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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31. 2017

00. <명화 속 고양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예고

<명화 속고양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동안 억울하게 오해받은 고양이들의 외침

“우리는 개랑 완전히 다르다냥!”

우리는 고양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반려동물 인구가 천만을 넘은 가운데 최근 반려묘를 키우는 가정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고양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오해의 중심에는 개가 있다. 흔히 개는 인간의 곁을 지키는 충직하고 친근한 존재로 여겨진다. 반면에 고양이는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친근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이 내킬 때면 다가와 애교를 부리지만 그때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고양이는 인간과 함께 생활하면서도 인간이 가닿을 수 없는 세계를 간직하는 고독한 존재로서 비타협성과 독립성을 상징한다. 그래서일까? 속내를 알 수 없는 고양이의 신비로운 이미지는 예술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바사노의 <최후의 만찬>, 마네의 <올랭피아>, 고갱의 <밤의 카페, 지누 부인>…. 거대한 궁궐, 화려한 연회장, 허름한 여인숙, 가정집 식탁 밑에 앉아 있던 그림 속 고양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화가들은 왜 그곳에 고양이를 그렸을까? 그리고 그 고양이들은 우리에게 어떤 얘기를 전하고 싶은 걸까? 

최후의 만찬




그 옛날의 고양이도 지금처럼 사랑받는 존재였을까?

고양이의 지위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인간이 모시는 ‘신’으로서, 중세 시대의 ‘악마’로서, 아이들의 ‘친구’로서, 그리고 지금의 사랑받는 ‘애완동물’이 되기까지의 고양이의 여정을 그림을 통해 살펴보자. 

고양이를 안은 여인


고대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신적인 존재였다. 암사자의 머리를 한 바스테트신이 되었고, 출산과 비호, 모성애를 표현하는 수호신의 역할을 했다. 당시 이집트인들은 고양이 신당을 짓고 부적을 만드는 등 고양이 숭배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중세에 들어서면서 고양이가 마녀의 심부름꾼으로 취급되어 대학살을 당했고 그 결과 중세 말기 유럽에서는 쥐가 대량으로 번식하면서 페스트가 유행했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가 되면서 고양이는 예술적 가치를 가진 존재로 부활한다. 종교화에서 고양이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풍속화에서도 제법 존재감 있게 그려졌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고양이는 그림의 장식적인 요소에 불과했다. 구석이나 바닥에 작게 그려져 고양이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지나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18세기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귀족과 부르주아 계급의 실내에 진출하게 된 고양이는 한 집안의 필수적인 애완동물로 자리매김한다. 그림의 한가운데에 중심 주제로서 등장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고양이의 지위가 과거 길고양이에서 집고양이, 혹은 그 이상으로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마네의 <올랭피아>부터 뮤지컬 <캣츠>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이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지다.

예로부터 검은 고양이는 공포와 불길함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검은 고양이가 앞을 가로지르면 재수가 없다거나 고양이가 원한을 품으면 반드시 복수를 한다는 식의 속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민간 축제에서는 고양이를 죽이는 의례를 치렀고 기독교에서도 고양이를 인간을 타락으로 이끄는 위험한 존재로 여겼다. 하지만 17세기 이후 고양이는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서 재탄생한다. 현대예술 탄생의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지는 애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는 보들레르에 의해 프랑스 문단의 아이콘이 되었고,

샤 누아르 공연 포스터

 마네의 <올랭피아>에도 고양이가 상징적 존재로서 등장한다. 파리 몽마르트의 카바레 ‘검은 고양이’는 예술과 정치 담론의 중심지로 떠올랐고, TS 앨리엇은 고양이에 영감을 받아 뮤지컬 <캣츠>의 원작이 된 시를 썼다. 




저자|이데 요이치로(井出洋一郎)

1949년 군마(群馬) 현 다카사키(高崎) 시 출생. 조치(上智) 대학 외국어 학부에서 프랑스어와 문화, 와세다 대학 대학원에서 서양미술사를 공부하였다. 야마나시(山梨) 현립미술관의 초대 밀레 담당 학예원으로 출발해서 19세기 프랑스 회화를 중심으로 전람회를 기획하고 대학에서 가르쳤다. 밀레와 바르비종파에 대한 많은 저서가 있다. 6년간 후추(府中) 시 미술관 근무를 거쳐서 2015년 4월부터 고향인 군마 현립근대미술관 관장으로 취임하였다. 외모는 고양이나 개보다는 곰을 더 닮았다는 평이다.  




연재 순서


01. 최후의 만찬_야코포 바사노 
02. 쾌락의 정원의 왼쪽 패널 낙원_히에로니무스 보스 
03. 아라크네 신화_디에고 벨라스케스
04. 화장_프랑수아 부셰
05. 그레이엄가의 아이들_윌리엄 호가스
06. 화가의 아틀리에_귀스타브 쿠르베
07. 올랭피아_에두아르 마네
08. 밤의 카페, 지누 부인_폴 고갱
09.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_폴 고갱 
10. 오카자키 장면_우타가와 구니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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