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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1. 2016

01. 당신의 애착 유형은?

<일이 나를 아프게 할 때>

우울, 과식, 과호흡으로 괴로워하던 여성

전업주부였던 N 씨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청소나 빨래 등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자란 탓에 육아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인지 출산 후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집안일도 하지 않고 걸핏하면 잠이 들었고, 때로는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고 해 아버지와 싸운 적도 있었다. N 씨는 어린 마음에도 어머니의 상태가 걱정돼 자주 어머니의 안색이나 기분을 살펴야만 했다. 어머니가 활기차면 N 씨도 활기찼지만, 어머니의 안색이 어두우면 또 무슨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닌지 불안했다. 
     
이런 상황은 초등학생, 중학생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기대는 일은 없었고 오히려 아버지에게 의지했는데, N 씨는 실제로는 어머니에게 칭찬받고 싶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누구에게든 불평이나 비판을 일삼았고 N 씨도 그다지 칭찬받은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도 N 씨는 줄곧 혼자서 척척 해내는 착한 아이였고 고등학교 때까지는 거의 순조롭게 지냈다. 그런데 대학생 즈음부터 가끔 기분이 울적해졌고, 과호흡을 일으키거나 과식을 하고 자기혐오에 빠졌으며 죽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경우가 발생했다. 취직하고서도 그런 상태가 지속하여 몇 번이나 직장을 바꿔야만 했다. 이것저것 배려하고 신경을 잘 쓰다 보니 “착하다”며 어디서든 마음에 들어 했지만, 정작 본인은 점점 힘에 부쳤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 건 남자친구뿐이라 그에게 온전히 의존하였는데, 불안하고 힘들 때면 남자친구에게 신랄하게 쏘아대거나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다 나를 버리는 게 아닌가 싶은 불안한 마음도 있어서, 조금이라도 자신을 부정하면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 
     
     
N 씨에게서 보이는 만성적이고 가벼운 우울감은 기분부전장애라 부르는 것이다. 혼자서는 자신을 지탱할 수 없고, 남자친구에게 완전히 의존하는 것은 의존성 인격인 사람이 흔히 보이는 모습이다. 다른 사람의 표정에 민감하고,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강하고, 자기부정이나 자살 성향을 보이는 것을 보면 경계성 인격장애의 경향도 엿보인다. 또 과호흡을 경험한 적도 있다면 불안장애도 있는 듯하다. 기분부전장애나 의존성, 경계성 인격장애, 과식증, 불안장애와 같은 일련의 증상은 불안애착 유형인 사람에게 나타나기 쉬운 성향이다. 
     
애착이 불안정함으로 인해 다양한 증상이 도미노가 무너지듯 잇따라 발생하는 것이다. 각 진단명을 따로따로 늘어놓으면 문제의 본질이 보이지 않지만, 애착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면 어머니와의 애착이 불안정한 채로 자란 것이 그 후의 어려움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 여성도 의존하고 있는 남자친구에 대해 공격이나 비난을 하기 쉬운 경향을 보였다. 마치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했던 것을 재현하는 듯했지만, 그녀 본인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오카다의 진단 : 
안전기지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라.

불안애착 유형을 가진 사람에게는 안전기지가 특히나 중요하다. 성인이 되면 안전기지는 부모에서 애인이나 배우자로 이동한다. 애착 불안이 강한 사람은 저도 모르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습관이 된 경우가 많다. 의지하고 있으면서도 저도 모르게 상대를 깎아내리고 만다. 고마움보다 불만을 품기 쉽고, 사소한 문제에도 비난과 공격을 퍼붓기에 십상이다. 작은 불만이나 문제에도 과잉반응하고, 다른 좋은 점이 있어도 모든 것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다. 
     
어린 시절 안정감을 주지 않았던 엄마에게 기대면서도 화를 냈던 그 패턴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자기 발등에 도끼를 찍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소중한 존재를 자기가 없애버리게 되는 꼴이다. 자신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주위에 발산하는 부정적인 반응 습관을 자각하고 줄여서, 긍정적인 반응 습관과 상대의 결점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도록 항상 유의하면 대인관계나 배우자와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 


당신의 애착 유형은?   
     
대개 청년기를 맞이할 즈음에는 그 사람의 애착 유형이 완성된다. 그 유형을 알면 자신의 가치관이나 세상일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좌우하는 무언의 힘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애착 유형은 크게 안정형(자율형)과 불안정형으로 나뉜다. 나아가 불안정형은 불안형(포로형)과 회피형(애착경시형)으로 나뉘고, 양쪽이 모두 나타나는 공포·회피형도 있다. 또 과거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애착이 여전히 진행 중인 미해결형도 있다.
     
안정애착 
   
안정애착의 성향을 보이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신뢰감으로 가득 차 있어서 대인관계가 원활해 생활이 안정적이며 스트레스에도 강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은 괜찮다고 믿고, 힘들 때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타인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며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본인이 책임을 지고 행동하는 강한 자립성을 보인다. 타인에게 너그럽고 극단적으로 흘러가지 않으며 극한 상황에 처해도 긍정적인 감정을 잘 유지한다. 이른바 옥시토신이 풍부한 유형이다.
     
불안애착 
   
불안애착의 성향을 보이는 사람은 상대에게 버림받는 게 아닐까, 미움받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이 강해서 늘 상대의 낯빛을 살피고 그것에 감정과 행동이 좌우되기 쉽다.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외로움에 취약해 혼자서는 할 수 없다고 느낀다. 그러면서도 상대의 부족한 점이나 단점에는 엄격하고, 의존하는 사람을 책망하거나 공격하기 일쑤다. 기분이나 인생에 대한 태도도 부정적이 되기 쉽고, 좋은 것보다 불만이나 걱정거리에만 눈길이 간다.
     
회피애착 
   
회피애착의 성향을 보이는 사람은 대인관계를 별로 원하지 않고, 일이나 자기가 관심 있는 취미 등에서 보람을 찾는다. 다른 사람이 기대거나 의논하러 오는 것을 성가시고 부담스럽게 느낀다. 가깝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데 서투르고 그리 즐겁게 느끼지 않는다. 혼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 더 편안함을 느낀다. 신체 접촉이나 성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상처받을 만한 상황이나 실패를 피하려고 해서, 기회가 와도 도전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본인의 실력을 좀처럼 발휘하지 못한다.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을 꺼리고, 승진이나 출세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결혼이나 아이를 갖는 것도 불안해하며 주저한다. 자기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 익숙지 않고, 감정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무관심한 구석이 있어서 스트레스가 어느샌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 심신증이나 공황장애도 걸리기 쉽다
     
미해결애착 
   
미해결애착은 아직 극복하지 못한 애착의 상처가 생생하게 남아 있는 유형으로, 부모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언짢아지거나 침울해진다. 때때로 상처받은 장면이 눈앞에 되살아나는 일도 있다. 그 일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하면 냉정함을 잃는다든지 감정에 휩쓸리게 된다. 부모와의 이별이나 부모의 불화나 이혼, 학대나 버림받은 경험 등이 미해결 상태로 상처가 되는 경우가 많다.

   
불안애착에 미해결애착이 겹쳐지면, 정서나 대인관계가 한층 불안정해진다. 경계성 인격장애에서는 양쪽이 모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한편 회피애착인 사람은 미해결된 문제가 있어도 그것을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보호한다. 미해결된 마음의 상처라는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안정애착인 사람은 상처받은 경험이 있어도 그것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받아들이며 극복한다. 자신이 어떤 애착 유형에 해당하는지 파악하면, 지금까지 자신을 지배해온 보이지 않는 애착이라는 힘을 지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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