답변만 돌아왔다.
“거기에 가면 당신 목숨도 보장할 수 없어요. 도대체 IS를 상대로 어떻게 딸을 구하겠다는 거요?”

경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혼자 구출 작전을 감행했다. 딸과 페이스북으로 미리 접선 장소를 정한 뒤 시리아로 향했다. 이슬람 여성처럼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고 검문소를 통과했다. 드디어 모녀는 꿈같은 상봉을 하게 되었다. 언론은 “엄마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일을 해냈다.”고 구출 과정을 세계에 타전했다.

하이쿠 시인 고바야시 잇사는 자식을 향한 모정을 이렇게 풀어놓았다.

‘모 심는 여자, 자식 우는 쪽으로 모가 굽는다.’

예전 농사철 어머니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어머니는 논둑에 아기를 눕혀놓고 일을 한다. 어머니는 모를 심으면서도 아기가 자꾸 걱정된다. 아기 있는 쪽을 힐끗힐끗 쳐다보다 보니 자연히 아기 쪽으로 모가 기울게 된다.


모가 굽듯이 어머니의 육신과 영혼은 자식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설사 그곳이 극악한 테러분자의 소굴이라고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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