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 보스>
한 고객사의 사무실로 걸어 들어가다가 사무실의 장식이 너무나 정교하고 아름다워서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비싼 원목과 마감재로 꾸민 최고급 변호사 사무실을 상상해볼 때 떠오르는 그런 모습이었다. 고객을 만나기 전에 화장실을 이용하였다. 화장실도 너무나 훌륭했다. 그런데 거울에 망측한 내용이 인쇄된 종이가 붙어 있었다.
“손을 씻으세요.”
화장실 문에도 종이가 조잡하게 붙어 있었다.
“물은 내렸습니까?”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복사기 옆, 휴게실 등 모든 공간에 어떤 행동을 지시하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굳이 그런 문구를 붙여놔야 할 정도로 변기의 물을 내리지 않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용변 후 손을 씻지 않으며, 접시를 사용한 후 제자리에 갖다놓지 않거나 복사기의 용지를 채우지 않는지 궁금하였다.
생각건대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아주 일부였을 것이다. 그런데 사무실 관리 책임자는 문제를 일으킨 몇몇 사람들에게 경고를 주기보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규칙을 만들어 곳곳에 붙이기를 선택했다. 일부 세일즈 매니저들에게서 이와 같은 습성을 발견하곤 한다. 단 한 사람의 문제인데도 직접 당사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전체 영업팀에 적용할 새로운 규칙이나 정책을 만들어버리는 식이다. 이는 세일즈 보스가 쓰는 방식이 아니다.
최고의 세일즈 보스들은 규칙보다는 원칙으로 팀을 이끈다. 그들은 팀원들이 올바른 결정을 할 것이라 믿는다. 어떤 사람이 원칙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처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원칙보다는 규칙을 앞세운다. 예를 들어 많은 영업 조직은 숙박이 필요한 출장을 가는 경우, 영업 사원이 쓸 수 있는 돈을 미리 정해놓는다. 호텔, 아침, 점심, 저녁 식사 그리고 고객과 함께하는 식사비 등으로 각각 얼마를 쓸 수 있는지를 회사가 정해놓는 것이다. 그런데도 출장지에 따라 정해놓은 금액이 과연 적당한지에 대해 영업 사원과 매니저 또는 관리팀 간에 의견 충돌이 자주 발생한다.
내가 아는 한 회사는 이 문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해결했다. 출장을 갈 경우 검소하게 지출하고 절약하는 금액은 다른 항목의 복리후생비로 지급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책정한 출장비 예산 중 사용하지 않은 금액은 회사의 다른 복리후생 프로그램으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간단한 원칙이었다. 이것 말고는 어떤 부가적인 규칙도 만들지 않았고 다만 매달 영업 사원들이 지출하는 일일 평균 출장비를 공지하였다. 경비를 많이 쓰던 사람들의 습관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시간이 갈수록 그들은 자신의 출장비를 조절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평균 금액을 마치 ‘표준’ 금액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표준’ 금액이 회사가 부가 규칙을 만들었다면 정해졌을 금액보다 적었는데도 금액이 적다고 열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어느 정도까지 규칙 없이 원칙만으로 운영할 것인지는 회사의 규모나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되도록 원칙으로 조직을 이끌어라. 회사 밖에 나가면 당신의 팀원들도 자기 삶의 모든 면을 스스로 알아서 관리하고 주도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그들은 회사에서도 원칙들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충분히 책임감 있게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별도의 휴가 일수, 근무시간을 정하지 않고 ‘직원들은 자신이 맡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산다’라는 원칙만 세우고 운영하는 회사들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회사의 시스템을 남용하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