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Aug 22. 2017

01. 재능 없는 아이라도 인내하고 기대하라.

<칼 비테 교육법>

한번은 스위스의 한 가정에서 맏아들 헤르쿨레스를 교육한 적이 있었다. 지금껏 만난 아이들 중에 가장 철없는 일곱 살배기였다. 아이의 아버지는 우울증이 심했다. 반면 어머니는 집안일에 매이기보다 본인이 즐거운 일에만 몰두했다. 이미 아이가 다섯이나 있는 데다 여섯째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중이었기에 부모가 헤르쿨레스를 돌보는 일은 점점 더 소홀해졌다.

그 집에서 분별력 있는 사람은 할머니뿐이었다. 할머니는 “아이가 어디로 튈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조만간 교사를 구하지 못하면 아이를 망칠 것만 같아요.”라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손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완전히 응석받이로 키웠고, 순수한 아이가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가르쳤다.

나는 작고, 창백하고, 병약하고, 교활하고, 이해력 없고, 영리하지 못하고, 뭘 배우려고도 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나를 잔뜩 두려워하는 남자아이를 떠맡았다. 지난달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비테 씨가 와서 네 버릇을 고쳐줄 거야.”라고 윽박질렀다고 했다.

더군다나 아이는 독일어나 프랑스어를 한 단어도 몰랐고, 이탈리아어도 상스러운 말만 알고 있었다. 아이는 그 집 하인에게 말을 배웠다. 당최 알아듣기 힘든 대화를 했다. 다들 아이를 그대로 방치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그 아이가 어린 여동생을 제멋대로 다룬다는 점과 할아버지가 놀이 친구로 데려온 가엾은 남자아이에게 폭언을 하고 학대를 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아이를 3일간 관찰만 했다. 그러고는 아이의 부모와 조부모에게 3개월간 내 교육 방법을 무조건 따르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다음, 아이의 아버지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헤르쿨레스는 잠을 깨자마자 침대에서 일어나야 했다. 내가 아침부터 아이가 읽을 책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아이는 몇 시간씩 침대에 머물면서 먹고 마시고 지루해하고 빈둥거렸다. 아, 침대에서 이렇게 빈둥거리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해롭다.

이전에는 어쩔 도리가 없어서 하인이 옷을 대충 입혔다. 아이 스스로 씻은 적도 단 한 번 없었다. 이제 나는 스스로 옷을 입고 씻도록 도왔다. 그리고 점점 도와주는 횟수를 줄여나감으로써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혼자 옷을 입고 씻게 되었다. 나는 아침마다 아이 옆에서 얼굴, 목, 손, 팔까지 비누로 꼼꼼하게 씻어 보이며 그 유익함을 이해시켰다.

아이는 곧 나를 따라 하면서 명랑해졌고 행복해했다.

가족이 다 같이 아침을 먹을 때면 꼭 할아버지 옆에 앉아 습관적으로 과식을 하곤 했다. 이제 아이는 내 곁에서 필수 열량만 섭취해야 했다. 평소 두세 배씩 과식하던 것을 금지했다.

식후에 날씨가 무덥지 않으면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아주 멀리까지 데리고 나가기도 했다. 나는 아이와 걸으면서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점차 산책을 즐거워했다.

포도주와 커피를 입에 달고 있고, 어쩌다 차를 마시던 아이가 이제는 물을 마시고 다른 음료를 거의 거들떠보지 않았다. 열 가지 음식이 차려진 점심 식탁에서 가장 소박한 두 가지 음식만 허락되었다.

오후에는 또다시 최대한 멀리 산책을 나갔다. 너무 더울 때면 저녁 무렵까지 기다렸다. 밤이 되기 전에 귀가하는 일은 드물었다.

세상 모든 사물이 대화의 소재가 되었다. 나는 아이보다 한 살 어린 여동생 루이제도 함께 교육했다. 나중에는 헤르쿨레스와 동갑인 사촌 마르도 맡았다. 우리 넷은 무척이나 즐겁게 산책했다. 아이의 아버지도 자주 산책길에 합류했고 덕분에 우울증이 나아갔다. 그는 금세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점심때처럼 아이들을 보살폈다. 저녁을 먹고는 그림을 그리게 하거나, 교육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유쾌한 동화를 읽어주었다. 헤르쿨레스는 저녁 식탁에 오른 다섯 가지 음식 중에 포만감을 주는 한 가지 음식만 먹고 얼른 잠자리에 들었다. 몸이 피곤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 방식이 지속되자 아이는 점점 나에게 익숙해졌다. 더는 매일을 지루해하지 않았다. 늘 즐거워하며 기다렸고 눈에 띄게 체력도 좋아졌다. 고집을 부려도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더 이상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아이는 더욱 밝아졌다.

몇 달 뒤 헤르쿨레스는 살이 빠지고 키가 크기 시작했다. 두 눈이 불같이 반짝이고 양 볼이 생기 있게 발그레했다. 식욕이 왕성해졌고 잠도 잘 잤다. 영리해지고 이해력이 커지고 무엇보다 공손해졌다.

사진: Freepik.com 


그제야 나는 헤르쿨레스를 규칙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우선 오전마다 조금씩, 이를테면 밖에 나가기는 너무 더울 때에 가르쳤다. 정신적・육체적인 힘이 늘어나고 스스로도 발전하고 있음을 인지한 것인지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 하는 성향도 같이 자랐다. 어느덧 아이가 먼저 수업을 해달라고 조르기에 이르렀다. 곧 엄청 빨리, 쉽게 배워서 가족들을 굉장히 기쁘게 했다. 손자를 엄격하게 규율하는 교육 방식을 못마땅해하던 할아버지도 나에게 지난 일을 사과했다. 아이의 부모는 나를 형제처럼 아끼고 형제처럼 대접했다. 심지어 그 집의 친척과 친구들도 나에게 존경을 보내며 무척이나 감동적으로 마음을 표현해주었다.

내가 헤르쿨레스를 교육하는 3년 6개월간 아이는 아주 행복하게 바뀌어갔다. 내 뒤를 이은 후임자도 완벽하게 잘해냈다. 이후 제자는 육군사관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명예롭게도 장교로 임관되었고 연대에서 최고의 사랑과 존경을 누렸다.

나는 그렇게 성공했다. 아이의 교육이 너무 늦었음에도 말이다. 당시 그 아이는 이미 일곱 살이었고 초기에 잘못된 교육으로 인해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었다. 나는 이때의 경험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조금만 더 일찍 교육을 시작한다면, 그야말로 요람에서부터 교육을 시작한다면 이보다 훨씬 더 뛰어난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00. <그건 혐오예요> 연재 예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